주부일기, 엄마 됨의 책임감

남편과 함께 썼던 육아일기를 되 펴보며

지역내일 2001-02-05
어느새 5살이 된 큰아이와 난 날마다 한 두 가지가 아닌 일로 서로 부딪친다. 유치원 미니버스 시간을 맞추느라 허둥대는 아침에도, 녀석은 옷입기로 시작해서 신발을 고르는 문제까지 자기 주장을 내세운다. 엄마와 실갱이하는 것을 하루의 시작으로 알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마저 생길 정도이다.
5살 사내아이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이웃엄마들의 조언도 각종 육아서적의 정보로도, 가끔씩 치미는 분을 이겨내지 못하고 아이를 공격하는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울 때가 있다. 그런 얼마 전 녀석과 씩씩거리며 한판 소리를 내지르고 나서 혼자 책상에 앉아있으려니 아이가 어렸을 때 썼던 일기가 떠올랐다. 둘째 아이를 키우며 잊어버렸던 쪽지들...
남편과 아이를 키우며 느끼곤 하던 것들을 담아놓은 플로피 디스켓을 컴퓨터에 넣었다. 화면위로 살아 오르는 몽실몽실한 사랑의 감정이 그때의 마음을 돌이켜주는 듯 했다.

1997년 5월 13일 화요일
어제부터 내리던 비가 아직 멎지 않았다.
엄마라는 이름을 하나 더 갖게 해준 넌 창문 옆, 요람 위에서 가끔씩 몸을 뒤척이며 자고 있다. 네가 세상에 나온 지 벌써 43일이나 되었다는 게, 젖먹는 속도가 3배나 빨라졌다는 게, 울음소리가 너무나 우렁차 엄마, 아빠를 무척 당황하게 만드는 그런 사소한 일들이 하루하루의 의미를 주는구나. 아직도 초보 엄마, 아빠지만 널 볼 때마다 우리도 함께 커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주 3일간을 밤낮없이 울며 보채던 네게 엄만 끝내 인내심의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아직도 그 때 생각하면 부끄럽고, 후회된단다.
네 발바닥을 두어대 때린 후에 엄마는 너보다 더 큰소리로 울었단다. 네게 미안해서....
오늘부터는 엄마, 아빠가 너에게 보내는 글을 이곳에 적어두기로 했다.
완벽하고, 훌륭한 부모가 될 자신은 없지만 널 사랑하는 것만큼은 자신 있다.

1997년 5월 15일 찌푸리팅팅한 날에 아빠가.
네 엄마는 지금도 옆에서 잔소리를 하고 있다. 네가 태어나고 나서 늘 저 모양이다.
힘드니까...
아빠가 이번 주 내내 12시, 지난주는 2시에 들어와서 도와주질 못하니까, 엄마가 처음에는 화를 내다가 이제는 포기한 듯...
너 아니? 지금 엄마가 얼마나 몸이 아픈지. 원래 강골은 아니지만 깡다구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깡다구마저 어디로 가 버린 것 같다. 다 하루종일 너를 돌보느라 힘들어서 그런 가보다. 더군다나 엄마는 널 낳고 몸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거든. 아빠가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공부를 할 때도 제일 걱정되던 것이 엄마의 건강이었고, 두 번째가 널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네가 언제 이 편지를 볼 수 있을는지...
빨라도 5년 후이겠지만 지금 엄마와 아빠가 널 얼마나 위하는지를 조금이라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나도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런 마음을 미리 알았으면 할 때가 있었는데...

나와 남편의 아이 키우기의 시작은 이랬구나..하며 일기를 읽어가다 보니 두 녀석들이 하루종일 내 품에서 다글다글하던 기쁨이 밀려왔다. 아이를 원했던 신혼 초의 기다림과 10달 내내 초조하게 상상해온 아기를 만났을 때의 전율이 그때보단 덜할지라도 이런 회고의 시간은 분명 내게 엄마 됨의 책임감을 되새기게 해준다. 사랑은 성내지 아니한다는데...엄마로서 우리의 아이들에게 분노하는 일이 내 안에 상처로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날마다 엄마 되는 일에 더 공부하고 노력해야겠다.
김윤희 리포터 unee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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