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그 후 1년>

지역내일 2005-12-26


가족과 집 잃은 이재민,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피해주민의 필요를 고려하지 않은 지원 … 지방관료 무상 식량공급 마음대로 중단
여성들 가부장 문화로 피해지원서 소외 … 성폭행 및 인구회복 위한 임신 강요받아


지진해일 ‘쓰나미’가 남아시아 12개국을 강타한지 26일로 1년이 됐다.
이날 태국 남부 푸켓에서는 세계 각국의 유명인사와 유가족 등 6500여명이 참가하는 추모행사가 열린다. 발생 당시 전례 없던 구호물결로 세계가 하나가 되면서 복구는 시간문제인 듯했다.
하지만 최대 피해지역인 인도네시아 아체주는 발생 1년이 지나도록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피해지역 여성들은 가부장 문화로 지원에서 소외되고 인구회복을 위해 임신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인도 아울렛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포스트 등 피해국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난민들 여전히 수용소서 고통스런 생활 = 지난해 12월 26일 크리스마스의 시끌벅적함이 채 사라지기 전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의 지진해일이 남아시아 12개국 해안을 강타했다.
이 재앙으로 최소 21만6000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최대 피해지역인 인도네시아 아체주는 16만명 이상 사망 혹은 실종됐고 50만명이 살 곳을 잃었다.
세계는 피해국을 중심으로 결집해 미국 8억5700만달러, 호주 7억3890만달러 등 경쟁적 구호기금이 물결을 이뤘다.
하지만 애초 예상됐던 피해 복구는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이재민은 여전히 친척집을 전전하거나 텐트촌 등 임시 거주지에서 정부와 구호단체가 보내주는 구호품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주택 건설 등 재건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아체재건복구기구(BRR)’에 따르면 쓰나미로 집을 잃은 난민은 모두 5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지진해일 피해로 파괴된 14만1000가구 중 재건축이 이뤄진 곳은 1만2000가구며 현재 진행 중인 곳도 1만3000가구에 불과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유엔은 남아시아국가들이 피해를 완전히 복구하려면 최소 5년은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구호를 해 달라” = “정부의 무기력함과 관료주의, 피해주민의 처지를 고려치 않는 지원과 관리체계 부재로 지원 열의가 꺾였다.”
인도 일간 아울렛은 현재 피해복구 상황의 문제점을 이렇게 진단했다.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해 오던 소 안다만 섬의 경우 피해주민에게 유리섬유로 된 배와 대출이 제공되는 등 적극적인 구호가 이뤄졌다.
하지만 유리섬유 배는 내구성이 약해 잡아 올린 고기 무게를 지탱할 수 없어 무용지물이 됐고 대출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주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뤄졌다.
피해 주민들은 “30만 루피(약 674만원)의 유리보트를 주는 것보다 차라리 7만루피를 지원하면 우리에게 필요한 나무로 된 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 우리가 받은 배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한탄하고 있다.
안다만과 니코바르에서는 피해 주민들이 배를 곯고 있는데도 지방행정 관료들이 식량공급 기간이 만료됐다면서 11월 1일자로 무상 식량공급 중단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중앙정부가 쓰나미 복구 프로그램 차원에서 지급한 82억2000만루피도 아직 피해주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은 상태다.
내무부가 부두 냉동고 건설을 위해 지급한 2530만 루피도 여전히 투자되지 않아 주민들은 고기를 아무리 낚아 올려도 그날 팔고 남은 생선을 바다로 던져 넣어야 하는 상황이다.

◆피해 여성들, 이중적 고통 겪어 = 피해 여성은 남편과 자식을 잃은 것도 모자라 가부장 문화로 이중적 고통을 받고 있다.
프랑스 시사주간 쿠리에엥떼르나시오날은 “피해여성들이 호주로 인정되지 않아 혼자 자식을 부양하면서도 지원대상 명단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난민촌에서 생활하고 있는 여성들은 과중한 노동과 성폭력의 희생양이 되고 있으며 강압적 결혼 및 출산의 압박으로 건강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포스트는 보도했다.
여성인권단체인 ‘플라워 아체’에 따르면 아체지역이 주로 이슬람인 거주지였던 관계로 당시 쓰나미가 일요일에 발생하자 남성들이 외출한 사이 집에 남은 여성과 아이들이 대부분 희생됐다. 결국 인구 불균형이 발생해 여성에게 폭력과 억압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다아체에서 서쪽으로 16km 떨어진 람푹의 5개 마을의 경우 주민 5500명 중 750명만이 살아남았으며 이중 단 40명만이 여성이었다.
그런데 생존한 극소수 난민촌 여성들이 가부장 문화에 따라 이전과 같이 아이와 남성의 시중을 들고 남성으로부터 성관계를 강요받고 있다.
플라워 아체의 어윈 세티아완은 “난민촌에서 성폭행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난민촌이 남성 위주로 이뤄져 여성은 화장실뿐만 아니라 텐트조차 남성들과 함께 써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라진 인구를 채워야 한다는 이유로 출산의 압박을 받고 있다.
영국 구호단체 옥스팜 인터내셔널은 “10대 소녀들이 강제결혼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결혼한 여성은 불량한 위생상태에서 잦은 임신의 압박을 받으며 건강을 해치고 있다”며 “여성들은 많은 자녀를 양육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삶을 개척할 기회마저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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