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보다 지능범죄 크게 늘어

여권위조 위장결혼 등 경찰 단속 강화 … 전담 수사관 증원해야

지역내일 2005-12-26
불법체류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범죄로 적발되는 외국인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경찰은 국내에서 체류하는 전체 외국인 증가가 원인이라고 보고 있지만 국제범죄단체의 국내 유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범죄로 적발된 외국인은 9103명으로 2001년 4328명에 비해 2배나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한 불법체류자는 18만8483명으로 2001년 25만5206명에 비해 줄었다. 불법체류자와 외국인범죄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분석이다.
국경없는 마을 ‘코시안타운’을 관할하는 안산경찰서 형사지원과 고석남 팀장은 “올해 안산경찰서 관내에서는 술 먹고 싸운 4건의 단순폭력사건을 제외하고는 외국인 강력범죄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불법체류자 단속을 너무 강하게 하고 있다고 내국인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마피아 부산에서 총격전 펼치기도 = 외국인범죄가 크게 증가하는 이유는 국내체류 외국인의 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국내 장·단기 체류자는 56만6835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75만873명으로 32.5% 늘어났다.
여권위조와 위장결혼 등 지능범죄에 경찰의 단속이 강화된 것이 외국인범죄 통계수치가 올라간 원인이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강력범죄가 63% 증가할 동안 지능범죄는 234%나 증가했다.
특히 경찰은 국제범죄조직의 국내 진출로 외국인범죄가 늘어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로 세력 확장을 꾀하는 국제범죄조직은 일본 야쿠자와 홍콩 삼합회, 러시아 마피아 등이다.
일본 야쿠자는 이미 수시로 국내에 입국해 재일교포 등을 이용해 국내 범죄조직과 연계를 시도하고 있다. 홍콩 삼합회도 국내 범죄조직과 연결해 필로폰 등 마약류를 국내시장에 공급하고 있으며 러시아 마피아는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국내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2003년 4월 부산에서 러시아 마피아 ‘야쿠트파’와 ‘페트라코프파’ 사이의 이권 분쟁으로 총격 사망사건이 벌어진 것이나 지난해 3월 부산지방경찰청 외사과가 러시아 마피아 조직으로부터 아편과 해쉬쉬 등을 밀반입해 판매한 러시아인 ㅈ씨(32) 등 일당 28명을 적발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불법체류자는 줄어들어 통상 ‘불법체류자 증가가 외국인범죄 증가의 원인’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2001년 25만5000여명에서 2004년 18만80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외국인 범죄는 2배나 늘어났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체류자 대부분은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한 뒤 한국에 남아 계속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신분불안으로 우발적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보는 것조차 과도한 분석”이라고 말했다.

◆지문채취해도 신분파악 어려운 외국인범죄 = 외국인범죄는 내국인범죄에 비해 범인검거 가능성이 낮아 더 큰 문제를 낳는다.
지난달 25일 연희동에서 발생한 중국동포 이 모(25)씨 살인사건은 생존한 피해자의 증언이 없었다면 용의자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김인만(47·중국국적)는 범행에 사용된 흉기에서 지문이 채취됐지만 중국에서 밀입국한데다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하고 있어 경찰이 신분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더구나 범행을 저지른 뒤 출국하거나 잠적할 경우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뚜렷한 연고지나 친인척도 없어 소재 파악이 힘들기 때문이다. 대사관을 통한 협조도 상당 기간이 소요돼 경찰을 괴롭히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범죄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전문수사관 확충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범죄의 경우 내국인 수사보다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해당국가와 외교적인 문제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에 민감하다”며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외국인범죄를 전담하는 수사관을 늘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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