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 리기탁씨 소식 접한 조금례(70) 할머니>“반갑지만 겁도 나네요”

지역내일 2001-02-01 (수정 2001-02-02 오후 2:41:38)
“아들 하나만 보고 살았습니다. 죽은 줄만 알고 제사까지 지냈는데…”
지난 50년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징집, 전장으로 떠난 남편이 전사했다는 통보를 받고 50여년 아들
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조금례 할머니(70 ·대구시 서구 내당동).
지난 46년 4남1녀의 장남인 리기탁씨와 결혼해 경북 성주군 월향면에서 살던 조 할머니는 결혼한
지 4년만에 금쪽같은 아들을 낳았지만 벅찬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남편 리
씨가 전장으로 떠나갔다.
53년 전쟁이 끝났지만 전장으로 나간 남편은 돌아올 줄 몰랐고 얼마후 전사통지서가 날아들면서 남
편의 죽음을 기리는 비석만 국립묘지에 남겨졌다.
조 할머니는 전사통지서에 기록된 남편의 기일인 동짓달 열흘마다 어김없이 ‘전사한’ 남편의 제사
를 지내왔다.
홀로 된 지난 50년의 삶은 정말 모질었다. 시부모, 어린 아들 태석과 함께 먹고살기위해 밤낮없이
들녘을 누비고 다녔다. 다행히 시동생과 올케가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아끼지 않아 큰 버팀목이 됐다.
남편이 살아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해던 조할머니는 그러나 최근 열린 3차남북적십자회담
때 교환된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후보명단에 남편이 포함돼있다는 소식을 듣고 꿈이거니 생각했다.
“죽은줄 알았던 남편이 살아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처음 국립묘지를 참배할 때의 슬픔과 비
통함이 되살아나더군요. 기쁨도 크고요. 그러나 사실 겁도 많이 납니다. 너무 오래 헤어져 있었잖아
요.”대구 유선태 기자 yous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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