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요를 통해 본 한국사회 외국인폭동 가능성 ①
“당장은 아니지만… 집단저항 가능”
외국인노동자 43만에 수십만 혼혈인 탄생 … ‘코시안 타운’ 등 국경없는 마을 잇따라
지역내일
2005-11-16
관용을 의미하는 똘레랑스의 국가 프랑스에서 차별에 저항하는 이민자들이 폭동에 가까운 소요사태를 일으킨 것에 대해 한국사회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선진사회’의 성숙함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일부에서는 프랑스 소요를 보면서 우리 모습도 돌이켜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때 60만명까지 육박한 외국인노동자는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된지 오래며 국제결혼으로 20만쌍이 가정을 꾸린 상황에서 프랑스 사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공식적으로 입국하기 시작한지 15년이 된 외국인노동자의 모습과 차별실태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파리는 불타고 있다’는 말로 상징되는 프랑스 소요에 대해 전문가들은 차별과 멸시가 지속되면 남의 일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집단거주지를 형성한 외국인노동자들이 노골적이면서도 폭력적인 차별에 집단적으로 저항할 경우 프랑스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10~20년 이후에는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주장이다.
◆10~20년 후 장담 못해 = 경기도 안산 원곡동은 중국인, 베트남인, 필리핀인, 우즈베키스탄인, 몽골인, 네팔인, 방글라데시인 등 3만명이 사는 ‘코시안(kosian) 타운’이라는 ‘국경 없는 마을’로 유명하다. ‘구로구 옌벤동’은 1만명 가량의 중국인과 중국동포가 사는 서울 가리봉동 외국인 집단거주지역의 별칭이다.
규모는 작지만 이런 종류의 외국인 집단거주지역은 경기 고양,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성동구 성수공단 인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집단거주지는 아니지만 일요일마다 형성되는 서울 서울 혜화동성당 인근의 ‘리틀 마닐라’도 외국인공동체의 또 다른 축이다.
집단거주지역 형성은 한국사회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또다른 사회구성원이 됐음을 뜻한다. 생활공간 뿐 아니라 외국인노동자들이 공동의 생활양식을 가지며 집단의식 형성 가능성도 열린 것이다.
공간을 통한 구별짓기로 빈곤이 재생산되고 범죄가 빈발하는 빈곤지역화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 서울경찰청에서 ‘구로구 옌벤동’ 지역을 관할하는 남부경찰서와 구로경찰서가 외국인범죄 최상위에 속한다.
설동훈 전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당장은 프랑스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겠지만 외국인집단거주지가 불량거주지나 범죄소굴로 변하고 이들의 실업률이 높아지면 10~20년 후에는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다”며 “한국사회의 폭력적 문화 때문에 갈등이 폭발할 경우 프랑스보다 더 심각해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시안으로 단일민족국가 무너져 = 43만명의 외국인노동자 이외에도 ‘코시안 2세’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90년에서 2004년까지 20만쌍이 국제결혼을 했다. 가구당 1~2명의 아이를 출산했다면 이미 15년 사이에만 20만~40만명에 달하는 다문화가족2세(혼혈인)가 탄생한 셈이다. 외국인노동자 중 결혼한 상태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온 8만명까지 포함하면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한국에서 성장한 ‘코시안’은 엄청나게 늘어난다.
한국은 단일민족국가가 아닌 다민족국가로 변했기 때문에 정부가 서둘러 ‘이민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정서적 차별은 어느 사회보다 높아 = 외형적으로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동남아인 등 유색인종에 대한 정서적 차별은 그 어느 사회보다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이런 차별의식은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어린세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기 수원 호매실초등학교 고아라(28) 교사가 지난 6월 18일부터 7월 14일까지 서울경기지역 초등학생 4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친구로 사귀고 싶은 인종은 백인이 가장 높은 반면 ‘어느 인종이 더 비위생적이냐’ 질문에 흑인이 43.4%로 가장 높았고, 백인이 6.9%로 가장 낮았다. 학생들은 가장 지위가 높고, 부유하며, 근면한 인종으로 한결같이 백인을 꼽았지만 동남아인들이나 흑인은 게으르고 가난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반면 외국인노동자들은 불만을 내면화하고 있다.
중국동포들은 ‘조선족’이라는 딱지를 떼기 위해 서울사람의 말과 행동, 옷차림을 따르고 있다. 여권의 영어이름도 중국식 발음이 아니라 한국식 발음으로 고치고 있다. 한국국적을 취득하기 위한 합법적인 노력 이외에도 강제출국과 중국에서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까지도 ‘위장결혼’을 하는 이들도 많다.
신분상승을 위한 방편으로 한국인처럼 보이거나 한국국적을 취득하지만 신분이나 경제적 상승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좌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좌절감이 집단화되면서 오랜 시간 반복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김경태 상담소장은 “한국사회는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라 외국인노동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 지금 사회통합 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를 잠재적 위기 상황으로 보고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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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일부에서는 프랑스 소요를 보면서 우리 모습도 돌이켜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때 60만명까지 육박한 외국인노동자는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된지 오래며 국제결혼으로 20만쌍이 가정을 꾸린 상황에서 프랑스 사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공식적으로 입국하기 시작한지 15년이 된 외국인노동자의 모습과 차별실태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파리는 불타고 있다’는 말로 상징되는 프랑스 소요에 대해 전문가들은 차별과 멸시가 지속되면 남의 일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집단거주지를 형성한 외국인노동자들이 노골적이면서도 폭력적인 차별에 집단적으로 저항할 경우 프랑스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10~20년 이후에는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주장이다.
◆10~20년 후 장담 못해 = 경기도 안산 원곡동은 중국인, 베트남인, 필리핀인, 우즈베키스탄인, 몽골인, 네팔인, 방글라데시인 등 3만명이 사는 ‘코시안(kosian) 타운’이라는 ‘국경 없는 마을’로 유명하다. ‘구로구 옌벤동’은 1만명 가량의 중국인과 중국동포가 사는 서울 가리봉동 외국인 집단거주지역의 별칭이다.
규모는 작지만 이런 종류의 외국인 집단거주지역은 경기 고양,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성동구 성수공단 인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집단거주지는 아니지만 일요일마다 형성되는 서울 서울 혜화동성당 인근의 ‘리틀 마닐라’도 외국인공동체의 또 다른 축이다.
집단거주지역 형성은 한국사회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또다른 사회구성원이 됐음을 뜻한다. 생활공간 뿐 아니라 외국인노동자들이 공동의 생활양식을 가지며 집단의식 형성 가능성도 열린 것이다.
공간을 통한 구별짓기로 빈곤이 재생산되고 범죄가 빈발하는 빈곤지역화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 서울경찰청에서 ‘구로구 옌벤동’ 지역을 관할하는 남부경찰서와 구로경찰서가 외국인범죄 최상위에 속한다.
설동훈 전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당장은 프랑스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겠지만 외국인집단거주지가 불량거주지나 범죄소굴로 변하고 이들의 실업률이 높아지면 10~20년 후에는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다”며 “한국사회의 폭력적 문화 때문에 갈등이 폭발할 경우 프랑스보다 더 심각해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시안으로 단일민족국가 무너져 = 43만명의 외국인노동자 이외에도 ‘코시안 2세’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90년에서 2004년까지 20만쌍이 국제결혼을 했다. 가구당 1~2명의 아이를 출산했다면 이미 15년 사이에만 20만~40만명에 달하는 다문화가족2세(혼혈인)가 탄생한 셈이다. 외국인노동자 중 결혼한 상태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온 8만명까지 포함하면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한국에서 성장한 ‘코시안’은 엄청나게 늘어난다.
한국은 단일민족국가가 아닌 다민족국가로 변했기 때문에 정부가 서둘러 ‘이민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정서적 차별은 어느 사회보다 높아 = 외형적으로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동남아인 등 유색인종에 대한 정서적 차별은 그 어느 사회보다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이런 차별의식은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어린세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기 수원 호매실초등학교 고아라(28) 교사가 지난 6월 18일부터 7월 14일까지 서울경기지역 초등학생 4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친구로 사귀고 싶은 인종은 백인이 가장 높은 반면 ‘어느 인종이 더 비위생적이냐’ 질문에 흑인이 43.4%로 가장 높았고, 백인이 6.9%로 가장 낮았다. 학생들은 가장 지위가 높고, 부유하며, 근면한 인종으로 한결같이 백인을 꼽았지만 동남아인들이나 흑인은 게으르고 가난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반면 외국인노동자들은 불만을 내면화하고 있다.
중국동포들은 ‘조선족’이라는 딱지를 떼기 위해 서울사람의 말과 행동, 옷차림을 따르고 있다. 여권의 영어이름도 중국식 발음이 아니라 한국식 발음으로 고치고 있다. 한국국적을 취득하기 위한 합법적인 노력 이외에도 강제출국과 중국에서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까지도 ‘위장결혼’을 하는 이들도 많다.
신분상승을 위한 방편으로 한국인처럼 보이거나 한국국적을 취득하지만 신분이나 경제적 상승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좌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좌절감이 집단화되면서 오랜 시간 반복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김경태 상담소장은 “한국사회는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라 외국인노동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 지금 사회통합 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를 잠재적 위기 상황으로 보고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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