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매매보다 더 심각한 대리모 출산
전문브로커가 개입된 불법 난자 매매 사건이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정작 사안의 심각성이 더욱 큰 대리모 문제는 관련법 미비 등으로 경찰이 수사조차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5일 불법 난자 매매를 알선해준 혐의로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붙잡힌 김 모(28)씨의 경우 건당 300만~400만원에 20대 여성 회원과 불임부부간의 난자 판매를 알선하고 알선료로 370만원을 챙겼다.
그러나 김씨는 난자 매매 알선보다 대리모 알선이 더 짭짤했다. 김씨는 1건당 3000만원씩 받고 불임부부의 난자와 정자를 채취해 체외에서 배아를 생성한 뒤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하는 대리모 알선을 통해 15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은 대리모 알선 건으로 김씨를 처벌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한 법이 없어 사법당국도 손을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리모 알선·제공·이용행위 모두 난자 제공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고 여성을 마치 ‘임신기계’로 상품화하고 있지만 처벌할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6일 일본인 불임부부에게 20대 젊은 여성의 난자를 알선한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붙잡힌 유 모(40)씨 일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씨가 운영하던 사이트에는 난자 매매 관련 글보다 대리모 관련 글이 훨씬 많았지만 경찰은 수사조차 하지 못했다.
서초서 관계자는 “유씨의 경우 대리모를 통해 훨씬 많은 돈을 챙겼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관련법이 없어 수사범위에서 아예 제외했다”며 “유씨가 운영하는 사이트에는 배아 착상을 통한 인공수정이 아닌 육체적 관계를 통한 대리출산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상당했다”고 밝혔다.
◆외국인들 불임해소 창구로 이용 = 인터넷에서 대리출산의 구체적인 방법과 시세가 제시되고 있다는 점도 충격적이다.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실이 국내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대리모 관련 모 카페를 분석한 결과 불임부부의 남편과 대리모가 직접 성관계를 해 자연임신하는, 이른바 ‘현대판 씨받이’는 건당 4000만원, 불임부부의 난자와 정자를 체외 수정시킨 후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하는 인공수정의 경우 2500만원의 시세가 일반적이었다.
박재완 의원은 “수천만원의 돈이 은밀히 거래되는 대리출산은 난자매매보다 심각한 생명의 존엄성 훼손을 부른다”며 “육체적 관계를 통한 대리출산으로 인해 가족이 파탄지경까지 이르는 경우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대리모 실태는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9월 2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 인터넷판은 한국에서는 체외수정에 대한 규제가 없고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대리출산이 법에 의해 막혀 있는 일본인들이 선호한다는 내용의 보도를 한 바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가 외국인들의 불임해소 창구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에선 대리모 급구 글 수두룩 = 인터넷 검색창에 ‘대리모’나 ‘난자공여’ 등을 검색어로 입력하면 카페 게시글이나 정보공유 게시물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포털 사이트의 대화명 ‘소나무’라는 여성은 “대리모를 지원하는 제 마음 알아주세요”라며 “나이-26세, 혈액형-A형, 키-163, 몸무게-57, 시력-양쪽 다 좋음, 결혼유무-무, 출산경험-무, 병력-아직까지 큰병 한번 걸려본 적 없음” 등 자신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모 산부인과 게시판에는 “저는 74년생 건강한 미혼 여성이고 아이를 낳아본 적 없는 초산”이라며 “단순히 돈이 필요하다”며 대리모로 자원하고 나온 여성도 볼 수 있다.
대리모를 구하는 여성의 경우 “대리모가 가능하다고 하던데 소개 해줄만한 분이 계시면 저의 가정에게 도움을 달라”며 “소개를 해주신다면 후한 사례를 하겠다”며 대리모 알선자를 찾고 있었다.
◆“관련법 조속 제정해야” = 관련법이 없어 합·불법 여부도 가릴 수 없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등 여러 나라는 대리모에 대한 법적 규제 조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영국의 경우 비상업적인 대리모만 허용한다. 상업적 목적으로 시술하는 의료인 및 의료기관은 법에 따라 처벌하지만, 사적·비상업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대리모와 의뢰한 부부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규제법의 내용이 다르다. 플로리다 등 일부 주는 ‘사전에 계획된 양자의 체결’을 전제로 대리모를 인정하지만 뉴햄프셔 주의 경우 법원의 사전 승인에 의해 합법화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대리모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반면 이스라엘은 법적으로 허용하는 대표적 국가다.
박재완 의원은 “불임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합리적인 대안을 주는 동시에 암암리에 성행하는 대리출산을 막기 위해 대리출산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관련법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석용 고성수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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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브로커가 개입된 불법 난자 매매 사건이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정작 사안의 심각성이 더욱 큰 대리모 문제는 관련법 미비 등으로 경찰이 수사조차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5일 불법 난자 매매를 알선해준 혐의로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붙잡힌 김 모(28)씨의 경우 건당 300만~400만원에 20대 여성 회원과 불임부부간의 난자 판매를 알선하고 알선료로 370만원을 챙겼다.
그러나 김씨는 난자 매매 알선보다 대리모 알선이 더 짭짤했다. 김씨는 1건당 3000만원씩 받고 불임부부의 난자와 정자를 채취해 체외에서 배아를 생성한 뒤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하는 대리모 알선을 통해 15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은 대리모 알선 건으로 김씨를 처벌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한 법이 없어 사법당국도 손을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리모 알선·제공·이용행위 모두 난자 제공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고 여성을 마치 ‘임신기계’로 상품화하고 있지만 처벌할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6일 일본인 불임부부에게 20대 젊은 여성의 난자를 알선한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붙잡힌 유 모(40)씨 일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씨가 운영하던 사이트에는 난자 매매 관련 글보다 대리모 관련 글이 훨씬 많았지만 경찰은 수사조차 하지 못했다.
서초서 관계자는 “유씨의 경우 대리모를 통해 훨씬 많은 돈을 챙겼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관련법이 없어 수사범위에서 아예 제외했다”며 “유씨가 운영하는 사이트에는 배아 착상을 통한 인공수정이 아닌 육체적 관계를 통한 대리출산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상당했다”고 밝혔다.
◆외국인들 불임해소 창구로 이용 = 인터넷에서 대리출산의 구체적인 방법과 시세가 제시되고 있다는 점도 충격적이다.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실이 국내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대리모 관련 모 카페를 분석한 결과 불임부부의 남편과 대리모가 직접 성관계를 해 자연임신하는, 이른바 ‘현대판 씨받이’는 건당 4000만원, 불임부부의 난자와 정자를 체외 수정시킨 후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하는 인공수정의 경우 2500만원의 시세가 일반적이었다.
박재완 의원은 “수천만원의 돈이 은밀히 거래되는 대리출산은 난자매매보다 심각한 생명의 존엄성 훼손을 부른다”며 “육체적 관계를 통한 대리출산으로 인해 가족이 파탄지경까지 이르는 경우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대리모 실태는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9월 2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 인터넷판은 한국에서는 체외수정에 대한 규제가 없고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대리출산이 법에 의해 막혀 있는 일본인들이 선호한다는 내용의 보도를 한 바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가 외국인들의 불임해소 창구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에선 대리모 급구 글 수두룩 = 인터넷 검색창에 ‘대리모’나 ‘난자공여’ 등을 검색어로 입력하면 카페 게시글이나 정보공유 게시물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포털 사이트의 대화명 ‘소나무’라는 여성은 “대리모를 지원하는 제 마음 알아주세요”라며 “나이-26세, 혈액형-A형, 키-163, 몸무게-57, 시력-양쪽 다 좋음, 결혼유무-무, 출산경험-무, 병력-아직까지 큰병 한번 걸려본 적 없음” 등 자신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모 산부인과 게시판에는 “저는 74년생 건강한 미혼 여성이고 아이를 낳아본 적 없는 초산”이라며 “단순히 돈이 필요하다”며 대리모로 자원하고 나온 여성도 볼 수 있다.
대리모를 구하는 여성의 경우 “대리모가 가능하다고 하던데 소개 해줄만한 분이 계시면 저의 가정에게 도움을 달라”며 “소개를 해주신다면 후한 사례를 하겠다”며 대리모 알선자를 찾고 있었다.
◆“관련법 조속 제정해야” = 관련법이 없어 합·불법 여부도 가릴 수 없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등 여러 나라는 대리모에 대한 법적 규제 조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영국의 경우 비상업적인 대리모만 허용한다. 상업적 목적으로 시술하는 의료인 및 의료기관은 법에 따라 처벌하지만, 사적·비상업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대리모와 의뢰한 부부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규제법의 내용이 다르다. 플로리다 등 일부 주는 ‘사전에 계획된 양자의 체결’을 전제로 대리모를 인정하지만 뉴햄프셔 주의 경우 법원의 사전 승인에 의해 합법화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대리모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반면 이스라엘은 법적으로 허용하는 대표적 국가다.
박재완 의원은 “불임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합리적인 대안을 주는 동시에 암암리에 성행하는 대리출산을 막기 위해 대리출산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관련법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석용 고성수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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