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전문직을 잡아라

지역내일 2005-11-07
증권사,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마케팅 치열
골프대회 자녀 스키캠프 등 서비스로 ‘유혹’
업계 “상위고객 5%가 이익 50% 차지 반영”
일각 “극소수 위해 다수 서민고객 외면” 우려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를 고객으로 잡기위한 증권사들의 물밑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전문직 종사자들은 대부분 상당한 자산을 보유한데다, 상대적으로 재테크에 밝아 투자에 적극적이어서 증권사들로선 매력적인 고객이라는 관측. 증권사들은 전문직 종사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그들만을 위한 서비스’를 내걸고 관련이익단체 등을 통해 구애공세를 펼치고 있다.
전문직 구애전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곳은 우리투자증권. 우리투증은 지난달 대한의사협회와 자산관리컨설팅 제휴를 맺었다. 협회 회원인 의사들이 우리투증을 이용할 경우 전용 자산관리컨설팅 데스크를 통해 투자는 물론이고 세무 부동산 법률 자문을 해준다는 것. 의사협회와의 제휴가 회원인 의사들에게 강제적인 이용 의무를 지우는 것은 아니지만, 대표적인 전문직인 의사협회와 제휴를 맺었다는 사실을 광고할수 있고 향후 협회를 통해 각종 서비스를 알릴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우리투증은 ‘의사들만을 위한 서비스’ 개발에 더욱 주력한다는 방침. 상당수 의사들이 골프를 즐긴다는 점에 주목, 의사들만이 참가하는 골프대회를 열거나 프로골퍼들과 함께 경기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방학 때는 의사 자녀들만이 참여하는 스키캠프를 열어 경제교육은 물론 부모들의 직업을 이해하는 강의도 구상 중이다. 우리투증은 의사협회에 이어 변호사협회나 세무사협회와도 유사한 제휴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화증권은 PB영업점을 중심으로 전문직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PB점인 서초지점은 개원의사협회와 제휴, 협회행사의 스폰서 역할을 하면서 회원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전국 129개 지점이 병원(131개) 변호사(130개) 세무사(130개) 사무실과 개별적인 제휴를 맺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삼성증권도 의사협회는 우리투증에 내주었지만, 다른 전문직 이익단체와의 제휴는 뺏길수 없다는 판단 아래 적극 교섭 중이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어떤 직종인지는 밝힐수 없지만 현재 적극적으로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전문직 종사자에 대한 구애에 적극적인 것은 숫자로는 소수지만 ‘돈이 되는 고객’이라는 현실론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투증 영업전략팀 유용주 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금융업종도 극소수 상위계층을 위한 마케팅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연구위원은 “극소수 상위계층 고객이 금융회사 이익의 절반이상을 창출하는 현실이 이같은 변화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증권 전연하 마케팅팀장은 “상위 5% 고객이 회사 이익의 50%를 넘게 내는 상황에서 그들만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으로 유치하는 것은 당연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금융기관들이 극소수 전문직 또는 자산가들에게 마케팅을 집중하면서 다수 서민고객들에게 대한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부실해지거나 사회적 위화감을 부추길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 증권사 마케팅 관계자는 “소수 전문가그룹은 그들만이 누릴수 있는 서비스를 요구하고, 증권사들은 이같은 요구를 맞추기 위해 마케팅비용의 대부분을 쏟아부을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숫적으로는 훨씬 다수지만 회사입장에선 그다지 수익에 도움이 되지않는 하위층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은 갈수록 낮아질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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