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제

지역내일 2005-10-30


“우리사주제, 경영투명성 높이는 수단”

주주인 근로자에게 균형된 정보제공 유도
공자금 투입기업 매각 과정서 다시 쟁점화
차입형·매수선택권제 도입으로 활성화 기대
예탁우리사주 50%대 수익, 애물단지 옛말

우리사주제도가 조만간 도입되는 차입형 또는 매수선택권제 도입으로 대폭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동시에 공적자금 투입기업 노조가 회사 매각과정에서 우리사주를 보유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나서면서 우리사주제도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노동계와 진보적 학계는 우리사주제도가 근로자들의 복지향상은 물론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한국기업의 불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대안으로 꼽고 있지만, 일부 정책당국자들과 다수의 기업은 근로자들이 주주의 지위를 갖는데 대해 껄끄럽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을 불가피할 전망이다.
◆ 우리사주제 현황과 미래 = 현재 우리사주제는 유상증자 또는 상장을 할때 전체 지분의 20% 한도내에서 우리사주조합에게 우선배정하는 방식이 가장 흔하게 이용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이 아예 시장에서 사들이기도한다. 우리사주가 자기 돈으로 회사 주식을 사는 경우가 전체 취득액의 84%(9월말 현재 증권금융 예탁기준)를 차지한다. 회사나 대주주가 유상 또는 무상으로 양도할수 있지만 흔치 않은 경우인 셈이다.
우리사주제도는 지난 68년 도입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94년 899개 우리사주조합이 2억200만주를 보유하던 것이, 지난달말 현재 2335개, 3억933만주로 늘었다. 우리사주조합원 수도 이미 1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만큼 대중화됐다는 얘기다.
한때 근로자들의 복지는 커녕 주가 폭락으로 주름살만 안겼던 우리사주는 최근 재테크로서도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우리사주조합원이 증권금융에 의무예탁해놓은 주식의 경우 2조6177억원에 매입했는데, 9월말 현재 시장가는 1조3952억원이 늘어난 4조1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예탁주식의 상당수가 조합원 매입주식으로 의무예탁기간이 1년인 점을 고려하면 수개월만에 53.3%의 시세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코스닥시장 우리사주조합원도 56.1%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사주제도는 조만간 도입되는 차입형 및 매수선택권제도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근로자복지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상장사로 확대된 차입형우리사주제는 회사가 보증을 선 대출금으로 조합이 우리사주를 매입한 뒤 회사 또는 우리사주조합이 차입금을 갚아나가면서, 이미 사들인 주식을 조합원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미래 성과배분형 방식이라는 점에서 노사 양쪽에 매력적이라는 관측이다. 또 우리사주매수선택권제는 스톡옵션과 달리 전 조합원에게 싯가보다 최대 20% 싼 가격에 우리사주를 매수할 권리를 준다.
◆ 우리사주제를 둘러싼 이견 = 우리사주제도를 둘러싼 노사와 학계의 시각은 아직 팽팽한 모습이다. 진보적 학계와 노동계는 우리사주제도가 근로자에게 이윤을 남기는 동시에 주인의식이 고취되면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노사관계가 대립에서 공조로 바뀌면서 노사안정이라는 사회적 순기능도 기대된다는 설명. 수년전부터 국내 대기업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적대적 M&A가 시도될 때 기업(대주주)의 편에 설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효과로 꼽힌다.
한국증권금융 이기흥 우리사주부문장은 “과거엔 많은 경영자들이 그렇잖아도 노사문제가 골치인데, 노조원들이 주주까지 되면 더욱 요구가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해 우리사주제도를 기피했던게 사실이지만 최근 노사가 윈윈하는 제도로 받아들여지면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찾는 시각도 있다. 참여정부 초기 청와대에서 우리사주제도 확대를 추진한 우리사주지원센터 안병용 전문위원은 “과거 기아차 우리사주조합은 상당한 수준이었지만, 주주로서의 책임을 경영자에게 완전히 일임하면서 회사가 부도가 나자 근로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며 “LG카드의 경우 대주주측 세력들이 자신들이 가진 정보를 이용해 사전에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회사 유동성위기의) 피해를 입지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안 위원은 “두가지 사례에서 보듯 대주주들이 지배구조상에서 견제를 받지 않고 전횡을 일삼으면서 정보의 불균형이 가능해졌고, 이는 결국 불투명한 경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안 위원은 “우리사주제도의 도입이 지배구조를 개선시키면서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 궁극적으로 투명한 경영을 이끌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기업과 일부 당국에선 여전히 우리사주제도에 대해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린다. 최근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 등 노조가 회사 매각과정에서 10%대의 우리사주매입을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일부 당국자와 기업측에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싯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팔 경우 공적자금 회수에 차질이 생긴다는게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배경에는 노조가 주요 대기업의 주요주주로 등장한다는 사실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침해의 출발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리사주제도가 아직 대중적으로 확산되지 않는데는 근로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관측이다.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은 지난 2000년 3.4%에 지난 8월말 현재 1.9%까지 줄어든 상태다. 우리사주조합은 늘었지만 지분율은 줄어든 것. 그만큼 의무예탁기간만 지나면 대부분 우리사주를 팔아치운 것이다. 증권금융 이기흥 우리사주부문장은 “아직도 상당수의 근로자들은 우리사주가 애물단지가 되곤하는 안좋은 기억 때문에 의무예탁기간만 지나면 팔아치우는데 급급하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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