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법관에 마이어스 지명

오코너 후임 … 공화진영 보수파 ‘덜 보수적이다’ 반발

지역내일 2005-10-04
미국의 새로운 연방 대법관에 백인 여성인 해리어트 마이어스 백악관 법률고문이 지명됐다.
부시 대통령의 선택에 대해 민주당 보다는 공화당 진영내 보수파들이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어 격한 인준 투쟁을 피하는 대신 당내 분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 대법관, 판사 아닌 변호사출신 측근 =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3일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의 후임으로 해리어트 마이어스 백악관 법률 고문을 지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최초의 여성 대법관인 오코너 후임에 세 번째 여성 대법관 후보로 측근 여성 참모인 마이어스 법률 고문을 낙점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판사대신에 법관 경력과 재판기록이 전무한 텍사스 출신 이너 서클의 인사이더를 대법관으로 발탁했다.
마이어스 새 연방대법관 지명자는 올해 60세로 한번도 결혼한 적이 없는 독신 여성이다. 남부 감리교 대학과 법과대학원을 졸업하고 텍사스에서 6대 대형회사인 달라스의 한 법률 회사에서 26년동안 일했고 여성 최초로 텍사스 변호사 협회 회장을 지냈다.
마이어스 지명자는 2001년 부시 1기 때부터 백악관에서 일해온 부시 대통령의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측근 여성 참모이다. 마이어스 지명자는 부시 2기 들어 비서실 차장에서 백악관 법률고문으로 승진임명돼 부시의 최고위직 여성 참모 3인 방으로 꼽혀왔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이번 대법관 선택에서 딕 체니 부통령 낙점때와 같은 방식을 취했다. 부시 대통령은 마이어스 법률 고문에게 오코너 대법관 후임자를 물색하도록 임무를 부여 했다가 리스트에는 없던 그녀를 선택한 것이다.

◆민주 안도, 보수파 반발 = 부시 대통령의 마이어스 대법관 지명은 이례적으로 민주당측의 거센 반발이 아니라 공화당 진영내 보수파들의 노골적인 불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 기반 중에서 강경 보수파들은 이날 마이어스 지명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이른바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대표적 인물인 위클리 스탠다드의 발행인 빌 크리스톨을 비롯한 강경 보수파들은 “부시 대통령은 잘 알려진 보수파 법관을 지명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린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표적 보수파 라디오토크쇼인 러시 림보쇼에서도 딕 체니 부통령을 불러놓고 “마치 민주당측 후보를 대법관에 지명한 것 같다”는 비난을 쏟아 냈으며 체니는 마이어스 지명자가 보수적인 법철학을 갖고 있다는 점을 믿어달라며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이에 비해 민주당 진영에선 철저한 검증을 공언하면서도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면서 비교적 안도하는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 대표는 이날 “마이어스 지명자는 나와 같은 소송변호사를 지냈기 때문에 좋아한다”며 공개적으로 선호입장을 표시하고 “실질적인 변호사 출신이 연방대법관으로 가세함으로써 미국민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준청문회를 주관할 상원 법사위원회 소속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의원은 “우리는 마이어스지명자의 법철학을 잘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철저히 따져 물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녀가 미국 주류의 공감대를 얻는 지명자일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해리 리드 대표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조언을 구해온 부시 백악관에게 마이어스 대법관 지명을 지지 또는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측은 상당수 공화당 의원들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까지 마이어스 법률고문을 대법관에 마이어스 대법관 지명자가 지난 1988년 대선전에서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에게 1000달러를 기부했던 기록을 두고서도 보수파 진영에선 문제삼고 있는 반면 민주당 진영에서는 은근히 남의 편만은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는데 활용하고 있다.

◆이례적인 인준청문회 될 듯 = 민주당 진영에서는 마이어스 지명자가 법관 경력과 판결기록이 전혀 없고 주요 이슈에 대한 입장조차 알려져 있지 않아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진영은 부시 대통령이 우선 최초의 여성 대법관인 샌드라 데이 오코노 대법관 후임 에 여성 후보를 지명함으로써 여성 낙태권 등 핵심 이슈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내비치고 있다.
나아가 이념적인 강경 보수파판사 출신이 지명됐다면 연방대법원 보혁구도가 6대 3으로 바뀔 것으로 우려해왔으나 최악의 사태는 피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11월말 추수감사절 이전 표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마이어스 대법관 인준 청문회에서는 민주당의 인준투쟁 보다는 공화당 보수파 의원들의 집중 추궁이 있을 것으로 예상 되고 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5907@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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