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내부 차별을 말한다 - 화교·이주노동자

지역내일 2005-08-12
짧게는 15년, 길게는 100년 이상 대한민국 동거인으로 살아온 이들이 있다. 우리 사회의 소수민족처럼 독특한 지위를 구축하고 있는 한국 화교와 이주노동자다.
세월과는 무관하게 그들은 이방인, 주변부만 맴돈다. 경제활동을 하고 각종 세금을 내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의무는 한다. 교육이나 복지 문화 등 의무에 상응하는 권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법·제도적 지위는 불투명하고 일상은 차별 투성이다. 하소연이라도 할라치면 ‘억울하면 귀화하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기 일쑤다.
이방인일 수 없는 우리들의 동거인, 한국 화교와 이주노동자를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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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한국인처럼 권리는 외국인만큼
한국화교 - 영주권은 있다, 교육·복지 혜택은 없다

지난 6월 한성화교중학교(고등부)를 졸업한 우혜연(20·서울 서대문구)씨. 올 가을 치러지는 수시 2학기 외국인 특례전형을 준비 중이다. 고등부 1학년 때부터 입시 준비를 시작한 우씨. 그 첫 단계는 화교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의 이혼이었다.
“엄마 아빠 모두 외국인인 학생만 특례입학이 되도록 규정이 바뀌었대요. 한쪽이 한국인이면 이혼한지 3년이 돼야 완전한 외국인으로 인정한다는 거였어요.”
딸의 진학을 위한 형식적 이혼은 실생활에서 갈등을 낳기도 했다. 화교 학생들 가운데 절반가량은 부모 중 한쪽이 한국인. 다행히 우씨의 부모님은 곧 평소 관계를 회복했지만 상당수 친구들은 가정파탄으로 고통받고 있다.
정작 전공은 고려 대상도 못된다. 취업이나 승진 차별이 없는 자영업 가운데 안정적인 직종은 그리 많지 않다.
▲국방의 의무 빼곤 다 한다 = “대한민국에 살면서 낼 세금 다 내는데 돌아오는 혜택은 하나도 없다.”
한성화교협회 왕문영 부회장에 따르면 화교사회에서 가장 지원이 절실한 분야는 교육. 현재 2800여명이 다니고 있는 4개 중학교와 28개 초등학교 운영비 전액은 학부모 주머니에서 나온다. 대만과 중국 정부와 지역 화교 인사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시설비 등을 일부 보탤 뿐이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한성화교소학교만 해도 1960년대 후반 2200명에 달하던 학생이 지금은 530명에 불과하다. 요즘도 연간 30~40명씩 줄고 있다. 소학교 진사의 교장은 “전학생 10명 중 한두명은 매달 15만원씩 내는 학비가 부담스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 수가 더 줄어들면 합반을 해야 할 판이다.
최근 화교중학교를 졸업한 한 학생은 “시설이 옛날 그대로이고 최근 들어서는 과목을 겹치기로 가르치는 교사 수가 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 장애인 등록 안돼서 귀화 = 장애인과 노인에 대한 지원 등 복지 분야도 관심의 대상이다. 화교심신장애복무회 왕애려 회장은 “의료보험은 강제 가입인데 의료보장구 등 장애인 지원이 안된다”며 “심지어 한국에서 태어나 살면서 교통사고 등으로 후천적 장애를 입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화교 가운데 파악된 장애인만 100여명. 대부분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이지만 특수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왕 회장은 “정신지체인 23세 청년의 부친은 아들이 미성년일 때 한국 국적을 선택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귀화해야만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다는 건 세계화시대의 복지정책과 걸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젊은 층들에게는 외국인등록번호를 인식하지 못해 별도의 신원확인절차를 거쳐야 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불편을 넘어선 차별. 아예 한국인인 엄마의 주민등록번호로 등록해버린다. 현금영수증센터 등록을 시도했던 한 화교 누리꾼은 “10년간 직장생활하면서 소득세를 납부해왔는데 내 외국인번호가 국세청에 등록돼있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성토했다. 공무원 등 일부 직업에 대한 제한이 아예 논의 대상에도 끼지 못한다.
▲ 중국인과 한국인의 중간 = 한성화교협회 왕문영 부회장은 “화교들은 최소한의 권리주장에도 주저한다”고 말했다. 120년이라는 긴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재산권 행사나 영주자격을 얻은 게 최근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외환위기 이후 동남아 화교 자금이 필요해 취해진 조치라는 게 화교권의 시각이다.
왕 부회장은 “(화교들이) 결국은 한국화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실제 소학교의 경우 중국말을 못하는 아이들이 교육상 어려움으로 떠올랐다.
신세대들은 한국 사회와의 교류가 제한적이었던 1,2세대와는 다르다. 30대 이하의 젊은 화교들은 50% 이상이 한국인과 결혼했다. 복지시설에서 독거노인의 도시락을 배달하고 장애인을 돌보는 한성화교중학교 청소년들은 다른 사회 구성원들과의 어울림을 추구한다.
대만 국적을 갖고 있지만 “음식이 입맛에 맞고 문화가 익숙한 한국이 편하다”는 우혜연씨는 “중국인인 동시에 한국인일 수는 없을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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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만 알아듣는 몽골 아이
이주노동자 - 부모 신분 때문에 자녀 기본권도 제한

“김치찌개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는 질문에 오카(중1·경기도 고양시)는 망설이지 않는다. 몽골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몽골에서 9년을 살았지만 아이는 스스로를 “60%는 한국인”이라고 말한다.
한국에서 태어난 동생 이웰트(14개월)는 한술 더 뜬다. 울며 보챌 때도 한국말로 ‘엄마’를 찾고 엄마나 누나도 한국말로 이웰트를 달랜다.
▲출생신고도 못한 무국적자 = 엥희진(36) 바기(35)씨 부부는 5년 전 600만원을 빌려 가짜 여권을 만들어 불법체류자 대열에 합류했다. 신분은 불안정하지만 가족이 함께 있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다만 부모처럼 ‘불법체류자’ 신세인 아이들 앞날이 걱정이다.
오카는 중학생일 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학교장의 배려 덕분이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진학을 희망하지만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다. 그 전에 돌아간다고 해도 문제다. 아이는 벌써 고국의 말과 교육내용을 빠르게 잊어가고 있다.
둘째는 출생신고도 못한 무국적자. 대사관에 신고할 순 있지만 불법체류 사실이 드러날까 싶어 엄두도 못냈다. 몽골에선 부모가 현지에 있어야 가능하단다.
이웰트가 아파 응급실을 찾았을 때는 한국 사회의 비정함을 절감했다. 곧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아이를 두고 병원에선 보증인이 없으니 치료비를 선납하라며 손을 놓아버렸다. 엥희진씨는 “(친척이) 무릎 꿇고 빌어도 안돼요, 몽골에서는 이런 일 없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향 친구들이 돈을 모금해온 뒤에야 치료가 시작됐다.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코시안’ = 엥희진씨네 같은 이주노동자 가족이 얼마나 더 있는지, 정확히 파악된 자료는 없다. 코시안(코리아+아시안)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엥희진씨는 상대적으로 행복한 엄마다. 이주여성인권연대 김민정 간사는 “여성들 다수가 핏덩이를 비행기에 태워 고향의 부모나 친척에게 양육을 위탁한다”고 고발했다. 현행법이 출생신고 기간인 한달 안에 아이를 본국으로 보내면 외국인등록 절차나 범칙금을 면해주기 때문이다.
출입국사무소에 출생신고를 않으면 자녀도 불법체류자가 되어 범칙금 부담이 커진다. 서로 다른 나라 출신인 이주노동자들이 결혼할 경우에는 혼인신고나 출생등록 모두 문제가 된다.
‘불법’체류자는 아이가 아파도 병원에 쉽게 가지 못한다. 치료비를 책임질 ‘합법적’ 보호자가 없어 치료·입원을 거절당하기도 한다. 일산종합사회복지관 정은숙 복지사는 “외국인노동자의료공제회가 있지만 인정하지 않는 병원이 많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빠져나가면 공동화 우려 = 국내에 체류중인 이주노동자 숫자는 30만~40만명으로 추산된다. 대한민국 1%인 셈이다. 경제활동 인구로만 따지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경기도 부천시를 보자. 외국인노동자가 적을 때는 1만~1만5000명, 많을 때는 2만명에 달한다. 80만 부천시민 가운데 절반을 노동인구로 잡는다면 이주노동자 비중은 5%로 껑충 뛴다. 최 사무국장은 “불법체류자라도 그들이 내는 부가가치세는 지자체로 돌아간다”며 “과연 그만한 존재로 인정받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비중이 1.3%에 달하는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은 “상권이 달라지고 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집계에 따르면 병원환자의 60%, 미용실과 복덕방 고객의 70%와 90%가 외국인 손님이다. 이주노동자가 빠져나갈 경우 공동화 현상까지 우려될 정도란다.
전문가들은 이주노동자 정책이 출입국관리법과 분리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불법체류자라도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동등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 최현자 사무국장은 “관련 조례를 개정해 최소한의 의료·교육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복지 프로그램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는 국적취득과 출생등록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특히 국내 출생 아동에게는 국적을 부여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로 통하는 문 = 이주노동자는 국제교류를 가능케 하는 우리사회의 문이자 통로.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 최현자 사무국장은 “다문화시대에 걸맞게 지역마다 아시아 각국과 연결할 수 있는 국제적 거점을 만들고 외국인노동자 공동체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때는 이주노동자도 우리 사회를 단순히 돈벌기 위해 온 나라 이상, 나누고 싶은 땅으로 인식할 거란다.
IMO 한국사무소 고현웅 소장도 “그간 우리 사회의 외국인 정책은 밀어내기 식이었다”며 “사회통합을 위한 투자는 절대 헛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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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선 외국인도 주민권 행사
외국인에게 선거권 기초수급권 부여 등 논의중

지난달 27일 치러진 제주도민 투표는 행정구조개편에 대한 주민들의 의사를 직접 확인한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사상 처음으로 114명의 외국인들이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투표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영주체류자격이 있는 20세 이상의 외국인 주민을 주권자로 인정하고 있다.
외국인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다. 잠깐 살다가 자기 나라로 돌아갈 사람이 아니라 같은 지역사회를 사는 이웃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은 ‘국내 거주 외국인 등에 대한 자치구·시·군의 의회 의원 및 장의 선거권 부여에 관한 특별법안’을 준비했다. 난민을 포함한 20세 이상의 외국인이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외국인 등록을 마치고 90일 이상 거주하면 기초자치단체 선거의 투표권을 주자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피선거권은 물론 선거권과 정치활동도 할 수 없다. 정 의원측은 이 법안이 △일본 내 한국인 등 재외국민과 재외동포의 권익향상 △국제화시대에 맞는 국가이미지 개선과 맞닿아있다고 보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기초수급권을 외국인에게 확대해야 한다는 법안을 마련해놓았다. 영주자격을 갖고 있거나 대한미국 국적의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외국인, 즉 화교와 국제결혼 여성이 대상이다.
외국인은 심각한 국가문제로 대두된 저출산과 고령화의 해법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한다. 최근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는 인구 증가와 노동력 확보 방안 가운데 하나로 이민정책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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