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요즘 입가에 늘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만나는 사람마다 경사라도
났느냐고 물어도 그냥 웃음으로 화답할 뿐이다. 표정이 밝고 발걸음도 활기차다.
재벌그룹들이 이달말에 폭주하는 만기도래의 기업어음으로 살얼음을 걷고 주가 폭락에 노사
분규까지 겹쳐 설상가상의 상황에 빠진 것과 달리 고민고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계열사
가 올해 4000억원의 순익을 거둬 직원들의 사기가 중천에 떠있어서다. 모든 계열사가 흑자
를 내기는 창업 52년만에 처음이다. 때문에 임직원들은 종무식 때 '흑자경영의 축포'도 준비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 회장은 외환위기 직후 임직원들은 모아놓고 "마취를 하지않고 생살을 도
래내는 심정으로 구조조정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주된 가지를 잘라내는 것도 부족해 폐
부(주력기업)격인 한화에너지도 팔았다. 15개의 기업(지분 부분시설 포함)과 무려32건의 부
동산을 처분했다. 500%에 맴돌던 부채비율이 지금은 140%로 뚝 떨어졌다. 생산성은 높아지
고 임직원들의 기업에 대한 애사심 등 정신력도 재창출됐다.
김 회장의 必死則生 必生則死(필사즉생 필생즉사)의 경영론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재
도약을 위해선 '전략적 선택과 집중'이란 경영전략이 적중했다.
김회장은 요즘 의리란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의리는 신용이고 '돈'이며 자본주의 유통의
기초임을 설파한다. 그것은 노사, 거래업체, 고객과의 신뢰이기도 하다.
한화그룹의 사업의욕이 왕성한 까닭이 모두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피해간 지혜에서 연유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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