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바람둥이인가 시대의 박애주의자인가

진정한 사랑 찾기위해 ‘왕실의 인형’에서 탈출을 꿈꾸다

지역내일 2005-08-29 (수정 2005-08-29 오후 2:08:12)
다이애나 사랑을 찾아서
앤드루 모튼 지음 /유향란 옮김
이너북 /1만5000원

신데렐라처럼 나타났다가 드라마처럼 사라진 영국 황태자비 다이애나. 그녀는 죽었지만 영국은 물론 세계는 아직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다. 그녀에 대한 책은 언제나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녀에 대한 후일담들은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너북에서 최근 낸 ‘다이애나 사랑을 찾아서’도 그녀의 사후에 발간됐다는 점에서 다른 책들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 책은 앤드루 모튼이 지었다는 것만으로도 여느 다이애나와 관련한 저술과는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저자는 1992년, 다이애나의 지원을 받으며 당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녀가 외로움과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의 ‘다이애나 : 그녀의 진실한 이야기’를 펴내 세계적으로 적잖은 파장을 일으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온갖 소문과 황색언론의 기사로만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다이애나가 실제로는 어떤 인물이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남성들과 염문을 뿌리며 신문의 해외토픽을 장식해오다 드라마처럼 의문의 죽음을 맞은 스캔들 주인공 다이애나. 우리는 보통 그녀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이 그녀의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를 책을 통해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나 근본적으로 정서가 불안정했던 여인, 피해망상증에 빠진 편집증 환자로 취급받고 남편 찰스 왕세자와 불행한 결혼생활을 보내다 이혼한 여인.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낸 그녀. 이 책에는 그녀의 삶의 궤적을 따라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특히 저자는 여러 사건들을 통해 그녀를 왕세자비가 아닌 한명의 연약한 여인이자 가엾은 인간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녀가 왜 자살을 시도했는지, 자신의 몸을 자해하고 임신중에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을 갖고 보면 ‘왕실의 인형’으로서의 그녀의 삶이 어땠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녀의 ‘사진’만을 원했다. 1997년 8월 31일 애인 도디와 함께 교통사고로 사망한 그 순간에도 파파라치들의 플래시는 여기저기서 터졌으며 죽은 직후에도 그녀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발표되느냐 아니냐에만 관심을 보였다. 그녀는 죽는 순간에도 왕실과 세상에 내던져진 제물이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물론 다이애나를 올리버 호어, 제임스 휴이트, 하스낫 칸, 폴 버렐, 베리 매너키, 도디 파예드 등 무수한 남성들과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여온 남자관계가 복잡한 여성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그녀의 내면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여 본다면 다이애나의 삶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국 왕실의 존엄한 왕세자비가 아니라 사랑을 갈망하며 고독과 외로움 속에 살아야 했던 여인 다이애나가 그녀의 진정한 모습이라는 얘기다.
데일리 메일지의 왕실 출입기자였던 저자는 그녀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통해 이 책을 썼다. 내용도 단순한 전기 형태가 아닌 인터뷰 형식으로 꾸몄다. 그래서 책을 읽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앤드루 모튼은 다이애나의 마지막 5년 동안의 삶을 연구하면서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불신과 배신, 냉소적인 조작 등에 대해 조사자이자 보도 작가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동원했다. 다이애나의 희망과 공포, 고통과 기쁨을 보여주기 위해 인터뷰를 포함, 수많은 미공개 자료 및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독자적인 자료 조사를 통해 전기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저자는 이 책 ‘다이애나 사랑을 찾아서’ 외에 ‘다이애나 : 그녀의 진실한 이야기’, 모니카 르윈스키가 공인한 전기인 ‘모니카의 이야기’ 등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저술들을 보유하고 있다. `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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