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식 기자 ssmun@naeil.com
‘자고 일어나기가 두렵다’
평범한 서민들은 요즘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 때문에 삶이 버겁고 두렵기만 하다고 아우성이다.
연이은 공공요금 인상이 심리 압박감을 더하고, 추석명절과 태풍이 겹치면서 각종 채소 가격이 2
배에서 5배까지 폭등, 물가 체감지수를 잔뜩 높여 놓고 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공공요금 쪽이다. 공공요금은 경제 구조에서 파생된 것으로 단기처방이 어렵
다는 점에서 살벌한 긴장감마저 뿜어내고 있다.
버스요금 지하철요금 인상을 시작으로 전기료, 의료보험료, 부동산 중개수수료 등 각종 물가가 줄
줄이 오르고 있다. 또한 물가인상폭은 올랐다 하면 최고 100%다. 이들 물가는 상당부분 정부의
정책 실패에 기인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7월 버스요금 13·8%, 9월 지하철요금을 약 14·34% 인상했다. 이와 함께 8월 의약
분업에 따른 정치·경제적 부담을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막았다. 진료거부 등 의사들이 집단으
로 반발하자 정부는 의료수가를 최고 100% 가까이 인상하는 안이한 처방전을 내놓았다.
조영실(42·여·경기도 고양시 대화동)씨는“얼마 전 아이가 아파 이틀 분 약을 조제하는 데 의사
처방료와 조제료로 6600원 들었다. 전에는 3200원이면 가능했다”면서 “힘있는 기득권층을 위해
번번이 말없는 서민이 덤터기를 써야 하는 이 나라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10월 전기료를 최고 100% 인상키로 한 데 이어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100%까지 인상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지역 의료보험료도 10월 20%, 내년 6월 20%가 다시 오른다. 직장 의료보
험료는 내년 28·4% 오를 예정이다.
인상 대기중인 물가는 이뿐만이 아니다. 상수도요금이 금년 12월 14·9% 오르고, 내년부터 담배
소비세가 갑당 133원, LPG 요금이 21·3% 오른다.
유가인상에 따른 피복비 등 공산품 가격도 상승행진을 시작했고, 과외규제가 풀리면서 과외비 부
담이 이미 60∼70% 늘어났다. 과외는 안 시키면 그만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내 자식이 경쟁
대열에서 뒤떨어지는 것을 눈뜨고 볼 수 없는 것이 이 시대 서민들의 정서이자 끈끈한 애착이다.
정부는 금년 초 유가가 25달러 이상으로 치솟는데도 “문제없다. 제3의 오일쇼크는 없다.”고 낙
관론을 펴다가 뒤늦게 심각성을 느끼고 허덕이고 있다. 정부가 이렇게 해서 내놓은 대책이 고작
가격인상이다.
한국은 IMF 후 중산층이 붕괴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전에 비해 경
제가 95% 정도 회복됐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IMF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초래,
부의 불평등구조를 심화했기 때문에 서민들이 겪는 물가인상의 체감지수는 고통 그 자체다.
주부 박현숙(41·서울시 용산구 동부이촌동)씨는 “남편이 IMF 때 월급이 대폭 깎인 후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 물가가 조금만 올라도 가계주름살이 깊어진다”고 삶의 고달픔을 토로했다. 그는 정
부가 서민들이 믿고 기댈 의지처가 되어주지 못해 안타깝다고도 말했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경기예측 능력과 위기관리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들은 경제 문제를 서민들의 주머니로 해결하려는 정부의 안이한 태도에 대해 어떻게
제동을 걸고 저항해야 할지 방법을 찾느라 골몰하고 있다.
주제목 : 채소·과일값도 폭등… 장기화할 듯
문상식 기자 ssmun@naeil.com
중부이남에 큰 상처를 남기고 지나간 제14호 태풍 사오마이의 영향으로 수확량이 크게 감소, 채소
와 과일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예년에는 추석이 끝나면 채소와 과일값이 내림세를 보였으나 금년에는 추석과 태풍이 겹친 탓인
지 오히려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추석 연휴 전에 비해 상추 소비자가격이 1근에 5백원에서 2200
원으로 4배이상 오르고, 대파가 1200원에서 3500원으로 3배 가까운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얼갈
이배추도 1단에 1300원에서 3500원, 시금치와 애호박도 3배 내지 5배의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사오마이는 배 사과 등의 주산단지인 영남 호남 등 중부이남을 강타했으며, 홍수로 인한 침수 피
해와 함께 바람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오마이는 최대 풍속 36m, 반경 500∼600
㎞로 발달하여 중부이남에서 광포한 세력을 유지했다. 이번 태풍은 대구시 북구청 앞 가로수들이
하나 걸러 하나씩 뿌리가 뽑힐 정도로 심한 상처를 남겨 과일농가에 치명상을 입혔다.
황운연(42·충북 영동군 상촌면)씨는 “수확기를 앞둔 초가을 태풍의 경우 사과 배 등 과일에 큰
피해를 주는데, 이번 사오마이가 그랬다”면서 “배가 거의 다 떨어져 금년 농사를 망쳐 버렸다”
며 한숨을 쉬었다.
사오마이는 본격 태풍이 오기 2,3일 전부터 많은 비를 동반해 3,4일 동안 줄기차게 뿌렸다. 이로
인해 김장채소인 배추 등이 무르거나 녹아 내리는 등 성장에 지장을 초래, 수확량 감소와 이에 따
른 장기적인 가격오름세가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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