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합병으로 세계금융산업 지도 바뀐다

생존위해 적과도 동침...국경이나 업무영역 붕괴 오래전

지역내일 2000-12-17 (수정 2000-12-17 오후 7: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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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댜. 대형 금융회사들의 연이은 합병(Mega-Merger)은 세계 금융산업의
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의 금융시장
에 인수합병(M&A)열풍이 불고 있다.
은행이 합병하려는 목적은 덩치를 키우고 효율과 첨단 금융기법을 높이기 위함이다. 그러나 경영위
기를 피하기 위해 합병을 하면, 회사가 안고있는 문제가 고스란히 합병 후에도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국민.주택은행 합병선언이 임박한 가운데 최근 금융권 합병 추세와 성공비결에 대해 살펴본다.


본문

세계적 금융회사들은 전략에 따라 서로에게 조금만 이익이 된다면 어제의 적과도 손을 잡는다. 금융
회사의 합병에 국경이나 업무영역의 경계선이 무너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그러나 단기 주가차익
을 노리는 합병이 아닌 합병 후 전략과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고려한 합병을 선호하고 있다.

◇초대형 합병으로 생존 모색=일본은 유럽과 미국에 대항해 자국시장을 방어하는 한편 금융부실을
털어낸 후 세계시장으로 재진출하기 위해 대형화를 서두르고 있다.
다이치간교 후지 니혼고교가 합병을 통해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으로 변신하며 단숨에 총자산 기준
세계 1위로 뛰어올랐다. 미국 씨티그룹은 99년 살로만스미스바니를 거느린 트레블러스그룹과 합병한
데 올들어 영국 슈로더의 투자은행 부문을 인수했다. 체이스도 케미컬은행과 합병한데 이어 로버트
플레밍을 인수했고 BOA(뱅크아메리카)와 내이션스 뱅크가 합쳤다.
독일의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미국의 투자은행인 뱅커스 트러스트를 인수한데 이어 올들어선 무산되
긴 했지만 드레스너 방크와 합병을 시도했다. 프랑스의 BNP는 소씨에떼 제네랄과 합병협상중이
던 파리바은행을 가로채 BNP파리바은행으로 변신했으며 도이체방크와 합병이 무산된 드레스너방
크에도 손짓을 보내고 있다.

◇합병 성공조건은 최고경영자=트래블러스와 합병한 시티뱅크는 세계최대의 금융서비스회사인 시티
그룹을 만들어 비용절감을 통해 큰 이익을 냈다. 경기가 좋을 때는 합병을 진행하기 수월하고 성공확
률이 높다. 경기가 상승세를 탈 때 이익을 내기도 쉽다.
합병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구성원간의 융화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최고위층 인사의 경우 더욱 그
렇다. 한 회사에 오너가 둘인 체제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합병시 한쪽의 오너가 다른 오너보
다 낮은 직책을 맡는 아량이 필수 적이라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7월 27일자에서 밝혔다.
시티뱅크의 존 리드는 수개월동안 결정을 내리지 못하다가가 결국 트래블러스의 샌디 웨일에게 자리
를 내주었다. 물론 합병이 종종 실패한다는 사실이 합병을 피해야 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
다고 합병이 회사가 안고 있는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주는 돌파구도 아니다. 합병 전에 경영자가 이전
에 행해진 여러가지 합병의 경험을 잘 연구한다면 합병 자체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경영자의 실행력이 중요=반면 경영위기를 피하기 위해 합병을 하면, 회사가 안고있는 문제가 고스
란히 합병 후에도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합병대상을 물색하는 기간에는 위험보다는 합병이 가져다줄 기회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 십상이다.
따라서 합병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영자들이 현명한 전략을 갖고 이를 재빨리 전략을 실행에 옮기
는 등 빠른 조정 작업이 필요하다.
합병 전에 철저한 사전조사와 합병을 대비한 준비가 중요한 만큼 합병후의 전략도 결코 간과할 수 없
다. 합병 후 기업문화 차이, 경영진 불화, 인력 감축을 우려한 종업원들의 반발 등 내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일본사례> 3개 은행 통합 세계최대은행 탄생

일본은 지난 99년 8월 이후 급격한 메가머저가 성사됐다. 99년 8월 다이이치간교은행, 니혼고교은행,
후지은행이 합병해 미즈호 그룹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해 포문을 열었다.
또 올해 4월엔 일본 1위 자리를 유지했던 도쿄 미쓰비시은행이 미쓰비시 신탁과의 합병을 발표했다.

◇미즈호 홀딩스=다이이치간교 후지 니혼코교은행 등 일본의 3개 시중은행이 8월 29일 금융지주회사
‘미즈호 홀딩즈’의 설립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3개 은행으로 이뤄진 미즈호 파이낸셜그룹은 총자
산 141조엔이 넘는 세계 최대의 금융기관으로 출범했다.
지난해 3월 결산에서 후지은행은 업무 순이익이 8개 대형은행 가운데 최하위였고, 일본니혼고교은행
은 업무이익률이 최하위를 기록했다. 다이이치간교은행도 존폐위기에는 있지 않았지만 업무 순이익
이 비교적 낮은 은행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이들 일본내에서 부실 은행으로 꼽히는 은행은 전략적인 합병 방안이었다고 평가된다. 다이
이치간교는 리테일 분야에서 기반을 두고 있었고, 후지는 시장운용업무, 니혼고교는 투자은행업무에
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은행으로 이런 차별화된 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합병이었
다. 물론 합병은행인 다이이치간교와 후지은행이 관동지역에 거점을 둔 은행으로 점포 중복이 심해
시너지 효과가 없는 합병이라는 비판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오히려 점포 등 부동산 매각으로 자금
여력을 회복한 후 이를 막대한 투자를 요하는 시스템에 재투자함으로써 전자금융 등 새로운 영업에
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전략을 세웠다.
어쨌든 이번 통합으로 2조엔이 넘는 수익력을 보유하게 되며 막대한 시스템 관련 투자가 가능하다.
또 세계적 금융재편 흐름 속에서 통합을 서둘러온 일본 금융업계의 재편에 자극제가 되었다.

◇미쓰비시도쿄 파이낸셜 그룹=2001년 4월 도쿄미쓰비시, 미쓰비시신탁, 니혼신탁이 주식이전 방식
을 통해 지주회사를 설립한다. 이들 은해의 결합은 도시은행과 신탁은행이 합병한다는 사례를 남겼
다. 총자산 97조엔, 신탁재산잔고 45조엔의 세계4위의 종합금융그룹이 탄생한다. 상업은행 기능, 신탁
기능 등을 융합한 새로운 상품·서비스 및 신종 비즈니스를 개발해 상류 고객층을 공략하겠다는 전
략을 가졌다. 전략 단계에 따라 통합후 은행 부분과 신탁부분을 나눈다. 특히 신탁합병을 통해 규모
의 확대로 효율화를 기할 계획이다.


<미국사례> 체이스맨해튼 JP모건합병으로 5000명 감축

체이스맨해튼은 지난 9월 JP모건에 대한 인수를 발표했으며 지난 12일에는 미 연방거래위원회에서 합
병허가를 얻어냈다.
두 회사는 올 연말까지 350억달러 규모의 합병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자산
총액이 6750억달러에 달한다. 합병을 앞두고 있는 체이스맨해튼과 JP모건은 고민이 많다. 14일(현지시
간) 5000명 감원계획과 함께 4분기 수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자본시장환경 악화와 비용
상승으로 4분기 수익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회사측은 전망했다. 공기업 투자
에 따른 손해와 자회사인 체이스캐피털파트너스의 영업 부진도 4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합병에 따른 인원 감축은 5000명 선에 이를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9월 합병 추진 발표 때의 3200
여 명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실적 악화와 감원계획 발표에 따라 뉴욕주식시장에서 두 회사 주가
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체이스맨해튼 주가는 전날보다 4%(1.63달러) 하락한 42.88달러에 거래됐으며 JP모건 역시 4%(6.31달러)
하락하며 157.94달러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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