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마음을 잇는'복지로 전환하자](2) 부천의 실험 -중복과 누락 방지하는 민관학 시스템
‘건강하게 홀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지역내일
2005-07-07
(수정 2005-07-07 오후 1:16:17)
빈곤층의 자립을 지원하는 경기도 부천시의 복지네트워크가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를 중심으로 한 부천시의 촘촘한 복지그물망에 많은 지자체들이 관심을 갖고 벤치마킹하고 있다.
의료복지서비스가 절실한 이들이 건강하게 홀로 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사례관리’라고 부른다. 사례관리는 지역사회의 복지자원을 총동원해 수혜자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현대복지의 핵심이자 지향점이다.
부천시는 지난 2001년부터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시범사업으로 10개의 사례관리사업을 벌여왔다. 이 가운데 2개의 특징적인 사례관리를 취재했다. 그러나 수혜자(클라이언트·Client)를 만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부천종합사회복지관 김인숙 복지부장은 “복지사도 클라이언트와 라포(Rapport)를 형성하려면 최소 수개월이 걸린다”며 “낯선 사람과 불쑥 마주치면 기존의 라포가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라포’란 상담심리학 용어로 ‘타인과의 공감대’를 의미한다.
서진석씨 사례관리
신용불량 벗고 경제자립 꿈 키워
●소사구에 사는 서진석(가명·37)씨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기초생활수급자다. 서씨는 8년 전인 1997년 폐건물에서 떨어진 쇠파이프에 머리를 맞아 두개골이 함몰될 정도로 뇌를 크게 다쳤다. 이 때문에 결혼한 후에도 정기적인 직장을 갖지 못해 막노동과 식당종업원 등 비정기적인 일자리를 전전했다.
서씨 대신 처 여순희(가명·35)씨가 공장에 다니면서 가정의 가계를 책임졌다. 여씨는 자활의지가 높았으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심리가 불안정했다.
서씨 가족이 집중사례관리 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지난 2002년. 서씨가 친구와 함께 절도죄를 저지르다 잡히면서부터다. 인천지방법원은 서씨에게 집행유예 1년과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내렸으나 서씨의 정신질환으로 집행이 어려웠다. 부천보호관찰소는 서씨를 부천종합사회복지관에 의뢰했다.
복지관측은 서씨 가족에 대한 장·단기 목표를 세웠다. 김인숙 복지부장은 “상황을 면밀히 파악한 결과 서씨의 공황·폐쇄공포증 발병률을 낮추고 서씨 가족을 신용불량 상태에서 회복시키는 게 급선무였다”고 말했다.
복지관은 먼저 여씨를 소사자활후견기관에 취업시켜 경제적 안정을 꾀했다. 인터넷 산악동호회를 연계해 월 10만원이상의 후원금을 받도록 했다.
특히 매월 일정액을 빚 상환에만 쓰도록 했다. 그 결과 6개월 만에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빚 137만2966원을 갚아 신용불량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일단 경제적 자립의 토대는 놓인 셈이다.
다음은 서씨의 건강문제. 성가병원을 섭외해 서씨의 정신질환 진료 횟수를 늘렸다. 그러나 서씨의 거동이 어려워 별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두통 및 우울, 발부종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복지관측은 서씨의 정신질환 문제를 장기과제로 돌려 계속 지원키로 했다.
김인숙 복지부장은 “서씨가 거동할 수 있게되면 확보한 의료자원과 본격 연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지민씨 사례관리
수술 후원받고 정신건강도 좋아져
●홍지민(가명·19)씨는 지난 2001년 이동목욕서비스와 방문물리치료를 신청하기 위해 부천장애인종합복지관을 직접 찾았다. 허리가 아파 휠체어에 의지하느라 목욕에 불편을 겪기 때문이었다. 장애인복지관측은 홍씨를 면접한 결과 목욕서비스와 물리치료 이상의 경제적·심리적·의료적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집중사례관리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호섭 복지사는 “홍씨의 척추가 지속적으로 아픈 원인이 정신과적 질환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복지관은 부천시정신보건센터에 홍씨를 맡겨 정신과 테스트를 받게 하고 김종호 신경정신과와 연계해 약물치료를 지속했다.
또한 정서적 안정을 위해 인터넷 성서모임 동호회를 소개하고 월 4회 방문컴퓨터 교육을 했다. 온라인에서 친구들과 소식을 주고받게 되면서 홍씨의 정서적인 면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웃는 날이 많아졌고 자신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심곡본동 천주교회도 도움의 손길을 보탰다. 홍씨에게 말벗 자원봉사자를 보내고 척추수술비를 후원해줄 ‘빈첸시오회’를 찾아냈다. 빈첸시오회의 도움으로 홍씨는 척추고정핀 적출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허리의 통증은 많이 줄어들어 장시간 휠체어를 타도 별다른 문제가 없게 됐다.
이호섭 복지사는 “홍씨는 중복 장애로 정신적·신체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이었으나 다행히 여러 기관의 서비스를 제때에 적절히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씨는 현재 국립재활원에 입원해 재활 치료에 주력하고 있다.
/기획특집2팀=신명식 윤영철 김진명 김은광 기자 msshin@naeil.com
의료복지서비스가 절실한 이들이 건강하게 홀로 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사례관리’라고 부른다. 사례관리는 지역사회의 복지자원을 총동원해 수혜자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현대복지의 핵심이자 지향점이다.
부천시는 지난 2001년부터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시범사업으로 10개의 사례관리사업을 벌여왔다. 이 가운데 2개의 특징적인 사례관리를 취재했다. 그러나 수혜자(클라이언트·Client)를 만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부천종합사회복지관 김인숙 복지부장은 “복지사도 클라이언트와 라포(Rapport)를 형성하려면 최소 수개월이 걸린다”며 “낯선 사람과 불쑥 마주치면 기존의 라포가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라포’란 상담심리학 용어로 ‘타인과의 공감대’를 의미한다.
서진석씨 사례관리
신용불량 벗고 경제자립 꿈 키워
●소사구에 사는 서진석(가명·37)씨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기초생활수급자다. 서씨는 8년 전인 1997년 폐건물에서 떨어진 쇠파이프에 머리를 맞아 두개골이 함몰될 정도로 뇌를 크게 다쳤다. 이 때문에 결혼한 후에도 정기적인 직장을 갖지 못해 막노동과 식당종업원 등 비정기적인 일자리를 전전했다.
서씨 대신 처 여순희(가명·35)씨가 공장에 다니면서 가정의 가계를 책임졌다. 여씨는 자활의지가 높았으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심리가 불안정했다.
서씨 가족이 집중사례관리 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지난 2002년. 서씨가 친구와 함께 절도죄를 저지르다 잡히면서부터다. 인천지방법원은 서씨에게 집행유예 1년과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내렸으나 서씨의 정신질환으로 집행이 어려웠다. 부천보호관찰소는 서씨를 부천종합사회복지관에 의뢰했다.
복지관측은 서씨 가족에 대한 장·단기 목표를 세웠다. 김인숙 복지부장은 “상황을 면밀히 파악한 결과 서씨의 공황·폐쇄공포증 발병률을 낮추고 서씨 가족을 신용불량 상태에서 회복시키는 게 급선무였다”고 말했다.
복지관은 먼저 여씨를 소사자활후견기관에 취업시켜 경제적 안정을 꾀했다. 인터넷 산악동호회를 연계해 월 10만원이상의 후원금을 받도록 했다.
특히 매월 일정액을 빚 상환에만 쓰도록 했다. 그 결과 6개월 만에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빚 137만2966원을 갚아 신용불량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일단 경제적 자립의 토대는 놓인 셈이다.
다음은 서씨의 건강문제. 성가병원을 섭외해 서씨의 정신질환 진료 횟수를 늘렸다. 그러나 서씨의 거동이 어려워 별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두통 및 우울, 발부종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복지관측은 서씨의 정신질환 문제를 장기과제로 돌려 계속 지원키로 했다.
김인숙 복지부장은 “서씨가 거동할 수 있게되면 확보한 의료자원과 본격 연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지민씨 사례관리
수술 후원받고 정신건강도 좋아져
●홍지민(가명·19)씨는 지난 2001년 이동목욕서비스와 방문물리치료를 신청하기 위해 부천장애인종합복지관을 직접 찾았다. 허리가 아파 휠체어에 의지하느라 목욕에 불편을 겪기 때문이었다. 장애인복지관측은 홍씨를 면접한 결과 목욕서비스와 물리치료 이상의 경제적·심리적·의료적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집중사례관리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호섭 복지사는 “홍씨의 척추가 지속적으로 아픈 원인이 정신과적 질환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복지관은 부천시정신보건센터에 홍씨를 맡겨 정신과 테스트를 받게 하고 김종호 신경정신과와 연계해 약물치료를 지속했다.
또한 정서적 안정을 위해 인터넷 성서모임 동호회를 소개하고 월 4회 방문컴퓨터 교육을 했다. 온라인에서 친구들과 소식을 주고받게 되면서 홍씨의 정서적인 면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웃는 날이 많아졌고 자신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심곡본동 천주교회도 도움의 손길을 보탰다. 홍씨에게 말벗 자원봉사자를 보내고 척추수술비를 후원해줄 ‘빈첸시오회’를 찾아냈다. 빈첸시오회의 도움으로 홍씨는 척추고정핀 적출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허리의 통증은 많이 줄어들어 장시간 휠체어를 타도 별다른 문제가 없게 됐다.
이호섭 복지사는 “홍씨는 중복 장애로 정신적·신체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이었으나 다행히 여러 기관의 서비스를 제때에 적절히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씨는 현재 국립재활원에 입원해 재활 치료에 주력하고 있다.
/기획특집2팀=신명식 윤영철 김진명 김은광 기자 msshin@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