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지역내일 2005-07-05 (수정 2005-07-05 오전 11:12:44)
한나라당 “배당 소득세 탈루· 위장전입 의혹”
열린우리당 “미래지향적 국정원 운영 복안 있나”

국회는 5일 국가정보원장 인사청문회를 열어 김승규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김 후보자의 재산 형성과정·과거 이력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3억6천만원짜리 골프회원권은 뭔가” = 김 후보자가 소득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김 후보자가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해명에서 ‘법무법인 로고스 재직 당시 2억5760만원의 배당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관련 납세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면서 “소득세를 내지 않은 것 아니냐”고 따졌다.
권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03년 2월말 부산고검장을 그만둔 후 다음 해 7월 법무부 장관으로 임용될 때까지 불어난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며 이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김 후보자는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 변호사로 활동했다.
문제가 된 ‘2억5760만원 배당소득’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자료에서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출된 납세실적 자료상으로 김 후보자는 법무법인 로고스로부터 2004년 4월13일 1655만2900원, 같은 해 11월10일 5650만510원 두 차례 배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권 의원측은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김 후보자의 불어난 현금재산과 납세실적상의 소득이 차이가 난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추가해명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이 과정에서 자료에 누락된 ‘배당소득’을 받은 사실을 통보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납세실적 등 관련 증빙자료는 아예 제출하지 않았다.
위장전입 의혹도 제기됐다.
권영세 의원은 “김 후보자 부인이 79년 7월에서 80년 8월 사이에 전남 광주시에 위장전입한 사실이 있다”면서 그 이유를 따져 물었다.
권 의원이 제시한 주민등록 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자의 부인은 79년 7월 19일 ‘전남 광주시 동구 양림동 22-26번지’에 전입했다. 그 후 김 후보자 부인은 80년 3월 13일 ‘비전입말소’돼 강제 전출당했다.
김 후보자 부인은 넉 달후인 7월31일 주민등록을 복원해 ‘광주시 사동 52-1번지’에 전입했다가 3년후인 83년 7월 인천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김 후보자 부인이 광주에 주소지를 두었던 79년~83년 사이에 김 후보자와 아들은 다른 주소지에 등록돼 있었다. 결국 김 후보자 부인이 남편과 어린 아들을 두고 혼자 3년 넘게 광주에 살았다는 것인데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라는 게 권 의원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목포지청 재직시 부인과 아들이 광주에 살았는데 행정처리 미숙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은 “후보자 재산공개 내역을 보면 3억6000만원짜리 골프회원권을 보유한 것으로 돼 있다”면서 “취득시점이 수원지검 검사장 시절(99년 11월)이고 공직자로서 4억원에 이르는 골프회원권을 소유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취득경위와 자금출처를 밝히라”고 했다.
재산공개와 관련, 권 의원은 또 결혼 후 분가해 독립생계를 꾸리고 있는 장남의 재산은 고지거부하고 결혼한 3남의 재산은 고지거부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과거 이력과 관련,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지난 92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 단체들이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을 내란수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을 때 당시 서울지검 형사5부장이었던 김 내정자는 불기소 처분했다”면서 당시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물었다.
권철현 의원은 “12·12나 5·18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이미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졌다”면서 “그럼에도 김 후보자는 이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근거는 무엇이었나. 정치적 파장을 의식한 결정이었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국보법 폐지 반대 소신 변함없나” = 김 후보자의 정책적 소신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권철현 의원은 “지난해 8월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 후보자는 국가보안법 폐지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면서 국정원장에 내정된 지금도 이와 같은 소신에는 변함이 없는지 물었다.
권 의원은 “노무현 정권이 사법개혁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나 검·경 수사권 독립문제에 대해 후보자는 직·간접적으로 반대의 뜻을 밝힌 바 있다”면서 “그런 입장이 당시 법무부 수장으로서 불가피하게 할 수 밖에 없었던 대외용이었는지, 지금은 입장이 바뀌었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권 의원은 또 사형제 폐지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도 물었다.

◆국정원 제역할 하고 있나 = 국정원의 역할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북핵 문제 등에 있어 한국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다면 대북, 대미협상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새로운 정보환경에 어떻게 적응할 것이냐”고 물었다. 최 의원은 또 “미래지향적인 국정원의 운영이 중요하다”며 “관행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오랜 규정과 수칙 등을 전향적으로 개선할 의향은 없느냐”고 물었다.
임종인(열린우리당) 의원은 김승규 국정원장 후보자가 검사 출신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검찰은 권력의 시녀역할을 했다는 오명을 받고 있는데, 검찰에 오랫동안 몸담아오면서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 밝히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차염진 신창훈 구자홍 기자 chuns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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