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비자금 사건 ‘봐주기 수사’ 논란

봐주기 사실로 드러나면 문책 불가피

지역내일 2005-07-04
지난달 30일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비자금 219억원을 조성한 혐의로 전격 구속됐다. 인천지검이 2004년 1월 임 회장에 대해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린 지 1년 반만에 내린 결정이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는 1차 수사진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며 감찰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임 회장 처리 법원이 제동걸어 = 임 회장은 1998년 서울 조미료 공장을 군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폐기물처리 회사와 하도급 건설회사 등의 실적을 부풀린 뒤 자신의 계좌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2년 6월 처음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폐기물처리 업체를 위장계열사로 인수하고 폐기물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계약서와 회계장부를 조작해 거액을 빼돌린 혐의로 폐기물업체 대표 유 모 씨와 임 회장의 자금관리인 박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작 임 회장에 대해선 “중요 참고인이 도피해 임 회장이 비자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며 ‘참고인중지’ 결정을 내렸고 임 회장에 대해 불기소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서울고법이 임 회장과 피고인간의 공모부분을 인정하자, 지난 5월 23일 인천지검은 “사건기록을 재검토한 결과 처음부터 다시 수사를 벌이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검찰이 법원의 결정에 떠밀려 재수사를 실시하는 셈이 됐다. 또 그 과정에서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재수사 촉구를 강도 높게 요구했다.

◆대상·삼성가 사돈관계가 영향 미쳤나 = 특히 지난 4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임 회장의 비자금 사건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 쟁점이 됐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2004년 1월 대상비자금을 조사하던 이종백 당시 인천지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이 임 회장과 겹사돈 관계에 있는 홍석조 검사장(현 광주고검장)에게 부담을 안 주려고 임 회장을 기소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의원이 이렇게 주장한 배경에는 대상그룹 임 회장의 딸 세령씨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씨가 결혼하면서 사돈관계가 됐고, 홍석조 검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처남이자 홍석현 주미대사의 동생이다.
이 검사장은 2004년 1월 임 회장에 대해 참고인중지 결정을 내린 뒤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옮겼으며, 홍 검사장이 그 뒤를 이었다.
노 의원은 “임 회장을 처벌하지 않은 것은 검찰이 법·경 유착의 길에 들어선 것”이라며 “검찰이 외압에 의해 재벌수사를 포기한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임 회장의 비자금 연루 혐의를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난 지 3개월이 지나도록 검찰이 임 회장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라”고 추궁했다.
이에 검찰은 “임 회장의 혐의 입증을 위한 참고인 진술을 받을 수 없었다”며 “충분한 증거 없이 기소할 경우 임 회장에 대한 공소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지난 1일 참여연대는 성명에서 임창욱 회장에 대한 감싸기 의혹과 관련 “재수사를 통해 과거 결정들을 뒤집은 만큼 법무부와 검찰은 이종백 검사장과 홍석조 검사장을 비롯한 과거 수사담당자와 지휘라인에 대한 감찰 및 문책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호남 수뇌부가 차기 견제카드 ? =
이날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1차 수사를 맡았던 인천지검 수사지휘라인에 대한 문책여부는 재수사 종료 후 모든 사실을 명백히 파악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은 법무·검찰 수뇌부를 장악하고 있는 호남인맥과 PK(부산경남)인맥의 세력다툼 속에서 증폭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천 장관의 수사라인 문책여부와 수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선일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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