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초 1면

지역내일 2005-03-04
강남권 은행들 여성 지점장 집중 배치
가계 결정권 쥔 주부 고객 잡기에 적임 … 이론·영업력 동시에 갖춘 여성 전문가 활약

강남권 공략을 위한 시중은행들의 전략 중 최근 들어 특이할 만한 점은 이 지역에 여성 지
점장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우리은행은 지점장급 인사에서 강남구 압구정동과 서초구 반포동 등 부유층 밀집
지역에 여성 지점장을 나란히 발령했다. 여성 지점장 수가 가장 많은 국민은행의 압구정역,
현대아파트 지점장도 모두 여성이 맡고 있다. 제일은행과 한미은행 압구정동 지점장 역시
여성이다. 국민은행 11명, 우리은행 7명, 하나은행 9명 등 강남·서초 지역에 배치된 주요
은행들의 여성 지점장 수를 보면 전체 지점장 수에 비해 아직 큰 수치는 아니지만 이들 지
역의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여성들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눈에 띈다.

70∼80% 이상 주부 고객
이처럼 시중은행이 강남권 지점의 책임자로 잇따라 여성을 기용하고 있는 것은 부유층 고객
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가 밀집돼 있고, 가계 결정권을 쥐고 있는 주부들이 재테크에 적
극적으로 나서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촌에 인접한 지점들의 경우에
는 고객의 70∼80% 이상이 주부들이다.
우리은행 반포서래 지점에 올 1월 부임한 동월순 지점장은 영업점 경력이 20년이 넘은데다
은행측에서 지원해준 MBA 단기코스를 다녀온 후 본점 기업심사부에서 근무하는 등 이론과
실전을 동시에 갖춘 베테랑이다. 동 지점장은 “일간지를 5∼6개씩 보는 분이 있을 정도로
재테크 정보가 풍부한 강남 지역 주부 고객들은 개인 프라이버시를 중시하고 쉽게 거래은행
을 바꾸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고객들의 자산을 포괄적으로 관리해 주는 프라이빗 뱅킹
(PB) 업무에 있어 편안한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아무래도 여성 지점장이 강점을 보이
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최근 거래은행의 지점장이 여성으로 바뀌었다는 주부 강 모
(50)씨는 “상담을 위해 방문했을 때도 여성이어서 심리적 부담이 별로 없었고, 명절 때 다
용도로 쓰일 수 있는 최상급 ‘건미역’을 선물로 보내온 것을 보면서 확실히 여성 지점장
이 주부들의 심리를 보다 세심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리스크 없는 경영 강점
이들 여성 지점장들의 활약은 실적 면에서도 돋보인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실적 평가에서 여성들이 지점장으로 있는 개포7단지와 잠원동 지점
이 소매금융부문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유선재 지점장이 4년째 맡고 있는 국민은행 압구정역 지점의 경우 은행 내부 실적평가
(KPI)에서 최근 3년 동안 전체의 10∼15% 정도의 상위 그룹에게만 수여되는 S등급을 받았
다. 방카슈랑스 시행 이후 보험 분야에서는 전국 1위의 실적을 올렸다.
유 지점장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여성 지점장 배치가 늘고 있는데 대해 “여성 지점장의 강
점은 리스크 없는 경영을 위해 외형 불리기에 무리하지 않고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외형적 성과와 함께 여성이 사회 각 분야의 리더로 부상하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앞으로 가계금융 뿐 아니라 법인이나 프라이빗 뱅킹 쪽으로도 여성 지점장의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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