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인간이 이렇게까지…”

지역내일 2005-01-25
생후 70일된 신생아를 친모와 함께 납치해 어머니는 살해한 뒤 암매장하고 아기는 돈을 받고 팔아 넘긴 반인륜적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4일 신생아와 어머니를 함께 납치, 아기는 의뢰인에게 팔아 넘기고 친모는 살해해 암매장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 등)로 심부름센터 직원 정 모(40·서울 강서구 화곡동), 박 모(36·서울 중구 신당동), 김 모(40)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정씨 등에게 신생아를 구해줄 것을 의뢰해 아기를 돈을 주고 넘겨받은 혐의(인신매매)로 김 모(36·여)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지난해 5월 24일 경기도 평택군 포승면의 한 거리에서 생후 70일 된 아기를 안고 가던 고 모(21·여)씨를 차량으로 납치한 뒤 고씨를 결박한 채 끌고 다니다 경기도 광주에 거주하는 김씨에게 아기를 팔아 넘겼다.
이들은 차량 안에서 아기를 돌려달라고 애원하던 고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강원도 고성의 한 야산에 암매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뢰인 김씨는 임신을 이유로 결혼 약속까지 받아낸 연하의 최 모(31)씨에게 거짓말한 것이 탄로날 것을 우려, 결혼 한 달 전인 2003년 10월 정씨 등에게 미혼모의 아기를 구해 줄 것을 부탁한 뒤 결혼 6개월여만에 납치된 아기를 7000만원을 주고 넘겨받은 것으로 경찰수사결과 밝혀졌다.
김씨는 지난 90년 다른 남성과 결혼해 두 남매를 두고 있다가 재작년 3월 서울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최씨를 만난 후 가출, 이혼절차를 밟지 않고 동거를 시작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사결과 김씨는 지난해 2월 한 달여간 서울 천호동의 친구 집에서 머물다 돌아와 “해외원정 출산을 하고 왔다. 아기는 외삼촌이 미국에서 데려올 것”이라고 속인 뒤 두 달 뒤 납치극으로 넘겨받은 아기를 친자식처럼 시댁에 소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김씨는 정씨 등으로부터 친척 등 하객역할을 해 줄 사람 9명을 구해 결혼식에 등장시키는 등 처음부터 철저히 과거를 속이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엄연히 타인의 호적에 올라가 있는 아기를 이름과 출생일을 다시 정해 최씨의 호적등본에 ‘이중등재’시키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아울러 경찰은 김씨가 정씨에게 지불할 사례금을 최씨 부친으로부터 ‘원정출산 경비’로 받은 돈과 최씨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 수익 등으로 조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씨 등은 이 같은 김씨의 약점을 이용, “돈을 더 주지 않으면 최씨에게 사실을 다 말하겠다”고 협박, 5000여만원을 추가로 뜯어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정씨 등 납치범들은 지난해 5월 천안에서 뺑소니 교통사고를 내 차량이 수배된 상태에서 지난 22일 서울에서 같은 차량을 몰다 적발됐으며 검문과정에서 안절부절못하는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집중 추궁 끝에 범행을 실토했다.
한편 사건의 전모가 공개되면서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인터넷에서는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이 격앙된 반응을 그대로 쏟아냈다.
아이디가 ‘gidogody’인 네티즌은 “나도 아기 엄마라 얼마나 놀랐는지. 세상이 너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그런 사람들도 사람인지”라며 “아기 엄마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정말 상상하는 것조차 무섭다”고 올렸다.
네티즌 ‘pyj9754’은 “비참하게 죽어간 아기 엄마와 불쌍한 아이를 생각하면 남아있는 가족들은 가슴이 미어질 것”이라며 “자라서 사실을 알게될 아기가 너무 가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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