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박지만 결혼식과 ‘인간에 대한 예의’

지역내일 2004-12-15 (수정 2004-12-15 오전 10:53:23)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아들 박지만(46)씨가 14일 결혼식을 올렸다. 이 자리에는 김종필·박태준 전 총리 부부 등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던 각계 인사 2500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노무현 대통령도 화환을 보내, 박씨의 앞날을 축하했다.
이날 결혼식에는 여당 지도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사실상’ 혼주인 결혼식이었지만, 열린우리당 인사로는 김부겸 의원만 얼굴을 내비쳤을 뿐이다.
물론 박지만씨 결혼식에 여당 지도부가 가야할 의무는 없다고 본다. 국회일이 쌓여 있는데 ‘한가하게’ 결혼식에 참석할 여유가 없었을 수도 있다. 하물며 여야가 대치중인 상황인데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데 ‘맘에도 없는 결혼식에 가면 뭐하냐’ 하는 생각도 들었을 법 하다.
하지만 이 결혼식은 대화가 단절된 한국정치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아무리 바쁜 상황이라도, 국회 안팎에서 피터지게 싸우더라도 야당 대표가 혼주인 결혼식을 챙기는 게 ‘인간에 대한 예의’ 아닐까.
언제부턴가 한국 정치가 좀스러워졌다는 얘기들을 많이 듣는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 밥 한끼 같이 먹는 모습 보기도 쉽지 않다. ‘낮에는 싸우고 밤에는 뒷거래’하는 구태도 없어졌지만, ‘대화’도 ‘정’도 사라져버렸다. 죽기살기의 살풍경한 모습만 남았을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여당 지도부가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를 보여준다면, 우리 정치가 이렇게 외면받지는 않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치팀 남봉우 기자baw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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