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나 정부 유관기관의 감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 인사들이 논공행상 차원에서 한 자리씩 차지해 왔다. 공기업 서열 2위이니 대우도 좋다. 명분은 ‘개혁’을 내걸었지만 활동내용을 들여다보면 “전문성과 개혁성이 결여된 사람이 공수훈련 중”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노무현 정권 탄생에 기여한 덕분에 공기업이나 유관기관에 감사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3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몇몇 감사들의 활동을 보면 무언가 달라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내부 비리 찾기 보다는 조직의 생존과 발전의 길을 찾아내고,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활동이 돋보인다.
이들은 노무현 정권의 감사가 과거의 감사와 다른 점을 몇 가지 지적한다. 과거의 감사는 공직에서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가는 자리였지만, 요즘은 이제 공직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는 종전에는 그동안 고생한 보상으로 한 자리 줄 테니 알아서 ‘챙겨 먹어라’ 식이었다면 요즘은 정권 차원에서 관리하고 감시를 하기 때문에 규율이 높은 편이다.
또한 노무현 정부의 가치관이나 철학을 여론주도층 속에서 전파하는 야전부대인만큼 매사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의무감을 강조하는 감사들이 많이 보인다.
대한석탄공사 이동섭 감사
만성적자에 짓눌려 있던 석공직원들은 연탄 나눔 운동을 통해 희망을 찾고 있다
올 1월 9일 부임한 대한석탄공사 이동섭(51· 노무현 후보 선거대책위 활동) 감사는 직원들로부터 전폭적인 신임을 얻고 있다. 사양 산업, 거대한 부채, 누적되는 적자에 짓눌린 공사 직원들에게 희망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감사 경력을 보면 80년대 초반 삼척탄좌 덕대에서 몇 달이지만 후산부로 일한 경력이 있다. 택시운전을 직접 했으며, 택시노조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다. 석공 노조로서는 자신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이 감사는 침체에 빠진 석공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으로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을 제안했다.
사단법인을 만들고,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받고, 6월 17일 창립대회를 하고, 문화행사 바자회 대학가 모금 등을 벌이는 일이 일사천리였다. 이 감사가 학생운동, 노동운동, 정당 활동, 개인사업을 거치며 쌓아온 인맥과 경험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노조 결의를 거쳐 석공 임직원 2300명이 3만원씩을 내는 것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올 하반기 연탄 100만장 값인 3억 원을 모았다. 에너지 관련 회사들이 동참했으며, 전국화물자동차운송차주협회에서는 무료로 차량을 지원했다. 이미 25톤 트럭 60대에 실은 연탄 30만장을 북한 금강산 일대 마을에 보냈다. 연말까지 30만장을 개성부근 마을로 보낼 계획을 갖고 있다. 남쪽에도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가구가 19만이나 된다. 이들에게도 연탄을 보내고 있다.
이 감사는 출퇴근을 자가운전을 한다. 배속된 운전기사는 연탄 나눔 운동 사무국 일을 돕도록 했다.
내년 모금 목표는 5억 원이다. 남북교류자금에서 5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국회의원의 제안이 있었지만 5억 원을 자체 모금한 이후에 도와달라고 했다.
연탄 나눔 운동은 석공 임직원들에게 침체된 회사를 살려낼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이 감사는 ‘대안 있는 감사’를 역설한다. 회사가 어려운데 잘되도록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지 집행부를 견제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감사는 석공이 살아남는 길은 해외개발과 북한 탄광개발이라고 보고 있다. 민영탄광이 잇따라 폐업을 하며 석공도 곧 문을 닫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있다. 연탄 나눔으로 신뢰를 쌓은 후 우리 기술자와 장비가 북한에 가서 광산을 개발하면 석공의 활로가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부패감시를 안하는 것은 아니다. 법인카드 숫자를 줄이도록 제안했으며, 내년에는 순회감사를 실시하려고 한다. 순회감사는 화순광업소 소속 감사담당 직원이 장성광업소를 감사하는 방식이다.
한국도로공사 이상익 감사
“감사실 문턱을 아예 없애니 직원들이 마음을 열고 건의를 하더라”
“감사실 문턱을 낮춘 게 아니라 아예 없앴습니다. 그러니까 직원들이 마음을 열고 내부 문제에 대한 건의를 하더군요.” 기독교 인권운동가 출신인 한국도로공사 이상익(52) 감사는 1월 9일 취임이후 직원들의 마음을 여는 일부터 시작했다. 과거 군 출신 인사들이 임원으로 오다보니 조직 내부에 군사문화가 많이 스며들어 있어 감사실은 감히 찾아갈 수 없는 일종의 성역으로 취급당했다.
이 감사는 취임 후 강연을 통해 “여러분이 마음을 터놓고 고충을 얘기하면 적극 반영 하겠다”며 열린 마음을 강조했다. 이를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 때부턴가 직원들이 하나둘씩 감사실을 찾아오거나 이메일 등으로 고충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지방근무 직원들도 본사에 교육이나 회의를 오는 기회에 스스럼없이 감사실을 찾아온다.
이 감사는 직원들이 털어놓은 고충은 관련 부서에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이 감사는 “예전에는 감사가 사후적 업무처리를 주로 했다면 노무현 정부의 감사는 사전 예방적 감사, 대안 감사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훈복지의료공단 이충렬 감사
산하 5개 병원의 채용기준을 일원화해 인사 청탁, 뒷거래 등 잡음을 일소했다
노무현 대통령후보 외교특보를 지냈던 이충렬(48) 감사는 5월 4일 부임후 6개월 동안 의욕적으로 여러 가지 일을 벌였다. 임원들은 대부분 군이나 국가보훈처 출신이고, 국가유공자에 대한 의료와 복지를 다루는 곳에서 재야출신인 이 감사는 매우 이질적 존재였다.
이 감사는 침체된 공기업일 경우 비리 찾기 보다는 제도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도우미 감사, 경영혁신에 기여하는 혁신감사를 강조했다.
따라서 처음 몇 달 동안은 사정 업무 보다는 침체에 빠진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에 몰두했다. 2년 동안 플러스복권으로 1000억 원을 벌었던 공단은 이 업무가 총리실로 넘어가며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았다.
이 감사가 제안한 것은 실버산업 진출이다. 국가유공자의 65% 이상이 65세 이상인 상황에서 공단이 노인복지 전문기관으로 특화하면 목적사업도 충실하고 수익성도 있다고 본 것이다.
회사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신력, 병원진료와 연관체제, 국유지를 수의계약으로 확보할 수 있는 조건 등을 종합할 때 공단의 실버산업 진출은 유망해 보인다. 이 사업은 국가보훈처와 협의 중이다.
공단은 최근 인사업무에 일대 혁신을 이루었다. 집행부가 이 감사의 인사제도 개선안을 수용한 것이다. 55세 정년보장, 육아지원 때문에 보훈병원 간호사는 인기 자리였다. 그러나 5개 보훈병원의 채용기준이 제각각이고, 돈 거래 편법 청탁 같은 부작용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간호사 100명을 충원할 때 공단 설립 후 처음으로 모든 병원이 단일한 기준을 적용했다. 서류전형, 필기시험, 면접시험을 거쳐 공개채용 했다. 공단의 숙원사업이 한 번에 해결된 것이다.
이 감사는 일상적인 결재서류에도 감사 의견을 꼭 붙인다. 감사의 책임감을 높이고 이후 평가에서 기초자료로 삼기 위해서다. 이 감사는 공단의 다음 과제로 인센티브 제도의 활성화를 꼽고 있다.
공단의 주 업무는 독립운동가와 참전용사에 대한 의료 복지사업이다. 이 감사는 민주유공자법이 제정되면 민주화운동 관련자를 포괄하는 보훈사업으로 확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공단의 재정 자립도와 수익성을 높이고, 조직혁신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남동발전 여익구 감사
“비리를 찾아내기에 앞서 이를 예방하는 시스템 만드는데 주력해야”
여익구(59) 감사는 “감사는 부정과 비리를 찾아내기에 앞서 이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사장은 경영이라는 현실문제에 치중해야 하지만 감사는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제공하고, 자문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 감사는 전력산업구조개편의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전력산업은 공익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데, 발전회사를 6개로 쪼개놓으니 효율이 더 떨어졌다. 영국이나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패 사례에서 보듯이 근본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6개 발전회사가 생산하는 전력이 일본의 동경전력 1개회사보다 적다는 것이다. 여 감사는 발전회사를 2개 정도로 통폐합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참여정부의 전력산업구조개편 방향’이라는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또 에너지와 환경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는 근본적으로 반환경적일 수밖에 없고, 신재생에너지 역시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해답이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굴뚝’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던 발전회사에 ‘반딧불’이라는 홍보 아이템을 이끌어낸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한국조폐공사 조성두 감사
작업여건과 생산공정을 개선하는 일을 감사실에서 주도적으로 진행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한국조폐공사 조성두(50) 감사는 공사의 경영환경을 직시한 생산적 감사에 주력하고 있다.
오랜 노사분규로 인해 생긴 조직 내부의 갈등, 공기업의 특성상 경직된 수직적 조직문화, 13개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최하위인 13위 기록에서 볼 때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조직 내부에 변화와 혁신을 수용하고 동참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었다. 이러한 변화의 주체가 되기 위해 감사 기능부터 비리적발 위주의 감사에서 벗어나 정책위주의 감사가 필요했다.
조 감사는 불필요한 각종 임시기구와 회의체를 정비하고 인사제도와 직원 채용·관리 제도를 개선하는데 앞장섰다. 불합리한 작업여건과 비효율적 생산 공정을 개선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역할도 감사실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조폐공사는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도약 Focus-136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주동력은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임은 당연하다. 하지만 감사실도 이러한 공사의 발전전략에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조직 전반에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관리공단 최민화 감사
전국 순회하며 현장감독이 스스로 비리 차단하는 방법 찾는 연찬회 열어
“전국의 현장사례를 모아보니까 직원들이 크고 작은 비리에 연루될 위험이 매우 높다.”
민주당 경기오산화성지구당 선대위원장 출신인 환경관리공단 최민화(55) 감사는 윤리경영과 준법경영을 통해 공단을 환경기술전문 공공기관으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최 감사는 요즘 들어 출장이 잦다. 전국 각지 공사현장을 돌며 이들의 의견을 듣는 1박2일 연찬회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찬회는 현장 감독들이 스스로 비리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토론하고 모색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지자체의 의뢰를 받아 진행하는 시설공사가 많다. 현장 감독들이 설계와 시행감독을 다 하기 때문에 온갖 비리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
9일 밤 연찬회에서 나온 현장 감독들의 요구도 마찬가지였다. ‘공사를 의뢰한 갑과 이 공사를 시행하는 을이 대등한 관계라는 점을 문서로 명시해 달라’는 것.
지금도 일부 지자체 공무원들이 온갖 사소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감독관들이 시행사에 다시 부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환경관리공단은 종합감사 및 부분감사 실시 이전에 감사계획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또 사후적발, 처벌위주의 감사를 지양하고 감사체제를 테마감사, 성과감사 등으로 전환하는 한편 취약업무 근무자에 대해서는 연찬회 등을 통해 교육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건설공사 등 비리발생 개연성이 높은 업무를 선정, 상시 감사체제를 구축하고 감사인력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이태헌 감사
“공기업 감사 중간평가를 제도화해 ‘불량 낙하산’ 방지해야”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이태헌(52) 감사는 “공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상하간 의사소통”이라며 “조직을 수평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영업상 중대한 기밀을 제외하고는 공기업 내부정보를 직원, 국민, 고객들과 반드시 공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기업의 이윤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공사는 행복나눔단 발족, 쌀 구매 등을 통한 농촌 지원, 연탄나누기 운동 등 사회봉사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단순히 성금 기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후견자가 경제·사회적으로 자립할 때까지 집중 지원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 감사는 “공기업 개혁·변화의 동력은 감사 본인의 자기절제를 토대로 한 윤리성과 투명성, 그리고 조직원의 마음”이라고 정리했다.
또 정책결정 과정에서 합리적인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성과·정책감사 위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감사는 ‘불량 낙하산’을 예방하기 위해 “공기업 감사들에 대한 중간평가 등을 제도화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광업진흥공사 양민호 감사
꾸준히 공부해 전문성 높이지 않으면 ‘성과감사’하기 어려워
청와대 민원제안 비서관을 지낸 양민호(49) 감사는 7월 1일 부임 후 공기업에 만연한 ‘관례’를 깨는 일을 하고 있다.
양 감사는 인사분야에서 일상감사를 하겠다고 제안했다. 인사 문제는 사장 결재 전에 감사가 서류검토를 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담당부서에서 “사장 고유권한이고 관례가 없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감사업무규정에 하자가 없음을 들이대어 11월부터는 이를 시행하고 있다.
광진공 직원의 3분의 2가 기술직이다. 그러나 감사실장은 관례에 따라 사무직이 차지하는 보직이었다. 1급 승진대상자 중에서 기술직이 점수가 제일 높아도 차순위 사무직이 승진했다. 양 감사는 기술직에게도 감사실장을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양 감사는 공기업에 부정부패가 많이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이 보다 더 필요한 것은 관행을 타파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성과 감사’임을 역설한다. 앞으로 정보화 인사 조직업무에 관한 의견제시를 하려고 한다. 감사가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하고, 또 전문성이 없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신명식 남준기 장병호 이재호 김신일 기자
노무현 정권 탄생에 기여한 덕분에 공기업이나 유관기관에 감사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3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몇몇 감사들의 활동을 보면 무언가 달라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내부 비리 찾기 보다는 조직의 생존과 발전의 길을 찾아내고,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활동이 돋보인다.
이들은 노무현 정권의 감사가 과거의 감사와 다른 점을 몇 가지 지적한다. 과거의 감사는 공직에서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가는 자리였지만, 요즘은 이제 공직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는 종전에는 그동안 고생한 보상으로 한 자리 줄 테니 알아서 ‘챙겨 먹어라’ 식이었다면 요즘은 정권 차원에서 관리하고 감시를 하기 때문에 규율이 높은 편이다.
또한 노무현 정부의 가치관이나 철학을 여론주도층 속에서 전파하는 야전부대인만큼 매사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의무감을 강조하는 감사들이 많이 보인다.
대한석탄공사 이동섭 감사
만성적자에 짓눌려 있던 석공직원들은 연탄 나눔 운동을 통해 희망을 찾고 있다
올 1월 9일 부임한 대한석탄공사 이동섭(51· 노무현 후보 선거대책위 활동) 감사는 직원들로부터 전폭적인 신임을 얻고 있다. 사양 산업, 거대한 부채, 누적되는 적자에 짓눌린 공사 직원들에게 희망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감사 경력을 보면 80년대 초반 삼척탄좌 덕대에서 몇 달이지만 후산부로 일한 경력이 있다. 택시운전을 직접 했으며, 택시노조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다. 석공 노조로서는 자신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이 감사는 침체에 빠진 석공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으로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을 제안했다.
사단법인을 만들고,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받고, 6월 17일 창립대회를 하고, 문화행사 바자회 대학가 모금 등을 벌이는 일이 일사천리였다. 이 감사가 학생운동, 노동운동, 정당 활동, 개인사업을 거치며 쌓아온 인맥과 경험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노조 결의를 거쳐 석공 임직원 2300명이 3만원씩을 내는 것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올 하반기 연탄 100만장 값인 3억 원을 모았다. 에너지 관련 회사들이 동참했으며, 전국화물자동차운송차주협회에서는 무료로 차량을 지원했다. 이미 25톤 트럭 60대에 실은 연탄 30만장을 북한 금강산 일대 마을에 보냈다. 연말까지 30만장을 개성부근 마을로 보낼 계획을 갖고 있다. 남쪽에도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가구가 19만이나 된다. 이들에게도 연탄을 보내고 있다.
이 감사는 출퇴근을 자가운전을 한다. 배속된 운전기사는 연탄 나눔 운동 사무국 일을 돕도록 했다.
내년 모금 목표는 5억 원이다. 남북교류자금에서 5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국회의원의 제안이 있었지만 5억 원을 자체 모금한 이후에 도와달라고 했다.
연탄 나눔 운동은 석공 임직원들에게 침체된 회사를 살려낼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이 감사는 ‘대안 있는 감사’를 역설한다. 회사가 어려운데 잘되도록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지 집행부를 견제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감사는 석공이 살아남는 길은 해외개발과 북한 탄광개발이라고 보고 있다. 민영탄광이 잇따라 폐업을 하며 석공도 곧 문을 닫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있다. 연탄 나눔으로 신뢰를 쌓은 후 우리 기술자와 장비가 북한에 가서 광산을 개발하면 석공의 활로가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부패감시를 안하는 것은 아니다. 법인카드 숫자를 줄이도록 제안했으며, 내년에는 순회감사를 실시하려고 한다. 순회감사는 화순광업소 소속 감사담당 직원이 장성광업소를 감사하는 방식이다.
한국도로공사 이상익 감사
“감사실 문턱을 아예 없애니 직원들이 마음을 열고 건의를 하더라”
“감사실 문턱을 낮춘 게 아니라 아예 없앴습니다. 그러니까 직원들이 마음을 열고 내부 문제에 대한 건의를 하더군요.” 기독교 인권운동가 출신인 한국도로공사 이상익(52) 감사는 1월 9일 취임이후 직원들의 마음을 여는 일부터 시작했다. 과거 군 출신 인사들이 임원으로 오다보니 조직 내부에 군사문화가 많이 스며들어 있어 감사실은 감히 찾아갈 수 없는 일종의 성역으로 취급당했다.
이 감사는 취임 후 강연을 통해 “여러분이 마음을 터놓고 고충을 얘기하면 적극 반영 하겠다”며 열린 마음을 강조했다. 이를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 때부턴가 직원들이 하나둘씩 감사실을 찾아오거나 이메일 등으로 고충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지방근무 직원들도 본사에 교육이나 회의를 오는 기회에 스스럼없이 감사실을 찾아온다.
이 감사는 직원들이 털어놓은 고충은 관련 부서에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이 감사는 “예전에는 감사가 사후적 업무처리를 주로 했다면 노무현 정부의 감사는 사전 예방적 감사, 대안 감사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훈복지의료공단 이충렬 감사
산하 5개 병원의 채용기준을 일원화해 인사 청탁, 뒷거래 등 잡음을 일소했다
노무현 대통령후보 외교특보를 지냈던 이충렬(48) 감사는 5월 4일 부임후 6개월 동안 의욕적으로 여러 가지 일을 벌였다. 임원들은 대부분 군이나 국가보훈처 출신이고, 국가유공자에 대한 의료와 복지를 다루는 곳에서 재야출신인 이 감사는 매우 이질적 존재였다.
이 감사는 침체된 공기업일 경우 비리 찾기 보다는 제도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도우미 감사, 경영혁신에 기여하는 혁신감사를 강조했다.
따라서 처음 몇 달 동안은 사정 업무 보다는 침체에 빠진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에 몰두했다. 2년 동안 플러스복권으로 1000억 원을 벌었던 공단은 이 업무가 총리실로 넘어가며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았다.
이 감사가 제안한 것은 실버산업 진출이다. 국가유공자의 65% 이상이 65세 이상인 상황에서 공단이 노인복지 전문기관으로 특화하면 목적사업도 충실하고 수익성도 있다고 본 것이다.
회사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신력, 병원진료와 연관체제, 국유지를 수의계약으로 확보할 수 있는 조건 등을 종합할 때 공단의 실버산업 진출은 유망해 보인다. 이 사업은 국가보훈처와 협의 중이다.
공단은 최근 인사업무에 일대 혁신을 이루었다. 집행부가 이 감사의 인사제도 개선안을 수용한 것이다. 55세 정년보장, 육아지원 때문에 보훈병원 간호사는 인기 자리였다. 그러나 5개 보훈병원의 채용기준이 제각각이고, 돈 거래 편법 청탁 같은 부작용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간호사 100명을 충원할 때 공단 설립 후 처음으로 모든 병원이 단일한 기준을 적용했다. 서류전형, 필기시험, 면접시험을 거쳐 공개채용 했다. 공단의 숙원사업이 한 번에 해결된 것이다.
이 감사는 일상적인 결재서류에도 감사 의견을 꼭 붙인다. 감사의 책임감을 높이고 이후 평가에서 기초자료로 삼기 위해서다. 이 감사는 공단의 다음 과제로 인센티브 제도의 활성화를 꼽고 있다.
공단의 주 업무는 독립운동가와 참전용사에 대한 의료 복지사업이다. 이 감사는 민주유공자법이 제정되면 민주화운동 관련자를 포괄하는 보훈사업으로 확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공단의 재정 자립도와 수익성을 높이고, 조직혁신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남동발전 여익구 감사
“비리를 찾아내기에 앞서 이를 예방하는 시스템 만드는데 주력해야”
여익구(59) 감사는 “감사는 부정과 비리를 찾아내기에 앞서 이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사장은 경영이라는 현실문제에 치중해야 하지만 감사는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제공하고, 자문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 감사는 전력산업구조개편의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전력산업은 공익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데, 발전회사를 6개로 쪼개놓으니 효율이 더 떨어졌다. 영국이나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패 사례에서 보듯이 근본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6개 발전회사가 생산하는 전력이 일본의 동경전력 1개회사보다 적다는 것이다. 여 감사는 발전회사를 2개 정도로 통폐합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참여정부의 전력산업구조개편 방향’이라는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또 에너지와 환경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는 근본적으로 반환경적일 수밖에 없고, 신재생에너지 역시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해답이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굴뚝’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던 발전회사에 ‘반딧불’이라는 홍보 아이템을 이끌어낸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한국조폐공사 조성두 감사
작업여건과 생산공정을 개선하는 일을 감사실에서 주도적으로 진행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한국조폐공사 조성두(50) 감사는 공사의 경영환경을 직시한 생산적 감사에 주력하고 있다.
오랜 노사분규로 인해 생긴 조직 내부의 갈등, 공기업의 특성상 경직된 수직적 조직문화, 13개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최하위인 13위 기록에서 볼 때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조직 내부에 변화와 혁신을 수용하고 동참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었다. 이러한 변화의 주체가 되기 위해 감사 기능부터 비리적발 위주의 감사에서 벗어나 정책위주의 감사가 필요했다.
조 감사는 불필요한 각종 임시기구와 회의체를 정비하고 인사제도와 직원 채용·관리 제도를 개선하는데 앞장섰다. 불합리한 작업여건과 비효율적 생산 공정을 개선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역할도 감사실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조폐공사는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도약 Focus-136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주동력은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임은 당연하다. 하지만 감사실도 이러한 공사의 발전전략에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조직 전반에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관리공단 최민화 감사
전국 순회하며 현장감독이 스스로 비리 차단하는 방법 찾는 연찬회 열어
“전국의 현장사례를 모아보니까 직원들이 크고 작은 비리에 연루될 위험이 매우 높다.”
민주당 경기오산화성지구당 선대위원장 출신인 환경관리공단 최민화(55) 감사는 윤리경영과 준법경영을 통해 공단을 환경기술전문 공공기관으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최 감사는 요즘 들어 출장이 잦다. 전국 각지 공사현장을 돌며 이들의 의견을 듣는 1박2일 연찬회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찬회는 현장 감독들이 스스로 비리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토론하고 모색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지자체의 의뢰를 받아 진행하는 시설공사가 많다. 현장 감독들이 설계와 시행감독을 다 하기 때문에 온갖 비리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
9일 밤 연찬회에서 나온 현장 감독들의 요구도 마찬가지였다. ‘공사를 의뢰한 갑과 이 공사를 시행하는 을이 대등한 관계라는 점을 문서로 명시해 달라’는 것.
지금도 일부 지자체 공무원들이 온갖 사소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감독관들이 시행사에 다시 부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환경관리공단은 종합감사 및 부분감사 실시 이전에 감사계획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또 사후적발, 처벌위주의 감사를 지양하고 감사체제를 테마감사, 성과감사 등으로 전환하는 한편 취약업무 근무자에 대해서는 연찬회 등을 통해 교육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건설공사 등 비리발생 개연성이 높은 업무를 선정, 상시 감사체제를 구축하고 감사인력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이태헌 감사
“공기업 감사 중간평가를 제도화해 ‘불량 낙하산’ 방지해야”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이태헌(52) 감사는 “공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상하간 의사소통”이라며 “조직을 수평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영업상 중대한 기밀을 제외하고는 공기업 내부정보를 직원, 국민, 고객들과 반드시 공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기업의 이윤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공사는 행복나눔단 발족, 쌀 구매 등을 통한 농촌 지원, 연탄나누기 운동 등 사회봉사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단순히 성금 기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후견자가 경제·사회적으로 자립할 때까지 집중 지원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 감사는 “공기업 개혁·변화의 동력은 감사 본인의 자기절제를 토대로 한 윤리성과 투명성, 그리고 조직원의 마음”이라고 정리했다.
또 정책결정 과정에서 합리적인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성과·정책감사 위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감사는 ‘불량 낙하산’을 예방하기 위해 “공기업 감사들에 대한 중간평가 등을 제도화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광업진흥공사 양민호 감사
꾸준히 공부해 전문성 높이지 않으면 ‘성과감사’하기 어려워
청와대 민원제안 비서관을 지낸 양민호(49) 감사는 7월 1일 부임 후 공기업에 만연한 ‘관례’를 깨는 일을 하고 있다.
양 감사는 인사분야에서 일상감사를 하겠다고 제안했다. 인사 문제는 사장 결재 전에 감사가 서류검토를 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담당부서에서 “사장 고유권한이고 관례가 없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감사업무규정에 하자가 없음을 들이대어 11월부터는 이를 시행하고 있다.
광진공 직원의 3분의 2가 기술직이다. 그러나 감사실장은 관례에 따라 사무직이 차지하는 보직이었다. 1급 승진대상자 중에서 기술직이 점수가 제일 높아도 차순위 사무직이 승진했다. 양 감사는 기술직에게도 감사실장을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양 감사는 공기업에 부정부패가 많이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이 보다 더 필요한 것은 관행을 타파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성과 감사’임을 역설한다. 앞으로 정보화 인사 조직업무에 관한 의견제시를 하려고 한다. 감사가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하고, 또 전문성이 없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신명식 남준기 장병호 이재호 김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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