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병 팔아서 과자회사주식 살 거예요”

청소년 경제공부 교육 바람 … 정부·기업·가정 협력 절실

지역내일 2005-01-16 (수정 2005-01-17 오후 12:21:45)
김 모(서울 서대문·36)씨는 8살난 딸에게 인근 동네골목에 버려진 빈병을 줍도록 했다. 딸에게 독립심과 절약정신을 길러주고, 경제적 이익을 얻는 과정을 일깨워주고 싶었다.
딸은 인근 가게들을 비교하면서 모은 빈병을 좀더 비싸게 매입해줄 곳을 찾았다. 딸은 1개당 40~50원을 받고 병을 팔았고, 1년이 지난 지금 20여만원이나 되는 돈을 모았다. 딸은 웬만한 장난감은 자기 돈으로 샀으며, 실용성과 품질을 따지는 습관도 터득했다.
김씨는 나아가 딸에게 돈을 꿀 때마다 후한 이자를 쳐주었고, 딸은 이자와 투자소득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김씨의 딸은 현재 좀더 돈이 모이면 자신이 좋아하는 과자회사의 주식을 사겠다고 벼르고 있다.

최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교육 프로그램이 인기다. 정부기관, 연구소, 영리·비영리 경제단체, 금융기관 등이 운용하는 이 프로그램은 주관단체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내용으로 운영된다.
정부기관의 경우 경제의 기본개념과 정책을 다루고 있고, 경제단체들은 시장경제 이념과 기업에 대한 이해를 확산시키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소년 경제교육 프로그램이 늘어난 배경에는 정책당국 및 기업의 요구와 함께 기존 학교의 경제교육에 대한 일반인의 불만에서 비롯됐다.
정부와 기업, 경제단체 등은 시장원리와 합리적인 판단 대신 경제논리에 반하는 집단행동이나 비공식적인 압력 등을 통해 집단의사를 관철하려는 풍조 때문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는 인식이다. 실제로 70·80년대 정부주도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국민들 사이에서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거나, 경제성장에서도 시장보다는 정부의 계획과 통제를 중시하게 됐다.
또 외환위기 직후 일부 기업의 정경유착과 회계부정 등으로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으며,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도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만들지기도 했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주식·부동산·채권 투자 등 재테크와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실질적인 경제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여기에 신용불량자 문제는 개인의 경제의식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기존 학교에서의 경제교육이 입시위주로 이뤄졌고, 경제이론과 지식 전달에 급급했기 때문에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불충분하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중·고등학생 144명과 교사 2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가장 필요한 경제관련 지식분야로 직업선택·신용교육·재테크 등 생활교육(35.4%), 정책·시사해설(22.9%), 기업경영(22.2%), 시장경제원리(11.8%) 등을 꼽았다. 교사들도 생활경제교육(68.6%)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5일 ‘청소년 경제교육의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학교 경제교육을 내실화하고, 교육현장의 아이디어를 정책수립과 교육자료 개발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교육서비스의 내용과 형식을 다양화하고 전문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근영 연구원은 “경제교육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며 “기업과 경제교육기관의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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