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성(姓)계승법’ 시행

어머니 성, 부모 복합성 자유롭게 택할 수 있어

지역내일 2005-01-06 (수정 2005-01-06 오전 11:27:17)
1월 1일부터 프랑스에서 자녀에게 아버지 성과 어머니 성, 혹은 두 성을 모두 줄 수 있는 새로운 ‘성(姓) 계승법’이 시행된다. 80년대부터 가족법 개혁론자들과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해 왔던 이 법은 2002년 3월 4일에서야 채택 돼 2003년 6월 10일 수정됐다. 가부장제 옹호론자들과 행정기관의 무기력으로 인해 난관에 봉착했던 것이라고 프랑스 언론들은 이유를 밝혔다.
사회적으로 일정한 수준의 남녀평등이 이뤄지면서 여성들 자체가 큰 부당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 이유도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법 시행에 대해 “이제까지 문제없이 잘 살아왔는데 왜 느닷없이 ‘전통’을 바꿔야 하는가”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좋든 싫든 간에 이제 1월 1일 이후 출생한 아이들은 성으로 어머니, 혹은 아버지의 성을 물려받을 수 있다. 또 순서에 관계 없이 양쪽성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예를들어 뤼시 앙글라드(여)와 시몽 미슐레(남) 부부가 자녀에게 양쪽성을 다 물려주고 싶다면 아이의 성은 ‘알글라드--미슐레’가 된다. 가운데 줄 두 개(--)는 가운데 줄 하나(-)로 이어지는 뒤퐁-에냥(Dupont-Aignan)과 같은 원래 가운데 줄로 이어진 단일성과 구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선택의 기회는 첫째 아이의 성을 정할 때 단 한번뿐이다. 한 가정의 모든 아이들은 같은 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인류학자 발레리 프레쉐(Valerie Freschet) 는 “새 ‘성(姓) 계승법’으로 이혼한 가정끼리 재결합한 가정의 자녀들이나, 재혼해서 낳은 아이와 배우자가 과거 결혼관계에서 낳은 아이들간의 상하 위계관계, 또 사생아라는 개념이 완벽히 사라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수년 전부터 유럽 인권재판소는 프랑스에게 당시 성 계승제에 남녀 차별이 있다면 이를 개정하라고 요구해왔다. 이탈리아와 스위스도 아버지 성을 따르게 돼 있다. 스페인의 경우 어머니의 성을 물려줄 수 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 핀란드의 경우 부모 성과 다른 성을 선택할 수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 이혼, 재혼, 혹은 동거자 변경을 고려 10년에 한 번씩 성을 바꿀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아직 정체성에서의 진정한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문은 열렸다” 리베라씨옹은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새 법이 상원의원들이 반대하지 않았다면 2002년 개정안에서 제시된 것처럼 자녀가 없는 성인남녀 모두에게 적용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한다. ‘성 계승법’ 수정 옹호론자인 꼴레뜨 오제르 변호사는 “새 법이 나이로 국민을 차별한다”고 비난한다. 또 이번 기회에 동성간 커플의 자녀 성 사안도 다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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