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3색, ‘빅3’ CEO들

지역내일 2005-01-10 (수정 2005-01-10 오후 12:27:19)
■ 태평양 서경배 사장
젊은 감각 자랑하는 ‘트렌드 리더


태평양의 서경배 사장은 ‘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경영인이다.
이미지성 상품인 ‘화장품·생활용품’ 시장에서 빠르게 대응해, 스스로 젊은 감각을 유지하며 변화하고 있다.
서 사장은 태평양의 여성 색조 화장품을 비롯해 향수, 남성 마스크 시트 등을 직접 사용해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스스로를 ‘트렌드 리더’로서 포지셔닝했다는 점. 그 자신이 해외 시장을 직접 돌며 제품을 분석하는 것은 물론, 젊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 사장의 차별화된 경영전략은 ‘브랜드 매니저들의 권한 대폭 강화’와 ‘신성장 동력의 구축’이다.
태평양의 브랜드 매니저들은 브랜드 기획뿐만 아니라 연구, 영업, 광고 등 각 분야의 총괄 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젊은 여성 브랜드 매니저들이 시장을 뛰어다니며 경쟁 제품을 분석하거나, 영업 간부들에게 제품을 발라주며 효능을 설명할 있는 파격적 분위기는 서 사장의 경영방침과 맥락을 같이 한다.
태평양의 브랜드 매니저 한 관계자는 “태평양은 자신만의 전문성을 살리고, 여성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회사”라고 말했다.
서 사장은 또 최근 ‘미와 건강을 위해 토탈 케어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화장품 분야의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가운데 △헤어케어 브랜드 △목용 용품 △이너뷰티 종합 프로그램 등을 육성하고 있다.
이외에도 태평양의 이색 사내 프로그램인 요가 교실, 금연 및 다이어트 펀드 등은 ‘직원들부터 아름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서 사장의 경영이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한편 서 사장을 거론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아버지이자 태평양의 창업주인 고 서성환 회장이다.
‘기업이 번 돈은 사회를 위해 써야 한다’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서 사장은 지난해 노조위원장과 함께 ‘아름다운 가게’의 일일 봉사원으로 활동, 고 서성환 회장의 물건을 기증했다.
또 같은해 8월에는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이주여성들을 위해 2억원을 쾌척, 2008년까지 총 10억원의 기금을 마련키로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태평양이 다국적 기업이나 동종 업계에 비해 차별화되는 점은 CEO 스스로가 브랜드가 되어, 제품과 기업의 이미지를 동시에 강화하고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 LG생활건강 차석용 사장
브랜드 매니저들이 인정한 마케터

지난해 12월 29일, 새해를 불과 이틀 앞두고 LG생활건강은 새 수장을 맞아들였다.
해태제과의 전 사장을 지낸 차석용 신임사장이 그 주인공.
차 사장의 전격 영입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2005년 LG생활건강의 새 틀 짜기’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오너그룹의 직계 가족이 아니며, LG그룹 내에서 경험을 쌓지 않은 외부 전문가를 사장으로 발탁한 것은 그의 마케팅 능력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차 사장의 독특한 경영능력은 그에게 붙는 수식에서도 드러난다. 차 사장에게는 ‘적군을 잘 아는 수장’이라는 이색 별명이 붙어 있다.
경쟁업체인 P&G의 고위간부를 오랜 기간 지내며 시장을 꿰뚫고 있다는 것. 차 사장은 85년 P&G에 입사한 후 97년 P&G 아시아지역 탬폰 사업부 총괄본부장, 98년 쌍용제지(주) 사장을 거쳤다.
99년부터 2001년까지는 한국P&G사장으로도 활동했다.
차 사장은 또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해태제과의 전문 경영인으로서 ‘소비재 전문가’ ‘히트브랜드 전문가’라는 명칭을 얻었다. ‘보수적’인 식품업계의 틀을 과감히 깨고, 젊은 브랜드매니저들을 육성, 젊은 감각의 광고로 장수 브랜드를 재탄생 시켰다.
해태제과의 한 브랜드 매니저는 “간결하지만 집요한 질문, 젊은 브랜드매니저들의 생각을 최대한 존중하는 전문가”라고 차 사장의 특징을 설명했다.
차 사장은 또 당시 업계 최초로 ‘333시스템’을 도입했다.
3개의 광고대행사를 선정해 경쟁시스템을 도입, 한 업체의 기획안이 3번안에 통과되지 못하면 ‘삼진아웃제’가 적용돼 다른 업체로 일감이 넘어갔다.
한편 차 사장은 취임 이후 LG생활건강 직원들내에서도 ‘신선하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생활건강 한 직원은 “‘사장실에 올 때 격식 차리려고 넥타이 따로 착용하지 말라’는 신임 사장의 말이 인상적었다‘라며 “올해는 회사가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마케팅 조직도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차 사장은 신년사에서 “여러분에게 군림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려고 왔다” “(P&G에서 일하면서) 한국 시장을 지켜가는 LG생활건강이 대단한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여러분들을 존경한다”라는 요지의 발언들로 직원들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불황과 유통시장 재편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LG생활건강에 차 신임사장이 새 바람을 몰고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 애경 안용찬 사장
선택과 집중 강조 ‘내실주의’ 경영인

애경의 안용찬 사장은 97년 5월 취임 이후 회사의 흑자신화를 이어온 ‘실속파’ 경영인이다.
안 사장이 ‘내실’을 위해 선택한 첫 번째 전략은 ‘수익위주 경영’. 96년 이후 애경의 매출은 매년 평균 10%씩 지속성장을 통해 202% 상승했다. 반면 부채비율은 95년 당시 870%에서 2004년에는 190%대로 떨어졌다.
안 사장은 또 마케팅 및 브랜드 전략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다.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브랜드는 과감히 철수하고 불필요한 제품규격은 없앴다.
안 사장의 두 번째 전략은 ‘1등 브랜드 육성’이다. 브랜드 수를 과감히 줄였지만, 1등 브랜드는 공격적으로 육성, 시장의 흐름을 주도했다. 안 사장이 취임이후 전략적으로 출시한 ‘2080치약’은 치약시장에 파란을 일으켰으며, 애경의 대표브랜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프리미엄 샴푸 시장에서는 ‘케라시스 헤어 크리닉 시스템’을 선보여, 매니아 고객층을 확보했다.
안 사장의 세 번째 전략은 고객만족주의. 고객불만 사항을 처리하는 소비자상담실을 ‘고객만족팀’으로 개편, 전화상담은 물론 직접방문을 통한 소비자 불만처리까지 실시하게 했다. 또 애경의 디자이너들은 단 2명에서 2004년 총인원 25명의 디자인센터로 승격했다. 최종 의사결정권을 디자이너와 소비자(소비자 리서치 결과)에게 부여한 점도 브랜드 성공의 한 축으로 작용했다.
한편 안 사장은 최근 프리미엄 생활용품 시장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어느 섬에 가도 애경의 세제와 치약이 있다’는 평이 나올 만큼, 애경의 기존 제품들은 이미 탄탄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20대 등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다국적 기업도 관련 시장을 공략하면서 애경의 적극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애경의 한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안 사장의 동반자는 채형석 부회장이며, 마케팅 차원에서 안 사장의 스승은 고객”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명문 와튼스쿨에서 수학한 안 사장은 채 부회장과 함께, 경영전략을 짤 때에는 동종업계 경영자들과 두뇌전쟁을 벌인다. 그러나 개별 브랜드를 출시 할 때에는 한 명의 주부나 젊은 여성의 입장에 서서 철저하게 고객위주 전략을 짠다는 설명이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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