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둥~투둥~~두둥둥~두둥둥~~
시동을 켜자 엔진소리가 베이스음으로 낮게 깔리는 듯하더니 이내 말발굽 소리처럼 엇박자로 울리며 점점 커진다. 이 소리를 들을 때마다 황정희씨(44)의 심장 은 힘차게 뛴다.
세계적인 명품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이 그의 가슴을 뛰게 하는 존재다. 그가 타는 기종은 ‘할리 데이비슨 헤리티지 소프트테일’(1450cc). 무게가 자그마치 350kg나 된다.
수영·테니스·스키·에어로빅 등 못하는 운동이 없는 황씨가 바이크를 타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 전. ‘취미활동은 반드시 부부가 함께 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 놓은 남편 박원일씨(46·개인사업)가 “같이 배우자”했다.
“다른 남편들 같으면 위험하다고 뜯어 말릴 텐데 왜 같이 하자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됐죠. 남편은 그냥 면허라도 같이 따 놓자고 조르더라고요.”
125cc짜리 소형 바이크인 ‘데이스터’로 처음 타는 법을 배우던 날, 시작한 지 두어 시간 만에 ‘완전히 감 잡은’ 황씨. 내친 김에 과천대공원에서 강동구 명일동 집까지 ‘겁도 없이’ 달렸다. 뒤에 남편까지 태우고서.
“물론 입이 바싹바싹 타들어갔죠.(웃음) 그래도 기분은 날아갈 듯이 좋더라고요. 바이크 배운 그날로 복잡한 도심을 달리고 나니까 난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고요.”
탄력 받은 자신감으로 소형2종 면허도 한번에 덜컥 붙은 황씨는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혼다 쉐도우 750cc, 야마하 1100cc 그리고 할리 데이비슨 1450cc까지, 배기량 숫자만큼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이후 황정희씨는 HOG(Harley Owner’s Group : 전 세계 할리 데이비슨 마니아들이 만든 동호회)랠리에 3번 참가하면서 유명인사가 됐다.
동네 젊은이들에게도 인기 ‘짱’이다. 운동센터에서 아는 체 한번 안 하던 ‘녀석’들이 지금은 90도로 인사를 건네는 것도 바이크 덕이다. 처음에는 불안해하던 두 아들도 친구들이 ‘니네 엄마 바이크 탄다며?’하면서 부러움과 경이로움의 눈길을 보내는 통에 엄마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도로를 달릴 때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 일쑤다.
검정 가죽 잠바, 검정 헬멧, 검정 장갑, 검정 부츠로 무장한(?) 40대 중반의 아줌마가 바이크와 한 몸이 돼 달릴 때는 위풍당당한 여전사의 모습 그대로다. 이 참에 평소 궁금했던 한 가지. 왜 꼭 검정가죽옷이죠?
“가죽옷은 급박한 상황에 닥칠 때 마찰이나 화상으로부터 라이더를 보호해 줄 수 있어요. 물론 멋져 보이기도 하지만요.”
라이더 경력 2년밖에 안 된 그가 ‘오토바이의 지존’이라는 할리 데이비슨을 타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할리 데이비슨은 지난 해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남편이 준 선물.
“시어머니께서 92년에 중풍으로 쓰러진 후 돌아가시기 전까지 10년 병간호를 했어요. 그 세월동안 남편은 고생한다는 말 한번 안 했어요. 그랬던 남편이 언젠가 부부 모임에 갔을 때 ‘정말 고마웠다’고 하더군요.” 남편은 굳이 설명하지 않았지만 오랜 세월 말없이 참아준 아내에게 ‘가슴이 뻥 뚫릴 듯한 자유’를 선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뒤늦게 면허를 따고 ‘야마하 드레그스타 1100cc’를 모는 남편과 단둘이서 앞서니 뒤서거니 달리다가 한적한 시냇가에 바이크를 세우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은 이제 소중한 일상이 됐다.
“여름에 국도를 지나다 보면 연초록 들판이 너무 예뻐요. 계곡을 지나갈 때 굽이굽이 흘러가는 물줄기도 시원하고요. 얼마 전 백암으로 랠리를 갔을 때 보니 벼가 익은 황금빛 들녘이 장관이더군요. 농사가 참 잘 됐구나, 마치 내가 풍성한 수확을 거둔 듯 뿌듯해지죠.”
황씨는 “마흔 넘어 시작한 바이크는 인생의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했다.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바이크에 도전해 2년밖에 안됐지만 10년차 대접을 받는 라이더가 된 그는 “여자도 바이크를 잘 탈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니 제가 바이크 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는 거 맞죠?”라고 자부심을 내비췄다
/신민경 기자 mkshin@naeil.com·사진 이의종 기자
시동을 켜자 엔진소리가 베이스음으로 낮게 깔리는 듯하더니 이내 말발굽 소리처럼 엇박자로 울리며 점점 커진다. 이 소리를 들을 때마다 황정희씨(44)의 심장 은 힘차게 뛴다.
세계적인 명품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이 그의 가슴을 뛰게 하는 존재다. 그가 타는 기종은 ‘할리 데이비슨 헤리티지 소프트테일’(1450cc). 무게가 자그마치 350kg나 된다.
수영·테니스·스키·에어로빅 등 못하는 운동이 없는 황씨가 바이크를 타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 전. ‘취미활동은 반드시 부부가 함께 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 놓은 남편 박원일씨(46·개인사업)가 “같이 배우자”했다.
“다른 남편들 같으면 위험하다고 뜯어 말릴 텐데 왜 같이 하자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됐죠. 남편은 그냥 면허라도 같이 따 놓자고 조르더라고요.”
125cc짜리 소형 바이크인 ‘데이스터’로 처음 타는 법을 배우던 날, 시작한 지 두어 시간 만에 ‘완전히 감 잡은’ 황씨. 내친 김에 과천대공원에서 강동구 명일동 집까지 ‘겁도 없이’ 달렸다. 뒤에 남편까지 태우고서.
“물론 입이 바싹바싹 타들어갔죠.(웃음) 그래도 기분은 날아갈 듯이 좋더라고요. 바이크 배운 그날로 복잡한 도심을 달리고 나니까 난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고요.”
탄력 받은 자신감으로 소형2종 면허도 한번에 덜컥 붙은 황씨는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혼다 쉐도우 750cc, 야마하 1100cc 그리고 할리 데이비슨 1450cc까지, 배기량 숫자만큼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이후 황정희씨는 HOG(Harley Owner’s Group : 전 세계 할리 데이비슨 마니아들이 만든 동호회)랠리에 3번 참가하면서 유명인사가 됐다.
동네 젊은이들에게도 인기 ‘짱’이다. 운동센터에서 아는 체 한번 안 하던 ‘녀석’들이 지금은 90도로 인사를 건네는 것도 바이크 덕이다. 처음에는 불안해하던 두 아들도 친구들이 ‘니네 엄마 바이크 탄다며?’하면서 부러움과 경이로움의 눈길을 보내는 통에 엄마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도로를 달릴 때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 일쑤다.
검정 가죽 잠바, 검정 헬멧, 검정 장갑, 검정 부츠로 무장한(?) 40대 중반의 아줌마가 바이크와 한 몸이 돼 달릴 때는 위풍당당한 여전사의 모습 그대로다. 이 참에 평소 궁금했던 한 가지. 왜 꼭 검정가죽옷이죠?
“가죽옷은 급박한 상황에 닥칠 때 마찰이나 화상으로부터 라이더를 보호해 줄 수 있어요. 물론 멋져 보이기도 하지만요.”
라이더 경력 2년밖에 안 된 그가 ‘오토바이의 지존’이라는 할리 데이비슨을 타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할리 데이비슨은 지난 해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남편이 준 선물.
“시어머니께서 92년에 중풍으로 쓰러진 후 돌아가시기 전까지 10년 병간호를 했어요. 그 세월동안 남편은 고생한다는 말 한번 안 했어요. 그랬던 남편이 언젠가 부부 모임에 갔을 때 ‘정말 고마웠다’고 하더군요.” 남편은 굳이 설명하지 않았지만 오랜 세월 말없이 참아준 아내에게 ‘가슴이 뻥 뚫릴 듯한 자유’를 선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뒤늦게 면허를 따고 ‘야마하 드레그스타 1100cc’를 모는 남편과 단둘이서 앞서니 뒤서거니 달리다가 한적한 시냇가에 바이크를 세우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은 이제 소중한 일상이 됐다.
“여름에 국도를 지나다 보면 연초록 들판이 너무 예뻐요. 계곡을 지나갈 때 굽이굽이 흘러가는 물줄기도 시원하고요. 얼마 전 백암으로 랠리를 갔을 때 보니 벼가 익은 황금빛 들녘이 장관이더군요. 농사가 참 잘 됐구나, 마치 내가 풍성한 수확을 거둔 듯 뿌듯해지죠.”
황씨는 “마흔 넘어 시작한 바이크는 인생의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했다.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바이크에 도전해 2년밖에 안됐지만 10년차 대접을 받는 라이더가 된 그는 “여자도 바이크를 잘 탈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니 제가 바이크 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는 거 맞죠?”라고 자부심을 내비췄다
/신민경 기자 mkshin@naeil.com·사진 이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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