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의 자유총선에도 발칸반도 위기 여전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소보의 민족갈등

지역내일 2004-11-01 (수정 2004-11-01 오전 11:25:03)
지난 22일 코소보 주민들은 1999년 인종청소의 악몽에서 벗어난 후 두번째 총선을 치렀다.
1999년 나토군이 78일간의 공습 끝에 세르비아군을 몰아내고 2000년 10월28일 첫번째 자유총선을 치른 지 4년만이다. 그러나 두번에 걸친 자유총선에도 불구하고 발칸반도의 위기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코소보의 치안은 아직도 2만여 명의 나토평화유지군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코소보 사태가 근원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것은 평화협상 과정에서 코소보의 법적지위에 대해 분명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소보 사태의 원인을 발칸반도의 복잡한 역사적 배경에서 찾기도 한다. 코소보는 6세기경 세워진 세르비아 왕국의 발원지이다. 그러나 1389년 오스만터키제국의 침입으로 영토를 잃게 되었다. 그 후 500여년간 터키제국의 지배를 받게되었는데 터키제국은 이 지역에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알바니아인들을 대거 이주 시켰다. 19세기 후반 터키제국이 약화되면서 세르비아인들은 왕국을 재건하기 위해 노력했고 1차세계대전 이후 유고연방으로 독립하게 되었다.
그러나 수백년의 역사 속에서 발칸반도는 다양한 인종과 종교와 언어가 혼재하게 되었다. 유고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표현이 있다.
하나의 나라 안에 두 개의 문자와 세 가지의 종교 네 종류의 언어 5개의 민족 6개의 공화국이 혼재하고 있으며 국경에는 7개의 나라가 접경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다인종이 각 공화국에 흩어져 살고 있기 때문에 민족국가로 분리독립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 지역이 언제나 인종갈등에 휩싸였던 것은 아니다. 1945년부터 1980년까지 티토가 구유고연방을 통치할 때만 하더라도 인종간의 갈등은 없었다. 1989년 밀로세비치가 ‘대세르비아 건설’이라는 민족주의를 집권 이데올로기로 내세우면서 인종갈등을 다시 불러 일으켰다.
대세르비아 건설을 내건 밀로세비치는 코소보의 자치권을 발탈하고 알바니아어의 사용을 금지 하였다. 코소보 인구의 10%에 불과한 세르비아인들이 정부의 중요 지위를 독점하게 되었다.
티토 치하에서는 공화국으로 인정을 받지는 못하였으나 지치권은 보장받고 있던 코소보의 알바니아인들은 밀로세비치의 탄압에 항거하여 독립을 요구하게 되었다.
1990년대 들어 소련이 붕괴하고 동구권이 몰락하면서 구유고연방 소속의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가 1991년 6월 독립을 선언하였고 같은 해 11월에는 마케토니아가 다음해인 1992년 3월에는 보스니아가 독립을 선언하게 되었다. 6개의 공화국 가운데 4개의 공화국이 독립을 선언하자 세르비아정부는 공화국들의 독립을 막기위해 군사력을 동원하였고 이 과정에서 보스니아 사태와 코소보 사태가 발발하였다.
표면적으로 볼 때 코소보 사태는 지배세력이던 세르비아인들이 알바니아계국가의 독립과 자치를 막으면서 발생한 민족분쟁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독재권력을 노린 한 정치가가 내세운 민족주의적 통치이데올로기 때문이었다. 밀로세비치가 ‘대세르비아 건설’을 내세우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들은 함께 어울려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서로 정다운 이웃이었고 민족간의 결혼도 흔한 일이었다.
결국 독재권력을 꿈꾸던 한 정치가의 야욕으로 인해 발칸반도가 다시 전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비록 지금 밀로세비치는 국제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고 있지만 발칸반도의 주민들이 민족주의라는 해묵은 감정을 떨치지 못한다면 독재자가 뿌린 증오의 감정에서 해방되지 못할 것이다. 세르비아정부는 코소보지역의 세르비아인들에게 22일 총선을 보이콧할 것을 선동했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선거에 참여하면 코소보 자치정부를 인정하는 결과가 되고 그렇게 되면 코소보 지역의 독립주장이 정당성을 얻게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세르비아 정부의 요구대로 코소보의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1%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세르비아 정부가 선거보이콧을 통해 노리는 것은 코소보 지역 내의 세르비아인의 자치권 확보다.

/김광호 리포터 holh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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