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종합주가지수가 또한번 솟구치면서 880대를 깨는 이변이 일어나자 주식시장 곳곳에서는 탄성이 쏟아졌다. 조정국면에서 진입시기만 노리던 개미들은 “너무 늦었나”라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고 일각에서는 “드디어 추세전환인가”라는 기대감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날도 여전히 마음을 졸이고 있는 곳은 증권사 리서치센터. 최근 3분기 시황이 다수의 예상을 깨고 급등락을 반복하자 증권사를 대표해 시황을 전망하는 애널리스트들도 덩달아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예측불허 장세에서 속타는 애널리스트들의 고민을 통해 최근 급등락장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지난 8월초 폭락장이 수개월째 계속되자 증시 주변에는 어느때보다 비관론이 팽배했다. 내수가 바닥을 치고 있는데다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를듯한 기세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시장주의자인 애널리스트로서 ‘낙관론’을 펴기 어려운 상황임에 분명했다. 시장이 700대 초반에 이르자 대부분 애널리스트는 “700대가 무너질 것”이라데 무게를 실었다. 500∼600대에서 조정을 거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주가는 8월초부터 돌연 반전하더니 9월 중순까지 150포인트 약진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700대 중후반에 이르기까지 설마했던 상당수 애널리스트들로서는 “악”소리나는 급등장이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일부 회사가 급등장을 예견하지 못한 일부 애널리스트들에 대해 문책성 인사를 한다는 흉흉한 얘기가 돌기도 했다. 투자자에게 제대로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것은 물론 증권사 자기매매에서도 손해가 막심했다는 분석 때문이다.
중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8∼9월 급등장은 800고지를 넘어서기 직전에야 실감할 정도의 예측불허 장세였다”며 “4∼7월까지 이어진 폭락장을 제대로 경고하지 못한 원죄 때문에 뒤늦게 반등장이라고 말바꾸기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때문인지 굳굳히 비관론을 유지하는 애널리스트가 적잖다. 교보증권 임송학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반등은 국내 증시에 대한 상대적인 가격 메리트 때문에 외국인이 매수한데서 나타난 것일 뿐 추세적 상승세는 아니다”며 “올해안에 710 저점을 다시 테스트할 것으로 예상하며 내년 1분기에는 650까지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LG투자증권과 동부증권 등도 비관론에 의기투합한 상태다. 물론 주가가 880을 돌파하면서 이들의 입지는 매우 불편한게 사실. 이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4일 장이 끝난 직후 “이전 고점인 920선을 돌파하기까지는 말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며 “역설적이지만 장이 오를수록 좌불안석인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일부 증권사는 오랜 비관론을 접고 낙관론으로 ‘전향’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곳이 한화증권. 한화증권은 지난달 “최근 상승장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추세 국면”이라며 “올해내 900고지를 회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전까지 과대낙폭에 따른 일시적 반등이라는 입장을 강조하던데서 대폭 변모한 것. 증시에서는 “너무 늦게 따라온 것 아니냐” “늦었지만 용기있는 선택”이라는 시각이 엇갈렸다. 한화증권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아직 판단유보 상태다. 한화증권이 ‘전향’한 지난달 중순이후 지수가 상당기간 조정국면에 돌입하면서 일각에서는 “모양새만 구겼다”는 섣부른 평가가 나왔지만 추석 직후 급등장으로 일단 한숨을 돌렸다는 관전평이다. 하지만 결과는 어쨌든 맘고생이 심한 것은 분명하다는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소수지만 4월말 이후 급락장에서도 낙관론을 펴 주위의 시선을 끌었던 애널리스트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동원증권과 대신증권. 낙관론의 선두에 섰던 이들 증권사는 줄곧 “연내 900 돌파를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800 돌파도 힘겨워보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수가 880대를 돌파하면서 이들의 시황전망은 90%이상 맞은 셈이다. 예전같았으면 또 한명의 스타가 탄생했을법한 상황. 하지만 시장에서 이들을 축하하는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이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대외적으로 리서치센터 신뢰도가 높아지고 펀드매니저들 사이에 인지도를 재고한 효과는 어느정도 있겠지만 실속은 별로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수는 예상대로 올랐지만 개인들이 여전히 투자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 수익으로 연결되는 액수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나름대로 시황을 적중시켰던 애널리스트조차 최근 증권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리보존을 걱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대표적 낙관론자로 주목을 받았던 한 40대 초반 애널리스트는 “증권사들이 인수합병되면서 애널리스트는 당장의 수익구조와 동떨어져있다는 이유로 구조조정 1순위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눈앞의 수익에 메마른 증권사들로서는 장기적인 투자를 필요로하는 리서치센터에 막대한 예산 투입을 주저한다는 것이다.
인기직종서 ‘하한가’친 애널리스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때 대학생들로부터 선호직업 상위권에 꼽히곤했다. 펀드매니저와 함께 증시를 이끌어가는 쌍두마차로 인식된데다 고액연봉이 보장되는 직업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증권사에 근무하는 애널리스트는 600명선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개별종목과 산업, 시장, 경제 등으로 담당을 나눠 말그대로 ‘분석’하는 작업을 한다. 이들이 내놓는 정보는 보고서 형태로 개인 투자자나 펀드매니저들에게 전달, 투자 방향을 잡아준다. 소속 증권사에게는 포트폴리오 작성의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이들의 말에 따라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이 일시에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애널리스트는 새벽에 출근, 전날 미국 등 해외시장을 챙기는 것을 시작으로해서 끊임없이 기업탐방과 시황설명회를 다니고 밤에는 다음날 투자자들에게 건넬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강도높은 일정을 강요받는다.
물론 상응하는 대우도 따른다. 상당수 애널리스트는 억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형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절반 정도는 억대 연봉을 받겠지만 워낙
천차만별이어서 평균 연봉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증권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애널리스트들도 위기감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구조조정 필요성에 직면한 증권사들이 당장 영업성과와 연결되지 않는 애널리스트에게 억대 연봉을 쏟아부을 절박감을 느끼지 않고 있는 것. 증권사들이 애널리스트를 구조조정 1순위에 올려놓는 이유다.
시장에서 주목할만한 신예로 꼽히는 30대 초반 애널리스트는 “언제 어떻게될지 모르는 애널리스트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일반 회사원이 낫다는 생각”이라며 “얼마전 결혼한 부인도 전직에 동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편집자주>
하지만 이날도 여전히 마음을 졸이고 있는 곳은 증권사 리서치센터. 최근 3분기 시황이 다수의 예상을 깨고 급등락을 반복하자 증권사를 대표해 시황을 전망하는 애널리스트들도 덩달아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예측불허 장세에서 속타는 애널리스트들의 고민을 통해 최근 급등락장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지난 8월초 폭락장이 수개월째 계속되자 증시 주변에는 어느때보다 비관론이 팽배했다. 내수가 바닥을 치고 있는데다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를듯한 기세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시장주의자인 애널리스트로서 ‘낙관론’을 펴기 어려운 상황임에 분명했다. 시장이 700대 초반에 이르자 대부분 애널리스트는 “700대가 무너질 것”이라데 무게를 실었다. 500∼600대에서 조정을 거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주가는 8월초부터 돌연 반전하더니 9월 중순까지 150포인트 약진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700대 중후반에 이르기까지 설마했던 상당수 애널리스트들로서는 “악”소리나는 급등장이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일부 회사가 급등장을 예견하지 못한 일부 애널리스트들에 대해 문책성 인사를 한다는 흉흉한 얘기가 돌기도 했다. 투자자에게 제대로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것은 물론 증권사 자기매매에서도 손해가 막심했다는 분석 때문이다.
중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8∼9월 급등장은 800고지를 넘어서기 직전에야 실감할 정도의 예측불허 장세였다”며 “4∼7월까지 이어진 폭락장을 제대로 경고하지 못한 원죄 때문에 뒤늦게 반등장이라고 말바꾸기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때문인지 굳굳히 비관론을 유지하는 애널리스트가 적잖다. 교보증권 임송학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반등은 국내 증시에 대한 상대적인 가격 메리트 때문에 외국인이 매수한데서 나타난 것일 뿐 추세적 상승세는 아니다”며 “올해안에 710 저점을 다시 테스트할 것으로 예상하며 내년 1분기에는 650까지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LG투자증권과 동부증권 등도 비관론에 의기투합한 상태다. 물론 주가가 880을 돌파하면서 이들의 입지는 매우 불편한게 사실. 이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4일 장이 끝난 직후 “이전 고점인 920선을 돌파하기까지는 말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며 “역설적이지만 장이 오를수록 좌불안석인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일부 증권사는 오랜 비관론을 접고 낙관론으로 ‘전향’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곳이 한화증권. 한화증권은 지난달 “최근 상승장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추세 국면”이라며 “올해내 900고지를 회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전까지 과대낙폭에 따른 일시적 반등이라는 입장을 강조하던데서 대폭 변모한 것. 증시에서는 “너무 늦게 따라온 것 아니냐” “늦었지만 용기있는 선택”이라는 시각이 엇갈렸다. 한화증권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아직 판단유보 상태다. 한화증권이 ‘전향’한 지난달 중순이후 지수가 상당기간 조정국면에 돌입하면서 일각에서는 “모양새만 구겼다”는 섣부른 평가가 나왔지만 추석 직후 급등장으로 일단 한숨을 돌렸다는 관전평이다. 하지만 결과는 어쨌든 맘고생이 심한 것은 분명하다는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소수지만 4월말 이후 급락장에서도 낙관론을 펴 주위의 시선을 끌었던 애널리스트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동원증권과 대신증권. 낙관론의 선두에 섰던 이들 증권사는 줄곧 “연내 900 돌파를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800 돌파도 힘겨워보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수가 880대를 돌파하면서 이들의 시황전망은 90%이상 맞은 셈이다. 예전같았으면 또 한명의 스타가 탄생했을법한 상황. 하지만 시장에서 이들을 축하하는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이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대외적으로 리서치센터 신뢰도가 높아지고 펀드매니저들 사이에 인지도를 재고한 효과는 어느정도 있겠지만 실속은 별로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수는 예상대로 올랐지만 개인들이 여전히 투자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 수익으로 연결되는 액수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나름대로 시황을 적중시켰던 애널리스트조차 최근 증권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리보존을 걱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대표적 낙관론자로 주목을 받았던 한 40대 초반 애널리스트는 “증권사들이 인수합병되면서 애널리스트는 당장의 수익구조와 동떨어져있다는 이유로 구조조정 1순위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눈앞의 수익에 메마른 증권사들로서는 장기적인 투자를 필요로하는 리서치센터에 막대한 예산 투입을 주저한다는 것이다.
인기직종서 ‘하한가’친 애널리스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때 대학생들로부터 선호직업 상위권에 꼽히곤했다. 펀드매니저와 함께 증시를 이끌어가는 쌍두마차로 인식된데다 고액연봉이 보장되는 직업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증권사에 근무하는 애널리스트는 600명선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개별종목과 산업, 시장, 경제 등으로 담당을 나눠 말그대로 ‘분석’하는 작업을 한다. 이들이 내놓는 정보는 보고서 형태로 개인 투자자나 펀드매니저들에게 전달, 투자 방향을 잡아준다. 소속 증권사에게는 포트폴리오 작성의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이들의 말에 따라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이 일시에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애널리스트는 새벽에 출근, 전날 미국 등 해외시장을 챙기는 것을 시작으로해서 끊임없이 기업탐방과 시황설명회를 다니고 밤에는 다음날 투자자들에게 건넬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강도높은 일정을 강요받는다.
물론 상응하는 대우도 따른다. 상당수 애널리스트는 억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형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절반 정도는 억대 연봉을 받겠지만 워낙
천차만별이어서 평균 연봉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증권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애널리스트들도 위기감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구조조정 필요성에 직면한 증권사들이 당장 영업성과와 연결되지 않는 애널리스트에게 억대 연봉을 쏟아부을 절박감을 느끼지 않고 있는 것. 증권사들이 애널리스트를 구조조정 1순위에 올려놓는 이유다.
시장에서 주목할만한 신예로 꼽히는 30대 초반 애널리스트는 “언제 어떻게될지 모르는 애널리스트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일반 회사원이 낫다는 생각”이라며 “얼마전 결혼한 부인도 전직에 동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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