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도보여행가 김남희 ‘겁 많고 까탈스런 내가 홀로 걸은 이유’

떠나니 버려지고 걸으니 새 길 보이더라

지역내일 2004-08-26
820㎞, 29일간의 찬란한 국토종주기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의 저자 김남희씨(34)의 삶은 어디도 숨을 곳 없어 정직한 길 위에 있다.
국토종주부터 따지면 2001년부터다. 그리고 지난해 1월 떠나 중국 티베트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네팔을 거쳐 인도에 머물기까지 죽 그랬다. 책 발간 때문에 들른 잠깐의 귀국이 끝나면 그는 다시 길 위의 생활을 이어갈 것이다. 문득문득 떠나고 싶은 ‘문득 병’이 치료되고 배낭 싸는 일이 지긋지긋해질 즈음 여행을 끝내겠다는 그가 예정한 시간은 7년. 이 ‘대장정’의 첫발이 궁금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하고 싶은 건 뭔지 모르겠고 분명한 건 대학 졸업하고 직장 다니다 결혼해서 아이 낳고 아파트 평수 넓혀 가는, 모범답안 같은 정해진 삶은 아닌 것 같았어요.”
숨통을 틔워준 것은 졸업 후 두 달간의 유럽여행이었다. 온 몸에 구멍을 뚫어 고리를 끼우고 문신을 새긴 젊은이가 도서관을 지키는 모습 앞에서 막힌 혈이 뚫리는 느낌이었다. ‘이 길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여행으로 어떻게 밥을 먹고 살지?
2년간 돈을 모아 영국행. 관광정책 대학원엘 들어갔다. 돌아와서 터키대사관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한 달의 휴가를 위해 1년을 일했다.
“대중교통과 걷는 것으로 한 나라씩 찾아다녔어요. 나머지 11달은 다음 여행계획을 세우는 즐거움으로 견뎠고요. 나다운 것을 찾고 싶었어요. 내가 뭘 즐거워하고 슬퍼하고 화를 내는지,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뭘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그러다 ‘아주 가방을 싸야 겠다’ 결심을 한 때가 2000년. 더 늦기 전에 세계일주,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나를 만나고 싶었다. 국토종주는 그 전에 거쳐야 할 몸 풀기. 우리 땅이 얼마나 예쁜지도 알아야할 것 같았다.
길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스스로 ‘미친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 무렵엔 꼭 누군가 다가왔다. 자전거 짐칸을 내밀고, 찬 물 한 병을 내밀고, 밥상 한 자리를 내밀던 따뜻한 사람들. 그리고 지난해 1월, 드디어 좀 더 먼 길을 나섰다. 회사 접고 적금 깨고 전세금 빼고, 아예 돌아볼 여지를 두지 않았다.
“그래서 그 길에서 무얼 얻었어요?”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 풀려 가는 게 아니라는 거요.”
아니, 그 먼 길을 돌아 깨우친 것이 누구도 아는 ‘인생은 고(苦)’라고?
“네, 이제야 아네요. 다른 분들은 오래 전에, 여기서도 아는 사실을…(웃음). 그걸 받아들이면서 두 가지를 깨달았어요. 온전히 내가 몰입했던 길은 다음 진로를 열어준다는 것, 덜 가지면서도 더 충실한 삶을 사는 방법이 있다는 것.”
길에서는 숱하게 그보다 먼저 깨달음을 얻은 이들을 만났다. 특히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에서 사귄 한국여성과 현지 남편 부부는 감동이었다. 자그마한 한국식당을 운영하는 가난한 그들의 꿈은 티베트 노인을 위한 공동체를 짓는 것. 김씨는 공동체 건물 한 층을 올려주겠다 약속했다.
길 위에서는 힘도 많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첫 3개월, 중국에서는 유난했다.
“제일 힘든 건 외로움이죠. 지난 일, 두고 온 사람들. 몸까지 살짝 아프면 아주 고약해요. 막상 나왔지만 앞은 막막하고 안락했던 서울도 그립고, 끝내고 돌아가면 뭘 먹고 사나, 내가 판단착오를 한 건 아닐까, 두렵고 공포스러웠어요. 근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니 극복되더군요.”
마지막 여행지 남미에서 반드시 탱고를 배워 돌아오고 나면, 하고 싶은 것이 두 가지 있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문화체험 게스트하우스를 짓고 우리 땅, 우리 흙을 무대로 하는 ‘청소년 여행학교’를 만들겠다는 꿈이다. 여행자를 거두고 여행을 부추기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지금까지 여행기 쓰고 받은 원고료로 살았지만 돈은 만만찮은 현실의 벽이다.
“그게 숙제이긴 해요(웃음). 길이 방법을 알려주지 않을까요?”
작은 숲길 하나 발견하고는 ‘어쩌려고 나는 이렇게 운이 좋은 걸까’ 감동하는 그는 진짜 자신이 말한 대로 전생에 그리 나쁜 이는 아니었나 보다. 그의 꿈을 실현할 용기를, 티베트 어디쯤에선가 만날 것 같은 웃음을 가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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