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로아스터교, 소멸 위기 직면

지구상 가장 오래된 종교 … ‘비신자와 금혼’ 등 배타적 교리가 원인

지역내일 2004-09-08 (수정 2004-09-08 오전 11:16:27)
지난 수 세기동안 봄베이는 인류 최고(古) 종교의 하나인 조로아스터교를 지키는 성지이자 견고한 요새였다.
주로 인도와 발생지인 이란에 퍼져있는 조로아스터교는 현재 출생률 저하와 외부인을 배척하는 교리 때문에 사장 위기에 처해있다.
역사 속으로 묻혀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조로아스터 교인사회는 지금 종교신념을 지키면서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을 놓고 격렬한 논쟁에 휘말렸다고 보스턴 글로브가 5일자 기사에서 전했다.
스스로를 개혁파 성직자라고 밝힌 쿠쉬루 마돈 사제는 “조로아스터교가 좀더 개방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돈 사제는 2020년이면 신자 수가 현재의 6만 명에서 2만 5천 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부모 중 한 사람 만 신자거나 개종을 원하는 사람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새신도감소를 우려해 마돈을 비롯한 일부 사제들은 조로아스터 교인 어머니와 비신자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조로아스터교 신자로 인정하는 나브조트 의식을 행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보수주의자들은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일부 고위층 사제들은 비신자와 결혼한 모든 조로아스터교 신도에 대한 파문을 주장하고 나섰다.
파문의 적법성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한 발 물러서기는 했으나 이는 조로아스터 교인사회의 분열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글로브는 분석했다. 실제로 일부 보수적인 교인들 사이에서는 아직까지도 비신자와 결혼한 가족과는 연을 끊는 경우가 많다.
조로아스터교 교리학자 코제스테 미스트리씨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종교적 순수성”이며 “조로아스터교가 민족적 배경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조로아스터 교인 아버지의 피를 통해서만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로아스터교 역사학자 마니 카메르카씨는 이런 충돌은 난민근성에 기이한 바가 크다고 진단했다.
조로아스터교는 2천 년 이상 페르시아지역(현 이란)에서 흥성해 초기 유대교와 기독교, 회교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서기 651년 아랍의 페르시아 침공으로 조로아스터교는 소멸되고 살아남은 신자들은 이란과 인도지역으로 흩어졌다.
새로운 곳에 정착한 조로아스터교 신자들은 종교적 신념강화와 결속을 위해 이교도와의 결혼을 금하게 된다.
카메르카씨는 “조로아스터 교인들은 타인과 떨어져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믿음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종교적으로 조로아스터교 신자들이 보수적일지라도 사회적으로는 매우 진보적 성향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조로아스터교의 보편적이고 이성적 성향은 현대화와 잘 맞아떨어졌고 영국의 인도통치기간 조로아스터교 사회는 많은 부분 서구화됐다. 대부분 가정은 사회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보이고 많은 경우 여성의 교육수준이 남성보다 높다.
결과적으로 조로아스터교 여성들은 결혼이 늦고 이교도와의 결혼에 개방적이며, 자녀를 적게 낳는 경향이 있다. 또한 많은 조로아스터 교인들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종교적 믿음을 지키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현재 2만 5천 명 가량이 북미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도에 거주하는 조로아스터 교인을 칭하는 파르시스가 봄베이의 경제와 정치, 사교계를 장악했던 적도 있다. 봄베이 지역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주택과 공장, 대학, 영화사, 공공기관, 병원 대부분이 파르시스에 의해 운영되거나 파르시스의 지원으로 건설됐다.
이제는 지역사회에 많이 융화되 파르시스 고유의 말투나 행동, 사고방식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파르시스는 봄베이의 소중한 일부다. 일부 부유한 파르시스들은 각종 단체에 기부나 무료주택을 비롯한 지역 기반시설건설을 통해 지역사회를 살찌우고 있다. 이들이 기부한 건물과 기부금을 합치면 5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로아스터교의 발상지인 이란에서 개종은 정치적문제와 맞물려있다. 이란의 회교 지도자들은 수세기에 걸쳐 조로아스터교를 탄압해왔다. 일부에서는 개종이 가능하다면 자신의 뿌리를 찾아 조로아스터교로 개종하는 회교도 수가 엄청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불가능한 일이다.
회교에서는 개종을 금하고 있으며 개종하는 자에게는 사형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종을 허용하지 않는 회교와 이교도를 받아들이지 않는 조로아스터교 사이에서 많은 이란인들이 비밀리에 조로아스터교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쿠르드 지역에서도 조로아스터교를 통해 자신의 뿌리를 재발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 지역 전체에 걸쳐 조로아스터교의 새해인 나우루즈를 쇠는 사람이 늘고 있음이 이를 반증한다.
신도가 줄고있는 현실에서 이 같은 소식을 대부분 조로아스터교 신자들은 반기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이란 내 극우 회교주의자들이나 인도의 힌두교도들의 정치적 보복을 두려워하는 눈치다.
하지만 봄베이에서 빵가게를 운영하는 조로아스터교도 젠드 젠드씨는 “오랫동안 조로아스터교에 대한 탄압이 있었지만 우리를 유지시킨 것은 인생에 대한 활력과 삶을 찬양하는 태도였다”고 말하고 “우리가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는 한 조로아스터교는 영원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윤명지 리포터 chocola@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