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재활을 꿈꾸며 달린다”
장애인은 도움이 조금 필요한 이웃일 뿐
콜택시는 1·2급 장애인 대상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서울에서 오랫동안 산 것도 아니고 자가용은 몰아봤지만 장애인 콜택시는 처음이다보니 아무리 현장체험도 중요하지만 길을 잘 몰라 한동안 헤맬 것 같고, 장애인들을 돕는다고 하다가 오히려 불편하게 해드리는 건 아닌지....
걱정은 다행이 기우였다. 재작년 12월말부터 장애인 콜택시를 운행했다는 운전봉사자 이준호(57)씨가 옆에 딱 붙어 현장체험을 도와줬다.
지난 19일 오전 11시. 청량리 역에서 만나 스타렉스를 개조한 장애인 콜택시에 올라탔다. 10분쯤 지났을까 콜이 들어왔다. 중증장애 1급 윤현정(41)씨였다.
“승차감이 좋은 데다 운전사들 서비스도 최고입니다”
수유동에 있는 한일병원에서 미아리 한의원까지 장애인 콜택시를 매번 이용한다는 윤씨는 장애인 콜택시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윤씨가 휠체어에 탄 채 리프트에 오르자 운전봉사자 이준호씨가 조심스럽게 버튼작동법을 알려줬다. 윤씨가 탄 리프트를 택시 안으로 들어올렸다. 덜컹거림은 거의 없었다.
휠체어가 택시 안으로 완전히 들어온 뒤에는 4개의 안전띠로 휠체어를 고정시켰다. 또 휠체어에 탄 윤씨의 몸을 감싸는 안전띠도 별도로 착용시켰다.
하이루프(High Roof)라고 불리는 쿨택시 천장은 장애인이 울퉁불퉁한 길을 지날 때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여유공간이다.
운전 봉사자 이씨는 “하이루프 날아간 택시가 한 4대 정도 될 겁니다. 높이 조절을 잘 못해 뚜껑이 날아간 것이지요”라며 웃었다.
수유동에서 미아리까지 짧은 걸리였지만 택시에 탄 윤씨와 휠체어의 흔들림은 거의 없었다. 출발과 정지도 미끄러지듯 부드러웠다.
한의원에 도착한 윤씨는 “장애인도 원하는 곳을 맘놓고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없이 좋다”며 “안전문제 때문인지 안전벨트가 몸에 꽉끼어 약간 불편한 것 외는 다른 불편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12시30분쯤 국립재활원에서 집까지 간다고 콜이 들어왔다. 택시를 탄 사람은 김성복(49)씨다. 김씨는 아이엠에프 당시 신용장을 받고도 부도났다. 그 충격으로 뇌졸중을 일으켰다.
김씨는 상계동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였다. 그래서 충격이 더 컸을까. 이제는 말도 하기 싫어한다. 이동중 한마디도 하지 않던 그가 대뜸 “내려다 보고 살아야지 위를 보고 살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후 2시 서울 길음동에 사는 최수만(45)씨를 간병하고 있는 이영숙(40)씨는 방학동 사거리에서 도봉소방서까지 가는 동안 “장애인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도움이 조금 필요한 이웃일 뿐입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사회가 장애인도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해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씨가 말하는 최씨는 “결혼 4년만에 쓰러졌어요. 아이엠에프 당시 사업실패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쓰러졌는데 가족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습니다”라고 귀띰했다. 그나마 최씨는 보험에 들어 다행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동중 운전봉사자 이준호씨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씨는 “희망과 재활을 꿈꾸며 달린다”고 말했다. 일반 택시기사에게 100만원을 들여 지리를 익혔다. 태권도 9단에 국제심판자격증까지 있다. 인명구조· 보일러·응급처치사 자격증도 있다. 운전 봉사자가 되기 위해 담배도 끊었다.
부창부수(夫唱婦隨)인지 부인도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들 부부가 자격증을 딴 이유는 2년 후 고향에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4일 일하고 하루 쉬는 날에는 휠체어 고쳐주고, 바퀴에 바람넣어주고, 아는 장애인 집에 찾아가 구석구석 청소해주고, 문짝도 고쳐준다.
“탑승자 중 돈없다고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또 장애인을 업다가 다친 사람도 더러 있어요. 체력도 중요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 예비 장애인이므로 이들을 식구처럼 생각해야 합니다”
도봉소방서에서 콜을 받아 수유동으로 다시 이동했다. 답십리 청솔 우성아파트에서 김승익(40)씨를 태웠다. 김씨는 교통사고를 당한 뒤 2년간 꼼짝없이 누워 있다가 새로운 삶에 희망을 갖기 위해 지난 95년부터 컴퓨터 공부를 시작했다. 밤새 노력한 끝에 지난해 6월 자신과 같은 장애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장애인 컴퓨터교실 강사 자리를 얻었다. 그는 “자기가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즐거운 하루, 기분좋은 세상은 본인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휠체어 리프트를 장착한 장애인 콜택시는 1·2급 장애인을 대상으로 운행된다. 요금은 일반 택시의 40%수준이다. 운전사는 서울시로부터 매월 95만원을 지원받는다. 현재 서울시는 100대를 시설관리공단에 위택해 운영하고 있다.
체험 뒷이야기
장애인 콜택시를 보면 양보해야
장애인 콜택시는 하루 평균 10여명 정도 이동시킨다. 이동 거리는 짧지만 이동 전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 골목골목을 지나 집앞까지 데려다 줘야 한다. 장애인 콜택시 이용자 불만 대부분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인데 체험을 해보니 한사람 이동시간이 꽤나 걸렸다. 주정차 문제도 골칫거리인 듯 보였다. 장애인 콜택시도 “범칙금을 부과합니까”라는 질문에 “부과합니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한달에 2∼3개 정도 부과된다는 것이다.
옆에서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거동할 수 없는 장애인이 이용하기 때문에 병원 문앞까지 데려다 줘야 한다. 그래서 병원 앞에 정차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콜택시 이용자 대부분은 중증 장애인이다. 때문에 이들을 이동시키는 장애인 콜택시는 긴급차량이다. 긴급을 요할 때도 많다는 것이 운전자들 설명이고 보면 범칙금보다는 장애인 콜택시를 보면 양보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은 도움이 조금 필요한 이웃일 뿐
콜택시는 1·2급 장애인 대상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서울에서 오랫동안 산 것도 아니고 자가용은 몰아봤지만 장애인 콜택시는 처음이다보니 아무리 현장체험도 중요하지만 길을 잘 몰라 한동안 헤맬 것 같고, 장애인들을 돕는다고 하다가 오히려 불편하게 해드리는 건 아닌지....
걱정은 다행이 기우였다. 재작년 12월말부터 장애인 콜택시를 운행했다는 운전봉사자 이준호(57)씨가 옆에 딱 붙어 현장체험을 도와줬다.
지난 19일 오전 11시. 청량리 역에서 만나 스타렉스를 개조한 장애인 콜택시에 올라탔다. 10분쯤 지났을까 콜이 들어왔다. 중증장애 1급 윤현정(41)씨였다.
“승차감이 좋은 데다 운전사들 서비스도 최고입니다”
수유동에 있는 한일병원에서 미아리 한의원까지 장애인 콜택시를 매번 이용한다는 윤씨는 장애인 콜택시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윤씨가 휠체어에 탄 채 리프트에 오르자 운전봉사자 이준호씨가 조심스럽게 버튼작동법을 알려줬다. 윤씨가 탄 리프트를 택시 안으로 들어올렸다. 덜컹거림은 거의 없었다.
휠체어가 택시 안으로 완전히 들어온 뒤에는 4개의 안전띠로 휠체어를 고정시켰다. 또 휠체어에 탄 윤씨의 몸을 감싸는 안전띠도 별도로 착용시켰다.
하이루프(High Roof)라고 불리는 쿨택시 천장은 장애인이 울퉁불퉁한 길을 지날 때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여유공간이다.
운전 봉사자 이씨는 “하이루프 날아간 택시가 한 4대 정도 될 겁니다. 높이 조절을 잘 못해 뚜껑이 날아간 것이지요”라며 웃었다.
수유동에서 미아리까지 짧은 걸리였지만 택시에 탄 윤씨와 휠체어의 흔들림은 거의 없었다. 출발과 정지도 미끄러지듯 부드러웠다.
한의원에 도착한 윤씨는 “장애인도 원하는 곳을 맘놓고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없이 좋다”며 “안전문제 때문인지 안전벨트가 몸에 꽉끼어 약간 불편한 것 외는 다른 불편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12시30분쯤 국립재활원에서 집까지 간다고 콜이 들어왔다. 택시를 탄 사람은 김성복(49)씨다. 김씨는 아이엠에프 당시 신용장을 받고도 부도났다. 그 충격으로 뇌졸중을 일으켰다.
김씨는 상계동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였다. 그래서 충격이 더 컸을까. 이제는 말도 하기 싫어한다. 이동중 한마디도 하지 않던 그가 대뜸 “내려다 보고 살아야지 위를 보고 살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후 2시 서울 길음동에 사는 최수만(45)씨를 간병하고 있는 이영숙(40)씨는 방학동 사거리에서 도봉소방서까지 가는 동안 “장애인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도움이 조금 필요한 이웃일 뿐입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사회가 장애인도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해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씨가 말하는 최씨는 “결혼 4년만에 쓰러졌어요. 아이엠에프 당시 사업실패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쓰러졌는데 가족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습니다”라고 귀띰했다. 그나마 최씨는 보험에 들어 다행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동중 운전봉사자 이준호씨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씨는 “희망과 재활을 꿈꾸며 달린다”고 말했다. 일반 택시기사에게 100만원을 들여 지리를 익혔다. 태권도 9단에 국제심판자격증까지 있다. 인명구조· 보일러·응급처치사 자격증도 있다. 운전 봉사자가 되기 위해 담배도 끊었다.
부창부수(夫唱婦隨)인지 부인도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들 부부가 자격증을 딴 이유는 2년 후 고향에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4일 일하고 하루 쉬는 날에는 휠체어 고쳐주고, 바퀴에 바람넣어주고, 아는 장애인 집에 찾아가 구석구석 청소해주고, 문짝도 고쳐준다.
“탑승자 중 돈없다고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또 장애인을 업다가 다친 사람도 더러 있어요. 체력도 중요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 예비 장애인이므로 이들을 식구처럼 생각해야 합니다”
도봉소방서에서 콜을 받아 수유동으로 다시 이동했다. 답십리 청솔 우성아파트에서 김승익(40)씨를 태웠다. 김씨는 교통사고를 당한 뒤 2년간 꼼짝없이 누워 있다가 새로운 삶에 희망을 갖기 위해 지난 95년부터 컴퓨터 공부를 시작했다. 밤새 노력한 끝에 지난해 6월 자신과 같은 장애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장애인 컴퓨터교실 강사 자리를 얻었다. 그는 “자기가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즐거운 하루, 기분좋은 세상은 본인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휠체어 리프트를 장착한 장애인 콜택시는 1·2급 장애인을 대상으로 운행된다. 요금은 일반 택시의 40%수준이다. 운전사는 서울시로부터 매월 95만원을 지원받는다. 현재 서울시는 100대를 시설관리공단에 위택해 운영하고 있다.
체험 뒷이야기
장애인 콜택시를 보면 양보해야
장애인 콜택시는 하루 평균 10여명 정도 이동시킨다. 이동 거리는 짧지만 이동 전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 골목골목을 지나 집앞까지 데려다 줘야 한다. 장애인 콜택시 이용자 불만 대부분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인데 체험을 해보니 한사람 이동시간이 꽤나 걸렸다. 주정차 문제도 골칫거리인 듯 보였다. 장애인 콜택시도 “범칙금을 부과합니까”라는 질문에 “부과합니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한달에 2∼3개 정도 부과된다는 것이다.
옆에서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거동할 수 없는 장애인이 이용하기 때문에 병원 문앞까지 데려다 줘야 한다. 그래서 병원 앞에 정차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콜택시 이용자 대부분은 중증 장애인이다. 때문에 이들을 이동시키는 장애인 콜택시는 긴급차량이다. 긴급을 요할 때도 많다는 것이 운전자들 설명이고 보면 범칙금보다는 장애인 콜택시를 보면 양보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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