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비 상승이 중산층 재정파탄의 주범

지역내일 2004-05-31 (수정 2004-05-31 오후 1:18:16)
맞벌이의 함정/ 엘리자베스 워런 등 지음/ 주익종 옮김/ 필맥/ 1만3000원

재정파탄으로 내몰리는 중산층 가정이 급증하고 있다. 한 세대 전보다 교육수준도 높아졌고 연봉도 더 많이 받으며 맞벌이까지 하는 데 왜 그럴까? 과소비 때문일까?
아니다. 저자는 오늘날 중산층의 재정위기는 그들의 능력 이상으로 사치와 향락을 일삼은 데서 비롯됐다는 통념을 뒤집고 자녀들에게 투자하는 비용이 너무 많아진 데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자녀에게 더 좋은 성장환경을 제공하고, 더 좋은 교육을 시키고, 더 좋은 미래를 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기 위해 빚을 진 때문이라는 것이다.
좋은 학군으로 이사를 가려는 부모들이 늘어남에 따라 일부 주거지의 주택가격이 비 정상적으로 높아지고 성공한 중산층 생활을 누리기 위해 일류 대학 졸업장이 필수가 되며 이는 다시 조기교육의 열풍을 부른다.
게다가 저금리로 인한 가계신용의 확대로 중산층은 더 좋은 집과 더 좋은 교육프로그램에 몰려들어 집값과 교육비를 더욱 높인다. 이런 악순환은 중산층의 소득 대부분을 집어 삼켜 맞벌이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바로 ‘맞벌이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저자들은 각 가정에서 ‘재정 소방훈련’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유사시 부부 중 한쪽만의 소득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를 체크하고 고정비용은 최대한 줄여야 하며 장기할부는 가급적 피하고 저축과 보험을 통해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육개혁과 금융재규제를 통해서다. 학군제 폐지, 유아교육의 공교육화, 대학등록금 동결, 신용대출 제한 등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무조건 덜 쓰는 것, ‘몇 억 만들기'와 같은 무모한 재테크, 아이 안 낳기 등의 근시안적인 대응은 악순환을 지속시킬 뿐이라고 지적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린 듯한 이 책은 오늘날 미국 중산층 가정의 재정위기를 한 세대 전인 1970년대 중산층의 가계재정과 비교하면서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해 우리사회에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황인혁 기자 ihhw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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