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약 필요하다! BEST 5] ②장보러 나선 아줌마 30명이 꼽은 ‘장바구니 공약’
사교육비 절감이 최우선
지역내일
2004-03-23
(수정 2004-03-23 오전 6:29:26)
(표 있음)
아줌마들은 역시나 사교육비 절감을 최우선 공약으로 꼽았다.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비싸기만 한 사교육비는 더욱더 허리를 굽어지게 만드는 무거운 현실이었다. 또 많은 아줌마들이 공약같은 것은 필요없다며 정직하게만 의원 활동하라고 쓴소리를 해 정치불신을 느끼게 했다.
내일신문 지역기자들은 3월 18일부터 22일까지 서울·일산·대전·강원 원주·수원·안양·군포 등지의 재래시장 및 대형할인점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나선 30명의 아줌마들을 만나 4·15 총선에 바라는 공약을 들었다. 이들이 제시한 공약은 약 40여개에 달했다.
◆ 아이들과 경제문제가 최우선
“돈 안들이고 아이들 성적 올리는 아이디어 주면 찍겠다”(김복실·47·일산 마두동) “학원비 나라에서 내준다는 사람 없나”(장희숙·36·원당)
비싸져만 가는 사교육비에 대한 아줌마들의 문제의식은 심각했다. 김진숙(39·대전)씨는 “아이 둘을 키우는데 5학년짜리 큰 애한테 한달에 70만원, 밑에 애까지 합해서 사교육비가 한달에 100만원 이상 들어간다”면서 “먹고 살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길애경(40·대전)씨는 “정부가 사교육비 줄인다고 EBS에 유명학원 강사 출연시킨다고 하는데 이런 걸로 사교육비가 줄어들지 의심이다”고 말했다. 군포에 사는 배경미(38)씨는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에게 한달 평균 80만원이 들어가는 데 이는 과외를 하는 아이들에 비하면 적게 들어가는 형편”이라며 “전업주부들이 부업을 하는 이유도 아이들의 사교육비 마련에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관심사가 온통 아이들과 경제문제인 아줌마들의 경우 아이들 교육 문제와 경제문제가 함께 합쳐져 있는 사교육비 절감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줌마들의 나이대에 따라 묘한 시각차가 드러나기도 했다. 초·중·고등학생 정도의 자녀를 둔 30∼40대 아줌마들은 사교육비를 최고의 이슈로 들었다면 대학생이나 직장에 들어갈 정도의 자녀를 둔 50대 아줌마들은 학교 문제보다는 신용카드 문제나 일자리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식이다.
50대 중반이라고 밝힌 신모(의정부 거주)씨는 “나라에서 신용카드 정책을 잘못 쓰는 바람에 내 아들이 신용불량자가 됐다”면서 “빚이 쌓이니 금방 억이 되더라. 결국 나도 일선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나라가 일을 저질렀으니 신용불량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39세의 서미현(강원 원주)씨는 “카드빚을 원금까지 탕감해 준다는 말이 있던데 그럼 누가 열심히 돈 벌려고 하겠느냐”면서 “카드빚은 끝까지 받아내겠다는 공약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50대 아줌마들은 아이들 문제보다는 복지 시설 확충 등 노년 이후에 대한 고민을 원하는 공약사항에 내비치기도 했다.
◆ “정직하게만 살아다오”
아줌마들의 대답 중 가장 특징적인 대답은 “공약같은 것은 필요없으니 정직하게만 의원생활 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장밋빛 공약에 지쳤으니 ‘도둑질’만 안 하는 모습 보여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만난 49세 김모씨는 “공약이고 뭐고 간에 진실되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면서 “사실 공약 내걸어도 되는 것은 없지 않은가. 차라리 서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자주 와서 보고 느끼고 하면 그런 사람은 바로 국회의원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이촌동에 거주한다는 55세의 한 아줌마도 “정직함이 최고”라면서 “더 이상 안 바란다. 어차피 말해봤자 다 거짓말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복실(47)씨는 “우리도 이제 국회의원들이 하는 말이 진짜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수 있다. 준비를 안한 후보들은 막연한 애기들만 한다”고 따끔하게 한마디 했다.
◆ 아줌마도 일할 수 있다!
기혼 여성들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도 많았다. 경제가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맞벌이가 불가피하지만 지금 환경에서는 여성들이 제대로 일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절망감도 보였다. 탁아 시설 인프라 확충 등의 요구는 바로 이런 문제 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김진숙(39)씨는 “여성들이 결혼해도 사회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외에 아파트 쓰레기 수거함 매일 비워가겠다든지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지 못하게 하겠다든지, 집값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찍겠다고 말하는 아줌마도 있었다. 밤거리 아이들 안전을 염려하는 아줌마들도 눈에 띄었다.
최근의 탄핵 가결 이후 분위기를 반영하는 공약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산에서 만난 49세의 한 아줌마는 “지금 있는 국회의원들 싸그리 없애주는 사람 뽑겠다”고 말했고 인천의 김정미(40)씨는 “이번 탄핵 보고 국회의원 소환제같은 것을 도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대전 신창훈 기자 chunsim@naeil.com
안양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일산 장유진 기자 ujinny@naeil.com
인천 박정미 기자 pjm@naeil.com
수원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강원 성기명 기자 mang2g@naeil.com
아줌마들은 역시나 사교육비 절감을 최우선 공약으로 꼽았다.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비싸기만 한 사교육비는 더욱더 허리를 굽어지게 만드는 무거운 현실이었다. 또 많은 아줌마들이 공약같은 것은 필요없다며 정직하게만 의원 활동하라고 쓴소리를 해 정치불신을 느끼게 했다.
내일신문 지역기자들은 3월 18일부터 22일까지 서울·일산·대전·강원 원주·수원·안양·군포 등지의 재래시장 및 대형할인점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나선 30명의 아줌마들을 만나 4·15 총선에 바라는 공약을 들었다. 이들이 제시한 공약은 약 40여개에 달했다.
◆ 아이들과 경제문제가 최우선
“돈 안들이고 아이들 성적 올리는 아이디어 주면 찍겠다”(김복실·47·일산 마두동) “학원비 나라에서 내준다는 사람 없나”(장희숙·36·원당)
비싸져만 가는 사교육비에 대한 아줌마들의 문제의식은 심각했다. 김진숙(39·대전)씨는 “아이 둘을 키우는데 5학년짜리 큰 애한테 한달에 70만원, 밑에 애까지 합해서 사교육비가 한달에 100만원 이상 들어간다”면서 “먹고 살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길애경(40·대전)씨는 “정부가 사교육비 줄인다고 EBS에 유명학원 강사 출연시킨다고 하는데 이런 걸로 사교육비가 줄어들지 의심이다”고 말했다. 군포에 사는 배경미(38)씨는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에게 한달 평균 80만원이 들어가는 데 이는 과외를 하는 아이들에 비하면 적게 들어가는 형편”이라며 “전업주부들이 부업을 하는 이유도 아이들의 사교육비 마련에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관심사가 온통 아이들과 경제문제인 아줌마들의 경우 아이들 교육 문제와 경제문제가 함께 합쳐져 있는 사교육비 절감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줌마들의 나이대에 따라 묘한 시각차가 드러나기도 했다. 초·중·고등학생 정도의 자녀를 둔 30∼40대 아줌마들은 사교육비를 최고의 이슈로 들었다면 대학생이나 직장에 들어갈 정도의 자녀를 둔 50대 아줌마들은 학교 문제보다는 신용카드 문제나 일자리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식이다.
50대 중반이라고 밝힌 신모(의정부 거주)씨는 “나라에서 신용카드 정책을 잘못 쓰는 바람에 내 아들이 신용불량자가 됐다”면서 “빚이 쌓이니 금방 억이 되더라. 결국 나도 일선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나라가 일을 저질렀으니 신용불량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39세의 서미현(강원 원주)씨는 “카드빚을 원금까지 탕감해 준다는 말이 있던데 그럼 누가 열심히 돈 벌려고 하겠느냐”면서 “카드빚은 끝까지 받아내겠다는 공약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50대 아줌마들은 아이들 문제보다는 복지 시설 확충 등 노년 이후에 대한 고민을 원하는 공약사항에 내비치기도 했다.
◆ “정직하게만 살아다오”
아줌마들의 대답 중 가장 특징적인 대답은 “공약같은 것은 필요없으니 정직하게만 의원생활 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장밋빛 공약에 지쳤으니 ‘도둑질’만 안 하는 모습 보여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만난 49세 김모씨는 “공약이고 뭐고 간에 진실되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면서 “사실 공약 내걸어도 되는 것은 없지 않은가. 차라리 서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자주 와서 보고 느끼고 하면 그런 사람은 바로 국회의원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이촌동에 거주한다는 55세의 한 아줌마도 “정직함이 최고”라면서 “더 이상 안 바란다. 어차피 말해봤자 다 거짓말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복실(47)씨는 “우리도 이제 국회의원들이 하는 말이 진짜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수 있다. 준비를 안한 후보들은 막연한 애기들만 한다”고 따끔하게 한마디 했다.
◆ 아줌마도 일할 수 있다!
기혼 여성들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도 많았다. 경제가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맞벌이가 불가피하지만 지금 환경에서는 여성들이 제대로 일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절망감도 보였다. 탁아 시설 인프라 확충 등의 요구는 바로 이런 문제 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김진숙(39)씨는 “여성들이 결혼해도 사회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외에 아파트 쓰레기 수거함 매일 비워가겠다든지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지 못하게 하겠다든지, 집값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찍겠다고 말하는 아줌마도 있었다. 밤거리 아이들 안전을 염려하는 아줌마들도 눈에 띄었다.
최근의 탄핵 가결 이후 분위기를 반영하는 공약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산에서 만난 49세의 한 아줌마는 “지금 있는 국회의원들 싸그리 없애주는 사람 뽑겠다”고 말했고 인천의 김정미(40)씨는 “이번 탄핵 보고 국회의원 소환제같은 것을 도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대전 신창훈 기자 chunsim@naeil.com
안양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일산 장유진 기자 ujinny@naeil.com
인천 박정미 기자 pjm@naeil.com
수원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강원 성기명 기자 mang2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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