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원이 1500만원으로, 1500만원이 380만원으로.
중학교 교사 ㄱ씨의 지난 1년간 주식 투자 성적표다. ㄱ씨는 전형적인 데이트레이더로 지난 1년간 원금의 95%를 까먹고 지금은 증권사 투자클리닉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그는 하마터면 사기사건까지 걸려들 뻔했다. 소위 뷰티끄라는 곳에서 접근, 2000만원만 투자하면 100% 수익률로 딱 2배를 돌려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솔깃했지만 마음을 이미 다잡은 ㄱ씨. 다행히 그의 피해는 주식 단타로 생긴 5000여만원으로 일단락됐다.
◆ 누구를 탓하랴 … 투자문화 개선 절실=대박을 노리다 쪽박을 차는 경우, 두 번 다시 주식을 보지 않거나 선물·옵션 등 더욱 레버리지(가산효과)가 큰 상품으로 옮겨갔다가 대형 손실을 자초하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ㄱ씨의 경우가 다소 극단적인 측면은 있지만 그 동안 증시에 참여했던 개인투자자 상당수가 ㄱ씨와 엇비슷한 꿈을 꾸며 시장으로 들어왔다가 주머니를 털리고 나갔다. 그리고 주식시장은 두 번 다시 보지 않겠다며 마음조차 닫았다. 이렇게 당했던 투자자들은 이제 어느 정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더라도 시장 참여는 아예 선택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지수가 750까지만 올라가도 개인들의 증시참여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것이 지난해 상당수 전문가들의 분석이었지만 개인은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전반적인 투자문화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자본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모든 시장 참여자의 투자문화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 동안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고객 수익률보다 자신들의 배를 살찌우는 데에만 몰두했다. 상당폭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증권사 영업이익의 60%는 위탁매매 수수료에서 발생한다. 고객 자산이 깨지든 말든 회전율을 높여 수수료가 많이 떨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지금까지 증권사의 최대 관심사였다. 장기투자를 한다고 해서 헤택을 주지도 않았다. 오로지 투자기간이 길어지는데 따른 위험(리스크)만 짊어지면서 단기차익을 노리지 않을 수 없었다.
◆ 시가총액 3배 증가, 수정주가 는 10분의 1로 =기업들이 보여준 실망스런 경영지표들도 마찬가지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 부장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증시 시가총액은 1990년 97조원에서 2003년 연말 355조원까지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정주가 평균은 15만3166원에서 1만5182원으로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정 부장은 “잦은 감자와 뒤이은 대규모 증자로 숫자놀음만 했을 뿐 주주이익 증대와는 아무 관련없는 장세였던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개인들의 ‘묻지 마’식 대박노리기 투자관행이 변하지 않는 한 수익률에 실망하거나 그 전에 패가망신하는 악순환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증시 격언 가운데 “황소도 곰도 돈을 벌지만 돼지는 못 번다”는 말이 있다. 약세장과 강세장 모두에서 누군가 돈을 버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만 ‘묻지 마’ 투자로 돈 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 한탕주의, 원금집착, 수익조급증 등 몰이성적 투자 행태가 만병의 근원이다. 의도적인 정보 흘리기를 ‘대박성 호재’로 여겨 투자금 대부분을 쏟아붓는 ‘몰빵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현대증권 투자클리닉센터 하용현 팀장은 “개인 투자자는 빨리, 많이 벌겠다는 욕심 때문에 망한다”며 “대박이 아닌 ‘조금만 잃자’는 자세로 투자에 나서라”고 권했다. 그는 “개인은 자신의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 지조차 판단하지 못할 때가 있다”며 “얼마 이상 잃어도 심리적 영향을 받지 않는 금액을 투자지표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 변화 단초들 하나둘 등장 =통계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개인들의 노후준비 재테크 추세는 연금이 70% 가까이를 차지한 가운데 예적금이 21%, 부동산이 6%로 이들 자산이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한다. 주식과 채권 비율은 불과 0.3%. 그 동안 시장에 가졌던 실망감을 여실히 반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투자관행의 변화 단초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우증권처럼 투자가능종목군(트레이딩 유니버스)를 구성, 이 종목 외에는 고객들에게 투자권유를 하지 못하게 하거나 자산관리회사를 지향, 수수료 제일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그 중 하나다. 다양한 간접상품 소개도 투자자들 선택의 폭을 높이고 잇다.
구제금융(IMF)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실망감을 안겼던 우리사주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사원주주제(ESOP)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부장은 “투자문화의 전면적 변화가 없이는 투자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든 시점”이라며 “장기투자에 따른 세재혜택 등 정책적 지원도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특별취재팀 안찬수 팀장 박준규· 조숭호 기자
중학교 교사 ㄱ씨의 지난 1년간 주식 투자 성적표다. ㄱ씨는 전형적인 데이트레이더로 지난 1년간 원금의 95%를 까먹고 지금은 증권사 투자클리닉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그는 하마터면 사기사건까지 걸려들 뻔했다. 소위 뷰티끄라는 곳에서 접근, 2000만원만 투자하면 100% 수익률로 딱 2배를 돌려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솔깃했지만 마음을 이미 다잡은 ㄱ씨. 다행히 그의 피해는 주식 단타로 생긴 5000여만원으로 일단락됐다.
◆ 누구를 탓하랴 … 투자문화 개선 절실=대박을 노리다 쪽박을 차는 경우, 두 번 다시 주식을 보지 않거나 선물·옵션 등 더욱 레버리지(가산효과)가 큰 상품으로 옮겨갔다가 대형 손실을 자초하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ㄱ씨의 경우가 다소 극단적인 측면은 있지만 그 동안 증시에 참여했던 개인투자자 상당수가 ㄱ씨와 엇비슷한 꿈을 꾸며 시장으로 들어왔다가 주머니를 털리고 나갔다. 그리고 주식시장은 두 번 다시 보지 않겠다며 마음조차 닫았다. 이렇게 당했던 투자자들은 이제 어느 정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더라도 시장 참여는 아예 선택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지수가 750까지만 올라가도 개인들의 증시참여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것이 지난해 상당수 전문가들의 분석이었지만 개인은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전반적인 투자문화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자본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모든 시장 참여자의 투자문화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 동안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고객 수익률보다 자신들의 배를 살찌우는 데에만 몰두했다. 상당폭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증권사 영업이익의 60%는 위탁매매 수수료에서 발생한다. 고객 자산이 깨지든 말든 회전율을 높여 수수료가 많이 떨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지금까지 증권사의 최대 관심사였다. 장기투자를 한다고 해서 헤택을 주지도 않았다. 오로지 투자기간이 길어지는데 따른 위험(리스크)만 짊어지면서 단기차익을 노리지 않을 수 없었다.
◆ 시가총액 3배 증가, 수정주가 는 10분의 1로 =기업들이 보여준 실망스런 경영지표들도 마찬가지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 부장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증시 시가총액은 1990년 97조원에서 2003년 연말 355조원까지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정주가 평균은 15만3166원에서 1만5182원으로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정 부장은 “잦은 감자와 뒤이은 대규모 증자로 숫자놀음만 했을 뿐 주주이익 증대와는 아무 관련없는 장세였던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개인들의 ‘묻지 마’식 대박노리기 투자관행이 변하지 않는 한 수익률에 실망하거나 그 전에 패가망신하는 악순환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증시 격언 가운데 “황소도 곰도 돈을 벌지만 돼지는 못 번다”는 말이 있다. 약세장과 강세장 모두에서 누군가 돈을 버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만 ‘묻지 마’ 투자로 돈 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 한탕주의, 원금집착, 수익조급증 등 몰이성적 투자 행태가 만병의 근원이다. 의도적인 정보 흘리기를 ‘대박성 호재’로 여겨 투자금 대부분을 쏟아붓는 ‘몰빵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현대증권 투자클리닉센터 하용현 팀장은 “개인 투자자는 빨리, 많이 벌겠다는 욕심 때문에 망한다”며 “대박이 아닌 ‘조금만 잃자’는 자세로 투자에 나서라”고 권했다. 그는 “개인은 자신의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 지조차 판단하지 못할 때가 있다”며 “얼마 이상 잃어도 심리적 영향을 받지 않는 금액을 투자지표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 변화 단초들 하나둘 등장 =통계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개인들의 노후준비 재테크 추세는 연금이 70% 가까이를 차지한 가운데 예적금이 21%, 부동산이 6%로 이들 자산이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한다. 주식과 채권 비율은 불과 0.3%. 그 동안 시장에 가졌던 실망감을 여실히 반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투자관행의 변화 단초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우증권처럼 투자가능종목군(트레이딩 유니버스)를 구성, 이 종목 외에는 고객들에게 투자권유를 하지 못하게 하거나 자산관리회사를 지향, 수수료 제일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그 중 하나다. 다양한 간접상품 소개도 투자자들 선택의 폭을 높이고 잇다.
구제금융(IMF)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실망감을 안겼던 우리사주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사원주주제(ESOP)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부장은 “투자문화의 전면적 변화가 없이는 투자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든 시점”이라며 “장기투자에 따른 세재혜택 등 정책적 지원도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특별취재팀 안찬수 팀장 박준규· 조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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