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위장이혼’ 무효소송 기각

자녀 미 영주권 얻어주려다 양육권까지 빼앗긴 기러기 아빠

지역내일 2004-04-30 (수정 2004-04-30 오후 4:59:42)
아내가 미국 시민권자와 위장 결혼하면 자녀들에게 미국영주권이 생길 것으로 여겨 위장 이혼했던 ‘기러기 아빠’가 아내와 완전히 결별하게 됐다.
서울 가정법원 가사4부(홍중표 부장판사)는 30일 남편 A(62)씨가 부인 B(50)씨를 상대로 낸 이혼무효청구소송에서 “이혼은 유효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누구나 납득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협의이혼 당사자들은 일시적으로나마 법률상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이혼의사가 있었다고 봐야 하고 그 경우 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었더라도 이혼신고를 무효로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씨가 자녀들이 미국 영주권을 얻게 하려고 이혼신고를 했다 해도 마찬가지”라며 “B씨는 자녀 양육권을 갖되 재산분할로 A씨에게 4억4000여만원을 주라”고 덧붙였다.
경찰이었던 A씨는 지난 98년 아내 B씨와 두 자녀를 미국으로 보내고 자녀들을 미국 학교에 진학시켰으나 1년 후 귀국한 자녀들이 국내 학교에 다니기 어렵자 다시 미국으로 보냈다.
2000년 정년퇴직한 A씨는 미국으로 건너가 자녀들 뒷바라지를 했지만 고령이고 무직인 탓에 A씨에게 미국 취업이민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이 때문에 자녀들도 영주권을 얻기 어렵게 되자 A씨는 아내 B씨와 위장이혼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부부가 위장이혼한 뒤 B씨가 미국 시민권자와 위장결혼해 영주권을 얻으면 다시 A씨와 B씨 부부가 재결합하기로 하고 2002년 5월 국내 법원과 미국 총영사관에서 협의이혼을 마쳤다.
한국에 귀국해 ‘기러기 아빠’가 된 A씨는 미국에 전화를 걸었지만 어쩐 일인지 통화가 안됐고 아내가 자신과 상의 없이 한국에 있던 집을 팔고 이사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한달 뒤 귀국한 B씨와 만난 A씨는 자신을 피하는 B씨와 다툼을 벌이다 결국 법원에 이혼이 위장이었다는 무효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이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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