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수사과 대망론[수사연구 2004.1.]

지역내일 2004-04-20
특수수사과 대망론

얼마 전 어느 기자의 결혼식장에서 만난 모 신문사 편집국장은 대뜸 특수수사과의 활약상을 화두로 꺼내었다.

그 요지는 대략 다음과 같다.
“요즘 경찰수사도 겁이 날 정도이다. 정말 거침이 없다. 이제 경찰도 그럴 때가 된 것 같다. 아니 사실은 진작 그렇게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경찰이 못할 것이 뭐 있겠나. 지금처럼 경찰이 거침없이 수사를 한다면 자연스럽게 경찰수사권독립은 힘을 얻는 것 아니겠나. 아마 국민들은 큰 박수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나도 박수를 보낸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국방부 군납비리 사건 수사’에 관해서이다.

권력의 눈치를 살펴 알아서 기는데 익숙한 경찰, 강자에게는 비굴하게 굽신거리고 약자에게는 강압적인 경찰, 독립적인 수사권이 없어 검찰의 지휘에 예속되어 있는 무기력한 경찰의 이미지가 아직은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는 현실에서 경찰이 어느 날 갑자기 여당의 현역 중진급 국회의원이자 전 국가정보원장을 비리혐의로 소환조사 한다 하니 사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알고보면 진짜 놀랄 일은 이번 사건이 오로지 경찰 스스로의 첩보입수와 내사를 거친 경찰의 자체 인지사건이었고 수사착수 이후에도 지금까지 경찰의 독자적 판단으로 수사의 주요내용들이 결정되고 진행되었다는 사실이다.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팀원들의 역량과 용기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원칙에 입각한 과감한 수사가 이루어지도록 여건을 만들어 준 지휘부 또한 두고 두고 귀감이 되어 마땅한 이유이다.

모처럼 경찰의 자체역량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사건 수사가 끝까지 법과 원칙에 따라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이번 사건 수사는 경찰 특수수사의 새로운 전형이 되어 많은 수사경찰관들에게 하나의 교범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경찰수사권독립 이후 오래 전부터 ‘사건에 강한 경찰’을 목표로 수사역량을 쇄신 ․ 강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정한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어떠했는가에 대한 국민들의 기억은 오랫동안 경찰의 이미지를 좌지우지하고 궁극적으로 사건수사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지 않고서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염두에 둔 까닭일 것이다.

최근 검찰의 경우를 보더라도 특정 사건의 수사에 대한 국민들의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가를 잘 알 수 있다. 검찰은 몇 가지 정치적인 사건의 수사에서 전례없이 원칙적이고 과감한 수사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으면서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일거에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고 신뢰받는 검찰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성공하였다.

몇몇 언론에서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도 하였고 그에 대한 인터넷 팬클럽 사이트까지 생겨날 정도로 높은 인기가 형성되기도 하였고 검찰의 권한남용과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와 막강 검찰권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는 쏙 들어간 상황이 되었다.

검찰의 성공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고 환영할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검찰수사 뿐 아니라 경찰수사도 성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검찰대로 경찰은 경찰대로 성공하여 서로가 건전한 경쟁관계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경찰이 하든 검찰이 하든 법과 원칙에 따라 올바르게 수사하기만 하면 아낌없이 박수를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수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경찰수사에 대한 유리한 여건으로 작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밖에도 경찰수사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도 유리하게 조성되어 있는 것도 좋은 여건이 될 것이다.

일상적인 사건의 수사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몇몇 상징적인 사건에서 경찰이 어떻게 수사를 진행하고 어떤 결과물을 내놓느냐가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특수수사과의 이번 ‘국방부 군납비리 사건 수사’는 그 몇 안되는 대표적인 상징적인 사건이며 경찰수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모쪼록 특수수사과의 성공을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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