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 위한 다리 되고 싶다”

북한 결핵퇴치 큰 공로 … 10년째 의약품·검진차 지원

지역내일 2004-03-22
“시작할 때는 1∼2년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어느새 10년이 다 되가는군요.”
유진벨재단 인세반 회장(53·미국명 스티븐 린튼)과 동생이자 연세대 의대 교수인 인요한 박사(45·미국명 존 린튼)는 97년부터 북한 결핵퇴치를 위해 의약품과 검진차 등을 보내고 있다. ▶ 관련기사 6면
79년 첫 방북 이후 본격적인 북한연구에 뛰어든 인 회장은 컬럼비아대학 한국한연구소 부소장으로 재직하던 중 대북지원에 나서게 됐다. 95년 북한이 물난리로 큰 피해를 입자 재미동포를 중심으로 북한돕기여론이 일었고 수십차례 방북경험과 북한연구경험이 있는 인세반 회장이 직접 지원물품을 보내게 된 것이다. 지원물품 조달, 수송방법, 북한 당국과의 조율 등을 모두 인 회장이 맡았다.
“그땐 통로만 뚫어주면 다들 알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 우리에게 다 맡길 줄은 몰랐죠. 통로만 있으면 서양인들이 신경쓰지 않아도 한국인들끼리 잘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후원자들이 수표를 끊어주면서 제게 심부름을 해달라고 하더군요.”
인 회장과 인 박사의 외증조할아버지인 유진 벨은 1895년 한국에 온 남장로교 선교사였다. 유진 벨은 구한말 권총 한 자루를 들고 일본인들의 위협으로부터 고종을 지켰으며 인 회장 형제의 할아버지인 윌리엄 린튼은 신사참배를 거부해 일제에 의해 추방당했다가 광복 후 재입국 했다. 윌리엄 린튼은 1922년 유진 벨의 딸인 샤로트와 결혼했으며 지금의 한남대인 대전대를 설립하기도 했다. 아버지 휴 린튼은 전남의 섬들과 벽지를 다니며 선교활동을 했고 64년 부인 로이스 린튼과 함께 순천기독결핵재활원을 설립했다.
형과 함께 대북의료지원에 나섰던 인요한 박사는 아버지 휴 린튼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응급의료 수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후 한국형 앰뷸런스를 개발하는 등 한국응급의료 선진화에 큰 공헌을 한다. 북한에 지원하는 결핵검진차도 그가 직접 북한지형에 맞게 개조했다.
인요한 박사는 대북의료지원과 남한에서의 응급의료체계지원은 한국에 진 빚을 갚는 일이라고 말한다.
“저는 배우고 일하는 데 있어서 한국에 진 빚이 많습니다. 특히 같은 민족을 갈라져 살게 해 한국을 지구상에서 가장 불행한 나라로 만든, 미국인으로서의 책임감이 있습니다.”
책임감에 의해서든, 심부름꾼에 불과하든 인세반, 인요한 형제의 활동은 형제의 아픔에 무관심한 남쪽의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인세반 회장은 “지금 북한 지역의 결핵치료기능을 강화시키지 않으면 통일 이후 후유증에 의한 비용은 한국이 내야 한다”며 “유진벨재단이 남북간에 다리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제호 기자 news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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