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기술(BT)은 최고의 부가가치를 지닌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목적으로 한 기술로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돼야만 시장에서 팔릴 수 있다. 신기술 의약품과 치료방법이 팔릴 수 있는지 평가하는 곳이 식약청이다. BT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식약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때다. 3월 3일 에 취임 1주년을 맞은 심창구(55) 식약청장을 만나 BT시대 식약청의 변화 방향을 들어본다.
취임 이후 이룬 성과는
‘독성연구원’과 ‘의약품평가부’의 업무를 명확하게 정의한 것이 의미있다고 본다. 평가부는 허가를 받기 위해 제출한 서류가 적합한지 ‘심사’(review)하는 곳이다. 독성연구원은 심사기준 즉, 가이드라인을 고안하는 곳이다.
선진국과 그렇지 못한 나라는 가이드라인 유무로 구분이 된다. 우리나라는 기준이 없는 분야가 지금도 많다. ICH(국제조화회의)라는 국제 회의가 있는데 미국 유럽 일본의 의약품 허가부서가 모여서 새로운 평가 기준에 대한 논의를 하는 곳이다. 한국은 참여를 시키지 않는다. 한국은 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평가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들 국가의 기준을 베껴오는 수준이다.
청장으로 있는 동안 평가기준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식약청으로 변모시키는 것이 목표다.
BT 선진국이 되기 위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무엇인가
‘BT 선진국’이 되려면 세계 최초 기술에 대해 ‘그것이 효과가 있고 안전한지 평가하는 기준’을 만들어낼 역량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평가기준을 다른 나라들이 받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의 생명과학 투자계획을 보면 전부 기초기술에만 집중돼 있다.정부가 BT분야에 10년간 1조를 투자한다고 하는데, 평가부문에 배정이 없다.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세계적인 과학잡지에 100번 난다고 해서 그것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평가를 못내리기 때문에 기껏 개발한 신약이 해외 경쟁사의 손에 넘어가서 사장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식약청이, BT 신기술을 상품화하려는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의료분야의 신기술이 상품화되는데 까지는 크게 세 단계 연구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기초 연구단계다. 다음은 실용화 기술이고 마지막이 안정성·유효성 평가 기술이다.
이중 우리나라가 가장 취약한 것이 평가기술이다. 현재 기초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는데 비해 마지막 평가기술 분야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니 병목현상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기초기술은 ‘광장’ 실용화 기술은 ‘도로’ 평가 기술은 ‘바늘구멍’에 비유할 수 있다. 개발자들이 상품을 팔려고 해도 평가단계에서 막혀서 전체적인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정체를 해소하려면 마지막 단계의 숨통을 틔워야 하는데도 정부는 광장에만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업들이 신기술로 만든 제품의 허가를 신청하더라도 식약청은 이를 사람에 써도되는지 평가할 기술이 부족하다. 현재 식약청은 유전자 세포 복제 등의 신기술을 평가할 인력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러니 식약청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학교에 정답을 모르는 선생님들뿐인데, 어떻게 우수한 학생이 나오겠는가.
식약청 스스로 달라져야할 점은 어떤 것이라고 보는가
식약청의 역할은 ‘소금’에서 ‘등대’로, 그리고 ‘등불’로 발전해야 한다. 소금은 썩지 않게 하는 물질이다. 식약청은 불량 식품·의약품이 유통되지 않도록 규제하는 것이 기본이다. ‘등대’는 사람들에게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알게 해준다. 그러나 21세기의 식약청은 경쟁력을 키워서 ‘등불’이 돼야 한다. 등불은 이동할 수 있어서 어두운 곳을 찾아다니며 밝게 해준다. 식약청이 적극적으로 기업을 도와야 한다는 얘기다. 제품 개발이 다 된 다음에 평가만 하는 곳이 아니라 먼저 돕는 기관이 돼야한다. 식약청은 가이드라인 즉 ‘구명줄’역할을 해줘야 한다.
미국 FDA 는 민원상담인 후견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허가에 대한 민원이 들어오면 팀을 구성해서 필요한 실험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더 제출해야하는지 상담을 해준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필요한 자료가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것이 기업이 경쟁에서 이기도록 돕는 길이다.
식약청이 먹거리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대 ‘다(多)소비 식품’과 엽경채소류의 안전성은 놀랄만큼 개선됐다. 현재 수거검사를 해보면 부적합 비율이 1.3%에 불과하다. 98.7%의 확률로 안전하다는 뜻이다. 채소류 잔류농약은 200가지 성분을 검사하고 있다. 처음 식약청이 독립한 98년 당시 부적격 비율이5.4%였다.
그러나 국민들은 유통되는 식품이 대체로 농약·방부제 ‘투성이’라고 생각한다. 식약청의 데이터와 신뢰도 사이에 너무 큰 괴리가 있는 것 같다.
식약청의 각종 식품 기준은 세계 식품규격 ‘코덱스’나 선진국 기준에 비해 절대로 느슨하지 않다. 이번 대통령 방문때도 이런 보고를 받으시고는 듣던 것과 달리 안심이 된다고 하셨다. 데이터와 신뢰도간에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 이유는 적발된 1%가 ‘악질적’이기 때문이다. 가짜 고춧가루나 냉면가루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 다른 이유는 소위 몸에 좋다는 건강 관련 식품들이 불량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강연에서 “뭐에 좋다는 식품만 피하면 건강에 좋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문제는 학교주변 식품이다. 식품 전체 부적합 비율이 1%가 약간 넘는 데 비해 학교주변 식품은 2%가 넘는다. 올해 학교주변 식품의 부적합도를 낮추는데 힘을 쏟겠다.
최근 결혼식 축의금 문제로 의약품안전국장이 퇴진하는 등 식약청의 도덕성 문제가 여러번 도마위에 올랐는데
식약청의 브랜드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하지만 실제보다 다소 과장돼서 알려진 것도 사실이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와 똑같은 감시의 수준으로 바라보면 ,다른 조직에 비해 식약청이 더 부패한 기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감시의 눈이 많기 때문에 잘 드러나기도 한다.
앞으로 절차를 더 투명화해서 규제·단속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명줄을 던져주는 기관이라는 이미지를 얻기위해 힘쓰겠다.
/정리 하채림 기자 chaerim@naeil.com
취임 이후 이룬 성과는
‘독성연구원’과 ‘의약품평가부’의 업무를 명확하게 정의한 것이 의미있다고 본다. 평가부는 허가를 받기 위해 제출한 서류가 적합한지 ‘심사’(review)하는 곳이다. 독성연구원은 심사기준 즉, 가이드라인을 고안하는 곳이다.
선진국과 그렇지 못한 나라는 가이드라인 유무로 구분이 된다. 우리나라는 기준이 없는 분야가 지금도 많다. ICH(국제조화회의)라는 국제 회의가 있는데 미국 유럽 일본의 의약품 허가부서가 모여서 새로운 평가 기준에 대한 논의를 하는 곳이다. 한국은 참여를 시키지 않는다. 한국은 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평가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들 국가의 기준을 베껴오는 수준이다.
청장으로 있는 동안 평가기준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식약청으로 변모시키는 것이 목표다.
BT 선진국이 되기 위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무엇인가
‘BT 선진국’이 되려면 세계 최초 기술에 대해 ‘그것이 효과가 있고 안전한지 평가하는 기준’을 만들어낼 역량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평가기준을 다른 나라들이 받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의 생명과학 투자계획을 보면 전부 기초기술에만 집중돼 있다.정부가 BT분야에 10년간 1조를 투자한다고 하는데, 평가부문에 배정이 없다.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세계적인 과학잡지에 100번 난다고 해서 그것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평가를 못내리기 때문에 기껏 개발한 신약이 해외 경쟁사의 손에 넘어가서 사장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식약청이, BT 신기술을 상품화하려는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의료분야의 신기술이 상품화되는데 까지는 크게 세 단계 연구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기초 연구단계다. 다음은 실용화 기술이고 마지막이 안정성·유효성 평가 기술이다.
이중 우리나라가 가장 취약한 것이 평가기술이다. 현재 기초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는데 비해 마지막 평가기술 분야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니 병목현상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기초기술은 ‘광장’ 실용화 기술은 ‘도로’ 평가 기술은 ‘바늘구멍’에 비유할 수 있다. 개발자들이 상품을 팔려고 해도 평가단계에서 막혀서 전체적인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정체를 해소하려면 마지막 단계의 숨통을 틔워야 하는데도 정부는 광장에만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업들이 신기술로 만든 제품의 허가를 신청하더라도 식약청은 이를 사람에 써도되는지 평가할 기술이 부족하다. 현재 식약청은 유전자 세포 복제 등의 신기술을 평가할 인력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러니 식약청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학교에 정답을 모르는 선생님들뿐인데, 어떻게 우수한 학생이 나오겠는가.
식약청 스스로 달라져야할 점은 어떤 것이라고 보는가
식약청의 역할은 ‘소금’에서 ‘등대’로, 그리고 ‘등불’로 발전해야 한다. 소금은 썩지 않게 하는 물질이다. 식약청은 불량 식품·의약품이 유통되지 않도록 규제하는 것이 기본이다. ‘등대’는 사람들에게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알게 해준다. 그러나 21세기의 식약청은 경쟁력을 키워서 ‘등불’이 돼야 한다. 등불은 이동할 수 있어서 어두운 곳을 찾아다니며 밝게 해준다. 식약청이 적극적으로 기업을 도와야 한다는 얘기다. 제품 개발이 다 된 다음에 평가만 하는 곳이 아니라 먼저 돕는 기관이 돼야한다. 식약청은 가이드라인 즉 ‘구명줄’역할을 해줘야 한다.
미국 FDA 는 민원상담인 후견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허가에 대한 민원이 들어오면 팀을 구성해서 필요한 실험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더 제출해야하는지 상담을 해준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필요한 자료가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것이 기업이 경쟁에서 이기도록 돕는 길이다.
식약청이 먹거리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대 ‘다(多)소비 식품’과 엽경채소류의 안전성은 놀랄만큼 개선됐다. 현재 수거검사를 해보면 부적합 비율이 1.3%에 불과하다. 98.7%의 확률로 안전하다는 뜻이다. 채소류 잔류농약은 200가지 성분을 검사하고 있다. 처음 식약청이 독립한 98년 당시 부적격 비율이5.4%였다.
그러나 국민들은 유통되는 식품이 대체로 농약·방부제 ‘투성이’라고 생각한다. 식약청의 데이터와 신뢰도 사이에 너무 큰 괴리가 있는 것 같다.
식약청의 각종 식품 기준은 세계 식품규격 ‘코덱스’나 선진국 기준에 비해 절대로 느슨하지 않다. 이번 대통령 방문때도 이런 보고를 받으시고는 듣던 것과 달리 안심이 된다고 하셨다. 데이터와 신뢰도간에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 이유는 적발된 1%가 ‘악질적’이기 때문이다. 가짜 고춧가루나 냉면가루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 다른 이유는 소위 몸에 좋다는 건강 관련 식품들이 불량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강연에서 “뭐에 좋다는 식품만 피하면 건강에 좋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문제는 학교주변 식품이다. 식품 전체 부적합 비율이 1%가 약간 넘는 데 비해 학교주변 식품은 2%가 넘는다. 올해 학교주변 식품의 부적합도를 낮추는데 힘을 쏟겠다.
최근 결혼식 축의금 문제로 의약품안전국장이 퇴진하는 등 식약청의 도덕성 문제가 여러번 도마위에 올랐는데
식약청의 브랜드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하지만 실제보다 다소 과장돼서 알려진 것도 사실이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와 똑같은 감시의 수준으로 바라보면 ,다른 조직에 비해 식약청이 더 부패한 기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감시의 눈이 많기 때문에 잘 드러나기도 한다.
앞으로 절차를 더 투명화해서 규제·단속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명줄을 던져주는 기관이라는 이미지를 얻기위해 힘쓰겠다.
/정리 하채림 기자 chaer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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